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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7호)이제 합법적인 집회와 시위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졌다. - 집시법 개악안 무엇이 문제인가.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헌법에 규정된 기본권>
1.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적법한 집회 및 시위를 최대한 보장하고, 위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함으로써 집회 및 시위의 권리의 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가 적절히 조화되게 함”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집시법 1조)
1. 헌법 21조 1항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2항은 “언론. 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 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집시법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요구를 묵살하고 개악되었다>
1. 현행 집시법도 헌법이 규정한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측면이 많아서, 그동안 줄곧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언론 등을 통해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상태에서, 현행 법률은 집회와 시위를 실질적으로 허가제처럼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특히 집회 및 시위 신고 제도를 악용하여, 장기간에 걸쳐 집회 및 시위 신고를 접소하고, 실제로는 집회 및 시위를 전혀 하지 않음으로써, 국민들의 집회 및 시위의 권리를 방해하는 사례가 빈발하는 등의 문제, 집시법 11조의 국회의사당, 법원, 헌재, 외교기관, 대통령관저,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헌재소장 공관, 총리공관, 외교사절의 숙소 등에서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는 집회와 시위를 금지한 조항 등이 가지는 위헌성 등으로 인해 많은 논란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1. 최근의 집시법 개악사태의 책임은 대통령 - 경찰 - 국회에 있다.
대통령은 집회와 시위와 전혀 무관한 부안군수 폭행사건 이후 집시법의 문제 때문에 폭력시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흥분하면서, 정부에 집시법 개정을 지시하였다. 당시 부안군수 폭행사건은 종교시설 경내(내소사)에서 벌어진 우발적인 사건으로 집회와 시위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것이었는데도, 스스로 인권변호사출신임을 내세우는 오만한 대통령에 의해 집시법 개정이 검토되었다.
경찰은 생래적으로 집회와 시위에 대한 알러지적 반응을 가지고 있는 집단이기에 더 언급할 이유도 없고, 국회는 헌법재판소 결정문의 잉크도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헌재의 결정을 전면 부인하는 법안을 소관 상임위에서 통과시켰다.
1. 그런데 최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를 통과한 집시법 개정안은 개선을 바라는 헌법적, 국민적 요구를 무시하고, 오히려 매우 심한 정도로 개악되었다. 이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와 권리를 바라보는 국회, 경찰청, 대통령의 왜곡된 즉, 위헌적, 반국민적 시각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1.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헌법적 권리로 강조되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이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자유민주주의체제의 근간을 이루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개악안을 통해,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국회, 경찰청, 대통령 등의 시도는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전복시키려는 구테타적 음모라고 규정할 수 있다.
1. 특히 집회와 시위가 민주적 의사결정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권리이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의 입장을 전달할 거의 유일한 수단임을 고려할 때, 이번 개악안 통과는 사회적 소외계층을 완전히 체제밖으로 내모는 매우 위험한 폭거이다.
1. 개악안 통과시 국회 등은 최소한의 절차도 밟지 않았다. 그 흔한 공청회도 한번 열지 않았고, 편법적 수단을 통해 입법예고기간도 거치지 않았다. 다만, 경찰청의 입장만을 수용하여 개악안을 통과시켰다.
<개악안의 검토>
1. 주요도로에서 교통소통에 장애를 발생시켜 심각한 교통불편을 줄 것이 예상되는 때에 이를 금지하도록 한 개악안은 집회와 시위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교통불편을 예상하는 주체가 교통의 흐름을 관장하고, 집회의 신고를 접수하고, 집회시 병력을 출동시켜 경비업무를 맡고 있는 경찰이라는 점은 이런 우려를 분명히 확인시켜주고 있다. 경찰은 체질적으로 집회를 원하지 않고 있으며, 이러한 조항의 신설은 집회와 시위의 권리를 한낱 행정기관인 경찰 마음대로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주요도로는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되어 있는데, 서울에만 15개의 주요도로를 지정해놓고 있다. 그런데 가량 2번 주요도로의 경우, “오류동 - 영등포역 - 여의도 - 마포로 - 광화문4거리 - 종로 - 왕산로 - 청량리 - 상봉동 - 망우리”까지를 전부 주요도로로 지정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15개의 주요도로를 지정하였으니, 서울시내에서는 사실상 집회와 시위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거나, 대통령과 경찰의 입맛에만 맞는 집회만 허가하겠다는 것이다.
