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사람소리
> 활동소식 > 웹진 사람소리
(준비2호)[수평사회를 만들자-제3부 경찰과 시민] (10)경찰과 시민 좌담
시민이 스스로 범인을 쫓고,미아를 찾아 거리로 나서는 세상이다. 특히 시민이 당하는 사소한 사건을 해결해 주려는 의지가 부족한 공권력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민생에 무관심한 공권력의 현주소를 살펴본‘경찰과 시민’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좌담회를 갖고 개선방향을 모색해 보았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과 최명숙 한국여성민우회 사무처장, 박형식 서울 방배경찰서 형사과장이 참석했다.
●경찰은 왜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 약한가 최명숙 사무처장 경찰에 대한 이미지는 두 가지다. 시위를 진압하는 공권력으로서의 경찰과 타락한 부패경찰의 모습 두 가지다. 때문에 시민이 막상 어려움에 처해도 경찰의 도움을 받겠다는 생각이 쉽게 들지 않는다. 오창익 사무국장 경찰이 구속 사안을 처리할 때 불구속 사안보다 근무평점을 더 많이 받는다. 이 때문에 경찰이 사소하고 일상적인 범죄에는 신경을 못 쓴다는 생각이 든다. 경찰은 정권으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하다. 권력의 핵심부가 관심을 갖는 쪽에 경찰 활동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파업현장에는 경찰을 1만명씩 투입하면서도 초등학교 골목길 안전에는 무관심하다. 큰 사안도 중요하지만 치안유지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박형식 형사과장 일부 시민은 경찰이 부패하고 멀게만 느껴진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최근 경찰을 방문한 사람은 경찰이 달라졌고 친절해졌다고 말한다.몇년전 공무원 청렴지수 조사에서는 경찰이 1위를 차지했다. 부패 문제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개선노력을 하고 있다. 모 경찰서 형사가 납치행각을 벌인 것은 개인사업에 실패해 일어난 것으로 봐달라. 경찰 전체가 부패한 것은 아니다.
●시민과 경찰의 인식 차이에 대한 접점 오 국장 그 사건은 형사가 업무 때문에 알게 된 피의자를 납치했기 때문에 충격적이었다. 국민은 친절한 경찰보다는 신뢰가는 경찰을 원한다.경찰이 든든해져야 한다. 검사가 파출소에서 술주정을 해도 아무런 제재도 못하고 “검사는 아버지와 같다.”고 변명하는 게 경찰이다. 강자에겐 약하지만 약한 시민에겐 강한 경찰을 시민들은 든든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최 처장 지난해 여성단체 관련 피고소인 자격으로 경찰조사를 받았다. 인적사항을 조사하는데 키와 음주·흡연 여부를 물었다. 이것이 조사와 무슨 상관이 있나. 성적으로 비하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여성단체 관계자에게 이 정도라면 일반 여성에게는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권교육이 절실하다. 박 과장 경찰이 피해 사실을 정확히 알아야 범인을 처벌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성폭력 피의자는 범행을 부인한다. 때문에 피해자와 피의자 발언에서 상반되는 부분을 확인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범인을 처벌하려면 꼭 필요하다. 경찰도 여성 피해자는 여성 조사관이, 청소년 성폭력 사건은 전문가와 경찰이 함께 조사한다. 조사관이 단순히 흥미를 위해 물어보는 것은 아니다. 이해해 달라.
