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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4호)파병을 할 것이니, 테러방지법 제정도 서두르자는 국정원
국회 정보위원회는 11월 3일 국가정보원이 추진중인 테러방지법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이 공청회는 다분히 형식적인 절차를 밟는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보위원들은 최근 열린 전체회의에서 정부의 이라크 파병으로 국내외에서 테러위험이 높아졌다는데 뜻을 같이하였고, 올해 안에 테러방지법안을 처리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한다. 한나라당의 정보위 간사 정형근의원과 민주당 간사 함승희의원이 테러방지법의 연내 처리에 합의하였다는 것이다.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가 파병하지 않겠다는 상황에서 유독 한국만이 파병을 해야겠다는 상황도 서글프지만, 파병국면을 기회라고 생각하고, 이 때를 국정원의 영향력 확장의 기회로 삼겠다는 발상도 서글프다.
지난주 금요일(10/24) 국정원은 한국공안행정학회라는 낯선 이름의 학회가 주최한 [21세기 새로운 테러위협과 우리의 대응방향]이라는 세미나를 공식후원하였다.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이 행사에 대해 국정원은 고영구 국정원장 이름의 화환도 보내고, 많은 직원들을 파견하여, 자리를 채우고, 행사비용의 상당부분도 부담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행사가 끝나고 여느 학술행사에 볼 수 없었던 뷔페가 이어지기도 하였다.
이날 행사는 진지한 학문적 검토를 위한 것이기 보다는 테러방지법의 조속한 처리를 한목소리로 촉구하는 집회와도 같았다. 실제로 발표자들의 발표문은 모두 같은 결론에 이르고 있는데, 건국대 법대 손동권 교수는 “테러대비를 위해 국가대테러업무에 관하여 법적 근거를 부여하는 입법조치(테러방지법)만이라도 하루속히 실현되어야 한다. 법률의 뒷받침없는 국가의 테러예방활동은 오히려 더 큰 인권침해의 문제를 야기할 것이기 때문이다”라는 말로 결론을 맺었고, 중앙대 법대 제성호 교수는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테러방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테러예방 및 억제를 위한 노력이 국가적 차원에서 일사불란하게 경주되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김태진 국제문제조사연구소 연구위원도 역시 “관계당국은 테러대책 마련의 근간이 되는 테러방지법의 조속한 입법으로 반테러세계연대에 적극 동참해야 할 뿐 아니라,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테러위협에 적극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황은 비교적 분명해 보이지만, 양식있는(정말 그런지에 대해서는 전혀 자신이 없다) 학자들이 국정원의 주문생산에 의해 이런 글들을 발표했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최소한 학자들의 학술세미나이려면, 찬반 양론을 골고루 소개하든가, 아니면 예상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점검을 한다든지 하는 최소한의 학문적 감수성만은 살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식으로라도 사업의 성과를 쌓아가려는 국정원과 그 조직을 이끄는 고영구 국정원장과 차장들, 서동만 기조실장이 참으로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그 정도밖에 안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