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사람소리
> 활동소식 > 웹진 사람소리
(준비2호)요즘 우리 사회에는 어떤 인권문제가 있나?
학생들의 인권현안에 대한 인식 - 자신의 인권문제부터 정직하게 들여다보아야
청소년들과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기회가 종종 있는데, 중고등학생들에게 우리 사회에 어떤 인권문제들이 있냐고 물으면 어김없이 두가지 인권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하나는 외국인노동자들의 인권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학생이 아닌 청소년들이 할인혜택을 못 받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아시는 분은 대충 아시겠지만, 텔레비전 방송의 어떤 코미디 프로그램의 영향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여전히 많은 인권문제가 있고, 또 많은 인권문제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지만, 학생들이 보기에는 외국인노동자와 학생이 아닌 청소년들의 모습만 보이는 것은 역시 가공할 텔레비전의 위력 때문이다.
물론 청소년들이 외국인노동자나 여러 가지 이유로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들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고마운 일이긴 하다. 그런데 이런 경향은 비단 청소년들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대학생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YWCA 연합회 소속 대학생 100명은 최근 "대학생 100인 100일 릴레이인권운동 선포식"을 갖고, 오는 12월말까지 청주, 대전, 광주, 부산, 대구 등 전국 12개 지역에서 인권지킴이로써의 활동을 시작하였다.
여기서 다루는 주제들은 여성, 장애인, 외국인노동자, 청소년, 탈북자 등이며, 이들 주제는 학생들이 토론을 통해 자체적으로 선정하였다. 이러한 흐름 역시 대학생들이 자신만의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의 다양한 아픔과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일인만큼,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앞서 청소년들이나, 대학생들에게 나타나는 일종의 편견에 대해서는 한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들은 언제나 우리 사회의 인권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앞서 언급된 외국인노동자, 장애인, 매매춘 여성 등에게 여러 인권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인권문제, 자신이 속한 삶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인권문제에 대해서 언급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즉, 인권은 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남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런데 학생들이 몸담고 있는 공간은 어떠한가. 두발이니 교복문제도 그렇고, 최근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가운데 무려 72.6%인 7,536개의 학교가 체벌을 학식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공간도 인권문제에서 그리 자유로운 곳은 아니다.
일부 대학에는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총학생회 산하 등에 인권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는데, 여기서 다루는 것도 한결같이 양심수나 국가보안법뿐이다. 물론 국가보안법이 이론의 여지가 없는 파쇼악법이고, 양심수도 당장 석방되어야 하지만, 학생들이 한결같이 이런 이야기만 하고 있다는 것은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
나는 학생들이 자신들의 인권문제를 진지하게 들여다보지 않고, 오로지 남의 이야기만 하는 것은 일종의 허위라고 생각한다. 교육적 체벌이라는 이유로 선생님에게 이유 없이 감정이 섞인 구타를 당하고서도 자신이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생각하지 않거나, 자신이 낸 등록금이 제대로 쓰이지 않고 사립학교 재단에 의해 갈취당하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인권이 침해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온통 남의 인권문제만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도 어색하다.
이런 엇박자는 전적으로 인권을 한번도 제대로 배워보지 못한 탓이다. 인권과목도 없고, 인권을 가르칠 교사나 교수도 별로 없는 상황이지만, 그래서 답을 쉽게 찾을 수는 없지만, 주어진 조건 속에서라도 인권교육이 활발히 진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권문제의 당사자인 학생, 청소년들의 각성도 필요할 것 같다. 지금이라도 우리 학생들이 헌법의 기본권 조항과 세계인권선언을 읽어보고, 자신이 속한 공간이 인권의 기준에 비추어 얼만큼이나 인권침화적인지 따져보았으면 좋겠다.
인권교육은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한 권리라는 말의 의미가 새삼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