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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차 수요대화모임(04.09.22) 정리 -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8 09:44
조회
354
‘수돗물 철학’이 교육, 의료, 주택에도 적용되어야

노회찬/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4.15 총선 직후 뉴욕타임즈에서 한국사회가 전반적으로 왼쪽으로 이동했다는 평을 했다. 열린우리당의 과반의석 차지와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만을 놓고 볼 때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N에 가입되어 있는 181개국 중 아직도 한국사회는 가장 오른쪽의 나라일 것이다.

한국사회, 아직 오른쪽에 있다

한국사회가 오른쪽에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규범이나 가치, 사회경제적 방식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우선 대표적 인권유린 악법인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법률은 다른 나라에도 많이 있지만 대부분 형법에 규정되어 있다. 우리의 형법도 내란, 외환죄, 간첩죄, 집단소요죄 등 이미 충분히 무거운 죄로 처벌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대만마저 국가보안법을 폐지했기 때문에 국가보안법과 같은 비상하고 특별한 법제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또한 다른 나라에서 이미 논쟁이 끝난 교사의 노동자성에 대해 10년을 싸워 겨우 특별법으로 노동2권만을 보장받고 있다. 공무원노조 논란도 마찬가지이다. 이주노동자 문제도 한국사회의 특성을 말해준다. 다른 어떤 나라보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심해 심지어 ‘인종차별’을 운운할 정도다. 화교가 정착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국사회가 오른쪽에 치우쳐 있음을 증명하는 것으로는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권리에서도 확인된다. 우리의 헌법은 인간으로 살아가는데 필수적이서 당연히 보장해야할 권리를 기본권으로 열거하고 있다. 법률이나 공권력에 의해 침해하거나 변경하지 못하는 것으로 사상·집회·결사·양심·표현·거주이전의 자유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소극적 보장이 아니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옹호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가난한 사람에게 거주이전의 자유는 말일 뿐만 아니라,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또한 공권력에 의해 상시적으로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인권 확대 위해 보다 왼쪽으로 가야

이제 인권을 군사독재시절에 유린되고 탄압받던 권리만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권리들을 되찾는 것으로 확대한다면 이를 위해 한국사회는 보다 왼쪽으로 가야 한다. 사회적 약자들의 문제, 이주노동자의 문제, 돈으로 인한 차별 등이 해결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래서 인간이 인간답게 살게 하기 위해 우리사회에는 ‘수돗물 철학’이 필요하다. 수돗물은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나 적게 버는 사람이나 기본적인 비용만 부담하면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수돗물이 이렇게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세금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돗물을 생산원가보다 싼값에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보다 많이 부담하고 있는 세금으로 충당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소득 재분배의 원리이고, 수돗물을 마시는 것으로 재분배가 이뤄지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돈이 없어서 물을 마시지 못해 죽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는 원칙이 있는 것이다. 이것이 ‘수돗물 철학’이다.

그런데 이미 재분배되고 있는 물과 공기 외에도 교육과 의료, 주택 등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기반들에도 수돗물 철학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교육비의 본인 부담율이 높아지고 사교육의 확장으로 부가 부를 세습하고 가난이 가난을 세습하는 지금의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 교육이 공공서비스로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제공되었을 때 비로소 기회의 균등이 생긴다. 이는 의료와 주택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사회의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론적으로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구시대유물인 국가보안법, 사회보호법 등을 철폐하는 것이다. 둘째, 적극적으로 보장되지 않아서 문제인 장애인 이동권, 성소수자 인권, 이주노동자의 권리 등이 보장되어야 한다. 셋째, 수돗물 철학의 적용범위를 넓혀내야 한다.

이렇게 지금보다 왼쪽으로 가서 181개국 중 가운데라도 서는 것이 인권사회를 위한 길이다. 또한 이것이 민주노동당의 정책과 이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