1. 집회가 공공의 안녕질서에 위험을 초래할 경우, 남은 기간의 집회, 시위와 동일 목적의 다른 집회, 시위에 대해 금지 통고를 할 수 있도록 한 개악안 역시 중대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일단 집회 금지통고의 주체가 해당 경찰서장이라는 것에 유념해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모든 경찰서장은 자기 관내에서 집회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민주노총의 노동자대회에서 화염병이 등장하였던 상황이 이에 해당할텐데, 이는 구분되어야 한다. 민주노총이 화염병 투척을 의도를 갖고 기획, 실행한 것이 아니라면, 이를 이유로 민주노총의 나머지 집회나 민주노총이 실천투쟁을 전개하는 손배, 가압류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집회를 금지해서는 안된다. 또한 민주노총이 화염병에 대한 분명한 법적 책임이 있어도 이 때문에 민주노총의 집회와 시위 등 다른 권리가 제한되면 안된다. 화염병이 문제가 되면 화염병에 대한 처벌을 하면 그만이지, 이를 이유로 집회 주최자(단체)의 권리와 집회참가자, 앞으로 참가할 사람들의 권리까지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것은 나는 집회. 시위가 무조건 싫다는 유치한 속내를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
1. 집회장소가 초중등학교, 군사시설, 외국군주둔시설이고, 관리자가 시설 등의 보호를 요청하는 때에는 금지통고를 할 수 있도록 한 개악안은 아예 집회와 시위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서울시내에만 2,229개의 학교가 있고, 사실상 도시지역 전체가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각종학교 등 학교시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실정이니, 이는 집회를 아예 하지 말라는 것이다.
1. 집회현장에 사복경찰관이 출입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은 집회의 자유를 위축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지금도 중무장한 병력의 배치등, 경찰의 과도한 개입 때문에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제한되고, 참석자들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경찰의 과도한 병력 배치는 집회 참석자들을 위축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경찰관이 집회장소에 출입하도록 하고, 집회 주최자 및 참가자에게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역시 앞서의 금지규정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입장에서 보면 萬一에 집회가 개최되었을 때) 집회를 실질적으로 위축시키기는 효과가 있으며, 집회현장에서의 사진채증 등은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으로 불법적 증거 수집에 해당한다.
1. 확성기 사용의 중지를 명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은 과도한 확성기 사용으로 집회장소 인근 주민들의 생활이나 생업활동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고려할 측면이 있지만, 실제로 어떤 기준을 적용할 것인가에 따라 집회 장소에서의 확성기 사용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게 될 것이다. 구체적인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되어 있는데, 현재까지 나온 경찰의 반응을 종합하면, 주간에는 80 데시벨, 야간에는 60 데시벨 정도가 기준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일상적인 대화가 60데시벨, 집에서 음악감상하는 것이 85데시벨임을 감안하면 확성기 사용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고, 이는 다수가 참가하는 집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집회는 육성으로 집회 참가자들에게 의사전달이 가능한 인원(30명 이내쯤?)으로나 가능할 수 있을 것이고, 다수 인원이 참석한 집회에서는 확성기라는 최소한의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목소리가 큰 사람이 집회에 참석하는 것도 어렵게 되었다.
1. 집회 및 시위 자문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은, 그야말로 자문에 그치는 기구이기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일종의 면죄부 발급기관이 될 우려가 높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1. 물론 집시법이 개악되지 않고, 개선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거의 대다수가 기득권세력의 이익을 옹호하고, 스스로가 기득권자인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를 비롯한 국민 다수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인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봉쇄하려는 개악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 만약 법이 통과되면, 이제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이 땅에서 사라지고, 다시 군사정권시기로 돌아갈 것이다. 이런 경우 우리에게 방법은 별로 없다. 아예 집회 신고 없이 집회를 개최하는 불복종 운동을 전개하는 것 말고는 어떤 대안도 찾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집회신고없이 집회를 개최하는 것은 사실상 중대한 범범행위도 아니다. 그저 행정적인 신고절차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에 불과하다. 기껏해야 과태료나 물리면 되는 사안을 갖고, 경찰은 물리력을 동원해 집회를 막고, 또 집회 주최자들을 형사처벌하려고 할 것이다.
아이를 낳고도 출생신고를 (오로지 게으른 탓에) 몇 달씩 늦게한 경험이 있다. 출생신고와 집회신고가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고, 설령 집회신고를 하지 않는 것이 중대한 범범행위로 간주된다고 하여도, 할 수 없다.
앞으로 신고없는 집회가 개최된다면 이는 전적으로 대통령- 경찰- 국회의 책임이다. 집회를 합법적으로, 체제내에서 하지 못하도록 내몬다면, 법의 틀 밖에서, 체제 밖에서 할 수 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합법이냐 불법이냐 하는 유치한 가름이 아니라, 국민 기본권을 어떻게 옹호하고,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리는 1960년대 이래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유린되고, 원천봉쇄당하는 상황을 견디며 여기까지 왔다. 한국에서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제한되고 봉쇄되는 일은 그리 어색한 일도 아니다. 다시 과거 군사독재정권시절로 돌아가는 것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별 수 없다. 내몰면, 기꺼이 내몰림을 당할 방법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