●경찰은 왜 민생치안에 소홀한가 오 국장 시위를 진압하는 경비병력이 따로 있다. 하지만 파출소 직원이 비번일 때 시위 진압에 투입되기도 한다. 관련 직원의 원성이 자자하다고 한다. 국보법과 관련해서도 대학생만 겨냥하고 유력인사는 법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자의적인 공권력이다.경찰은 피의자·피해자·참고인·시민과 관계를 맺는데, 모든 관계가 왜곡돼 있다. 아동의 성폭행 문제도 언론을 통해 불거지니까 그제서야 대안을 내놓는다.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다. 최 처장 관계 정상화가 중요한데, 경찰이 그럴 힘이 있나. 오 국장 일선 형사가 납치사건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상사인 경찰서장이 직위해제됐다. 그 과정에서 특정 언론사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문도 있다. 경찰이 스스로 조직원을 보호해야 하는데 너무 쉽게 일을 처리한 것 같다. 일단 줄줄이 서장부터 직위해제다. 경찰의 과도한 패배의식·이류의식·피해의식이 문제라고 본다. 박 과장 형사계장으로 재직할 때 큰 사건이 터져 매일 새벽에야 집에 들어갔다. 임신 5개월째인 아내가 힘들다고 헤어지자고 하더라. 그래서 아내를 사건현장에 데려갔다. 시신이 있던 자리에 누워 “제발 꿈이라도 꾸게 해달라.”고 빌고, 미친 사람처럼 골목길을 다니면서 수사했다.아내는 말없이 지켜보더니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않더라. 그렇다. 경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인권을 지키는 것이다. 소중한 목숨을 빼앗은 살인범을 꼭 잡고 싶다. 경찰에겐 거창한 사명의식은 없지만, 범인을 잡아서 피해자의 억울함을 달래고 싶다는 의지가 있다. 최 처장 경찰 개개인의 잘못을 따지려는 것은 아니다. 경찰 조직문화 자체가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박 과장 한두 사람이 실수했다고 나머지 조직원이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 그래서 강남서 등에 대대적인 인사발령을 내는 것이다. 경찰도 공무원이고,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된다.
●최근 민생치안의 실상 오 국장 강력범죄가 늘어 시민이 불안해하고 있다. 시민은 골목길에서 불안하지 않길 바란다. 그런데 경찰력은 누구를 위해 쓰이는가. 외국 경찰은 전체 인력의 5%만 내근을 하는데 한국의 내근 인력은 10%나 된다. 경찰력도 시국위주로 배치돼 있다. 경미한 사건은 초동 단계에서 해결해 건수를 줄이자. 그러면 현재 인력으로도 좋은 치안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최 처장 경찰이 어디에 우선권을 두느냐는 생각을 했다. 현재는 시위를 진압하는데 중심을 두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시민을 위해 있어야 한다. 사건이 일어나면 처리하는 것에 중심을 두고 있는데 앞으로는 예방의 차원도 고려하자. 경찰의 존재자체로 범죄가 예방되는 세상이 되어야겠다. 박 과장 경찰과 시민이 힘을 합치면 치안을 유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일례로 방배서는 아파트 주민에게 가스배관에 ‘가시’를 심도록 권유했다. 범인이 타고 올라가지 못하도록 했는데 큰 효과를 봤다. 치안은 경찰 혼자보다는 주민과 같이해야 한다. 도둑을 맞았다면 사건을 맡은 담당 형사와 긴밀하게 연락해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체제로 가야 한다.
●경찰개혁의 걸림돌과 해결방안 오 국장 수사역량을 제고하는 등 개선안이 있지만 경찰은 늘 권한과 책임이 합치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물론 동의한다. 경찰은 충성스런 조직이다. 일도 많이 하고, 과로사도 많다. 근로여건은 형편없다. 고생하는 만큼 제대로 평가받지도 못한다. 경찰이 스스로 만만함을 자초하기 때문이다. 경찰 수뇌부가 주체적으로 노력할 때다. 정계 인사나 검찰, 언론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신경쓰지 말라. 오로지 시민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봐 달라. 경찰에게는 희망이 있다. 외부의 지적을 수용할 만큼 성숙해져 있다. 검찰 개혁은 힘들어도 경찰에겐 희망이 있다. 최 처장 결국 경찰이 국민의 인권을 얼마나 보호하는가에 핵심이 있다. 경찰 개인이 노력해서 바뀌지는 않는다. 조직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인권 교육을 강화하자. 미래를 위한 투자다. 경찰은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야한다. 자치경찰제에 대비해 경찰 체질을 개선하는 등 철저하게 준비하자. 박 과장 시민이 안심하고 일상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경찰로 거듭나겠다. 주민이 원하는 경찰이 되기 위해 경찰혁신위도 운영되는 것이 아닌가. 제도와 관행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 노력은 1회에 그치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경찰이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따뜻한 애정을 가져주길 바란다.
■좌담회 참석자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최명숙 한국여성민우회 사무처장 박형식 방배경찰서 형사과장 정리 박지연 이두걸기자 anne02@ <대한매일 2003. 0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