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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소리 4호] 불복종운동에 대한 언론의 시각(사설을 중심으로)
1.[경향신문] 2004년 03월 04일(목)
'표현의 자유 침해 안된다'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는 어느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헌법상의 기본권이다. 따라서 정부는 행정편의나 기타 다른 이유를 내세워 이러한 자유를 함부로 훼손해서는 안되며, 꼭 제한할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수준에 그쳐야 함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시민사회단체들이 개정 집시법과 인터넷 실명제가 집회와 언론(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며 잇따라 불복종운동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간 개정 집시법은 경찰이 주요 도로 행진을 금지시킬 수 있고, 학교·군사시설·대사관 주변의 집회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법은 국회가 개정문제를 논의할 때부터 ‘집회금지법’이라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인터넷 매체에 정치관련 글을 올릴 때 실명인증 과정을 거치도록 한 인터넷 실명제도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사실상의 국가검열제도라는 비판이 제기된 지 오래다.
물론 정부나 국회가 이러한 규정이나 제도를 들고 나온 데에는 나름대로 고충이 있을 것이다. 당장 인터넷 실명제만 해도 그렇다. 각종 뉴스 사이트의 의견란에 들어가보면 욕설이나 근거없는 매터도로 뒤범벅이기 십상이다. 이런 것들을 언제까지 방치해야 하느냐는 소리가 바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실명으로만 글을 올리도록 하는 것은 불특정 다수인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 온라인에서 잘못을 저지르면 예컨대 명예훼손죄 등으로 처벌하면 그만이다.
그 이상을 요구하는 것은 국민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정부와 국회는 집시법을 옛날대로 되돌리고 인터넷 실명제도 철회해야 한다.
2. [한국경제](23일자) 2004년 02월 22일(일)
'인터넷 실명제 반대만 할 일인가'
선거혼탁 방지냐, 표현의 자유냐.
주요 언론사나 인터넷 언론 홈페이지 등에 글을 올릴 때 실명인증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정개특위를 통과하면서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 도입 반대측에서는 법안이 국회를 최종적으로 통과해도 불복종 운동과 함께 위헌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파문은 더욱 확대될 조짐이다.
이번 논란은 지난해 정통부가 명예훼손 인신공격 루머확산 등 이른바 인터넷 역기능이 심각하다고 판단,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 도입의사를 내비쳤을 때 야기됐던 논란과 기본적으로 궤를 같이 한다.
도입을 찬성하는 쪽은 정치적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사이버 공간이 무차별 폭로와 인신공격의 장이 돼선 안된다는 것이고, 반대하는 쪽에서는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정보인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 문제는 보는 시각에 따라 견해가 다를 수 있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논란이 이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익명성을 이용한 인터넷 역기능이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만은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라는 점이다.
선거만 해도 그렇다.
사이버 공간이용이 생활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지금 잘못된 유언비어 하나 때문에 당락이 좌우될 가능성은 대단히 높다.
특히 사이버 공간의 특성이라고 할 급속한 유통속도를 생각하면 그 피해는 단시간에 회복되기도 어렵다고 봐야 한다.
국가인권위에서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 등에 비춰 위헌소지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지만 그렇게 단정하고 말 일인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욕설이나 근거 없는 비방 등이 제약되듯이 공적인 온라인 공간 또한 예외일 수는 없다고 본다.
영향력이 큰 사이버 공간에 선거관련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는 특히 그렇다. 한마디로 실명확인 자체를 위헌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한 측면이 없지 않다.
정보인권만 해도 그것이 중요하다고 해서 피해를 당하는 사람의 인권은 무시해도 좋다는 의미는 결코 아닐 것이다. 물론 인터넷 실명제의 적용 범위와 실행 방법론에 있어서 신중해야 할 측면이 없는 것도 아니다.
진정 익명성이 필요한 공간도 있을 수 있고, 실명제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방지 등 보안대책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따져야 할 일이지 실명제 도입 자체를 반대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 모두 피해자일 수 있다는 생각도 해봐야 할 시점이다.
3.[중앙일보] 2004년 03월 05일(금)
集示法 불복종 엄격히 단속해야
전국 86개 시민. 노동. 사회단체가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대한 불복종 운동을 선언했다. 이 단체들은 앞으로 불법. 탈법. 폭력집회를 열겠다고 공표한 것이나 다름없다. 새로운 집시법이 지나친 소음을 막고 주요 도로 행진을 금지하는 등 과거와는 달리 집회를 상당한 수준으로 제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집시법이 개정되고 규제조항이 신설된 것은 그동안 각종 집회와 시위에 많은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에서 집회와 시위는 보장되지만 타인의 권리와 사회의 공익을 해치는 경우는 법률로 당연히 제한할 수 있다. 시위라는 명목으로 큰길을 막는다거나 고막을 찢는 스피커를 사용하는 것은 타인의 권리와 공익을 해치는 행위다. 새 법은 확성기 사용으로 기업이나 상인이 생업에 지장받을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학교.군사시설 주변에서 경찰의 허가 없는 집회.행진을 허용하지 않는 데 대한 반발 또한 말이 안 된다. 지난해 경기도 포천 미군사격장에 대학생들이 난입해 포탄이 장착된 장갑차에 올라가 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위험천만했던 일이 재연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또 학교 주변에서의 시위를 제한하는 것 역시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다. 집시법이 폭력시위를 한 단체가 다시 같은 목적의 집회를 하려 할 경우 이를 금지하는 것은 합당하다. 쇠막대기. 화염병 등 온갖 흉기를 동원해 시위를 벌인 단체가 난폭한 집회를 거푸 여는 사례를 국민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주말만 되면 시위대의 천국으로 변하는 간선도로도 시민에게 되돌아와야 한다. 도로는 차량이 통행하는 곳이지 시위장이 아니다.
