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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차 수요대화모임(05.02.23) 정리 - 효림 스님(실천불교전국승가회 공동의장)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8 09:51
조회
322
위험한 ‘확신주의’ 경계해야 - 정체성과 대안을 찾아 떠나는 겨울여행 ④

효림/ 실천불교전국승가회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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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전제주의 국가에서는 국가가 중심이었고, 개인은 국가의 종속물이자 소유물이었다. 그래서 개인에게 끊임없이 충성할 것을 강요했지만 지금은 개인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다.

요즘 들어 세 가지 인권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먼저 호주제 문제다.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호주제가 위헌이라는 판결이 났다. 사실 이것은 너무 당연한 문제다.

호주제라고 하는 것은 호주라는 1인을 두고 나머지 가족은 그에게 귀속되어 있는 것이다. 헌법은 누구나 독립된 존엄성을 가지고 있다고 되어 있는데, 호주제는 개인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무시하는 것이다. 이혼한 6-70세 노인이 세살난 조카 밑으로 들어가야 하는 호주제는 개인의 독립성을 근원적으로 박탈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위헌이다.

다음은 ‘성권(性權)’이라는 개념을 인식하자는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성의 권리가 있다. 성을 향유할 권리가 있고, 성을 즐길 권리가 있다. 또 자기 성에 대한 정체성을 가질 권리가 있다. 그리고 이런 권리는 자기 성에 대한 권리를 침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는 것이다. 타인이 폭력적인 방법으로 자기의 성을 침해하는 것이 성폭력이고, 성희롱인 것이다. 또 이것은 ‘성권’을 침해받은 것이기 때문에 중요한 인권으로 ‘성권’을 인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확신주의자’에 대한 생각이다. 우리 사회에는 위험한 확신주의자들이 있다. 내가 확신주의자라고 하는 것은 자신의 주장에 대한 확신이 너무 지나쳐서 민주주의에 기본 원칙인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고 자신의 주장만을 관철하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심한 경우 자신과 의견이 다른 다수의 사람들을 상대로 목숨을 담보로 하는 시위를 하기도 하고, 또 자신의 주장은 절대 선이고 상대의 주장은 절대 악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절대화된 확신은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주변의 상황이 변하면 오늘 나의 주장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나의 주장만이 옳은 것이 아니라 나하고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의 의견도 옳은 것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아울러 내가 상대를 설득시켜 나의 주장을 관철하고자 하는 사람은 먼저 상대의 주장에 설득 당할 준비도 하고 있어야 한다. 나의 주장만을 지나치게 주장해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반대로 ‘인권침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 주장이 아무리 옳은 것이라고 해도 상대는 그 의견을 따르지 않을 권리가 있는 것이다.

‘확신’ 자체가 나쁘다기 보다는 ‘강요하는 확신’은 위험하다는 것을 합리적 개인주의가 충돌하는 지금의 시기에는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