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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7호)[성명서]집시법 개악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
어제 결국 “집회금지법”이 국회 법사위 소위원회를 통과하였다. 지금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고자 하는가. 암흑과 같은 5공과 유신으로 다시 되돌아가려고 안간임을 쓰고 있는 것인가
그동안 경찰당국은 집시법에 산재해 있는 각종 독소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하여 불허하고 싶은 집회가 있으면 한•두 가지 근거를 찾아내어 금지해 왔던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이와 같이 권력과 가진 자들의 집요한 집회 막기와 경찰당국의 자의적 법운영을 가능하게 해주었던 집시법의 개정 요구가 폭넓게 제기되고 있는데도, 참여정부와 그 경찰당국의 주도하에 국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오히려 집회와 시위를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금지하는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은 한마디로 집회금지법이라 할만하며 경찰의 개입과 통제를 제도화하고 강화하고 있는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소음규제 조항이 도입되어 이제 ‘소규모 침묵시위’만이 가능 하게 되었다. 확성기를 사용하는 것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되고 민사상 손해배상책임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었다. 도대체 단시간 이루어지는 집회에 소음규제조항을 도입하는 입법적 발상이 가능한가. 서울 시내 대부분의 도로가 포함되어 있는 주요도로에서의 행진도 얼마든지 경찰의 선택에 따라 금지통고가 가능하게 되었으며, 유치원, 초•중등•고등학교 등 대학교를 제외한 모든 학교시설 인근지역이 장소제한 범위에 포함되어 이제는 사실상 도시지역 전체에서 모든 집회와 시위는 경찰의 허가가 없이는 불가능하게 되었다. 서울시내에만 2,229개의 학교시설이 곳곳에 산재되어 있다고 한다.
이제 그야 말로 집회와 시위는 경찰의 허가가 없이는 불가능하게 되었고 그나마 허가되는 집회도 소규모 침묵시위로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나아가 어떻게 집시법과 같은 법률을 개정하는데, 집회를 주최하는 단체들이나, 경찰당국과 다른 의견을 가진 주체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단 한번도 거치지 않고, 비밀에 부쳐진 채 행정자치위원회를 통과하고 여기까지 올 수 있는가. 더구나, 국가인권위원회, 대한변호사협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각 법률단체들이 모두 위헌성을 지적하며 반대하고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칠 것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행정자치위원회도 그렇고 법사위도 그렇고 오로지 경찰당국의 의견만을 들은 채 집시법을 통과시킬 수가 있다는 말인가. 국회는 경찰당국의 하수인으로 스스로 전락하려는 것인가!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단순히 집회와 시위를 하는 사람들의 권리가 아니다. 그 사회가 기본적인 자유권이 있는 사회인지, 그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인지 전체주의 사회인지를 가늠하는 척도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번 집시법 개정과정에서 일부 경제단체들이 나서서 이를 적극 지지•옹호하였다는 소식을 접하였다. 정녕 가진 자들만의 사회, 사회적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봉쇄하는 파시즘으로 회귀하려는 것인가. 정녕 우리 국회에는 그 시시비비를 구분할 이성을 가진 국회의원이 단 한 명도 없다는 말인가!
국회는 지금이라도 집시법 개정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고 헌법학자, 시민사회단체 등과 함께 집시법 개정안의 위헌성과 현실적 문제점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거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03. 12. 11.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최 병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