종전의 일부 시위 방식은 방종에 가까웠다. 경찰도 민주화라는 명분 때문에 방관했다. 시위가 의사표현의 한 방법이라 할지라도 법에 따라 질서 있게 진행돼야 한다. 이제 시위문화도 한 단계 높아져야 한다. 새 법은 이를 위한 것이다. 불복종 운동으로 거부한다면 이는 또 다른 형태의 폭력시위다.
4.[국민일보] 2004년 03월 05일(금)
集示法 합법적 개정 투쟁을
전국 각 시민단체들이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간 새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불복종 운동을 선언하고 법 개정을 추진하기 위해 ‘집시법 연석회의’를 출범시켰다.
민주노총은 그 첫 움직임으로 오늘 열릴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여성노동자대회’에서 서울 종로2가부터 명동성당까지 시내행진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불복종 운동과 관련한 본격적 마찰이 예상된다.
지난 연말 국회를 통과한 새 집시법은 학교나 미군시설 주변에서의 집회, 서울 세종로와 태평로 등 전국 95곳 도로에서의 행진을 금지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외국공관 주변 집회를 금지한 조항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졌음에도 새 집시법은 대규모 집회로 확산될 우려가 없고 업무가 없는 휴일에 외국공관 주변 집회를 허용한다는 내용으로 바꿈으로써 위헌적 법률이라는 논란이 있어왔다. 집회 및 결사에 대한 자유는 언론의 자유와 더불어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일반적으로는 금지되지만 특정한 경우에 국가의 처분에 의해 허용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국민이 그 자유를 최대로 향유하고 불가피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법률에 의해서만 제한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집회의 권리가 제한된 새 집시법에 대한 시민단체의 법률 재개정 움직임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불복종 운동은 고려돼야 한다. 총선을 전후해 시위가 증가하고 있는 데다 가뜩이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터에 불복종 운동과 관련한 마찰이 빚어질 경우 국민은 더욱 불안해질 것이다.
시민단체가 목표하는 것은 공권력과의 마찰을 일으키지 않고도 얼마든지 순조롭게 추진할 수 있다. 우리 나라의 시위는 걸핏하면 극렬한 방향으로 치닫기 때문에 외국 언론에서 눈요깃감 사진거리로 폄하해 온 측면이 있다. 경찰측도 유연하게 대처함으로써 서로의 갈등을 줄여나가기를 바란다.
5.[한국일보] 2004년 03월 05일(금)
불복종운동 부른 집시법
이 달부터 시행된 새 집시법은 국회를 통과할 때부터 반발이 예견됐었다.
그렇다 해도 85개나 되는 시민ㆍ사회단체가 연대기구를 결성하고, 불법행동을 해서라도 집회와 시위를 통한 집단적 의사표출의 권리를 확보하겠다고 나섰으니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불복종운동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된다. 이들의 주장대로 새 법은 단속 편의위주로 돼 있고 국민의 기본권을 저해하는 요소가 있는데도 법안심의과정에서 문제점이 걸러지지 않았다. 시민ㆍ사회단체들이 문제 삼는 조항은 주요 도로의 행진과 초ㆍ중ㆍ고 및 군사시설 주변에서의 시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과도한 기준을 적용해 소음 규제를 하는 것이다. 거의 모든 집회ㆍ시위가 불가능할 정도라고 이들은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시행령을 비롯한 하위 법령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이런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할 것이다. 특히 거리행진 제한대상이 되는 주요 도로의 수와구간이나 소음 규제기준을 조정해 운영하는 것이 좋겠다. 집회 당사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고 불필요한 충돌을 막는다는 차원에서도 탄력성 있는 법 운영이 필요하다.
다만 폭력시위가 예상되는 집회를 금지하는 조항은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 폭력시위 전력이 있는 단체의 동일장소 집회는 금지하는 것이 마땅하며 이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경찰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 이미 일부 단체는 법을 어기려고 신고 없이 집회를 하고 있다. 불복종운동은 법개정운동과 병행되는 행동이라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지만, 일부러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의사표시는 충분히 하되 합법의 범위에서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추진한다면 여론의 지지와 설득력도 높아질 것이다. 법 개정에는 일반인들을 시위피해로부터 보호하려는 취지도 담겨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6.[문화일보] 2004년 03월 05일(금)
집시법 불복종운동 자제해야
새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이 이달부터 시행된 것과 관련, 전국 각 시민단체 등이 연대투쟁에 나서 적지 않은 갈등이 빚어질 전망이다. 민주노총 등 전국 85개 시민·사회단체가 어제 ‘개악 집시법 대응 연석회의’라는 연대기구를 결성, 집시법 불복종 운동을 공식선언한 것이다.
사회정의 구현을 과제로 삼는 이들 단체가 이같은 ‘집시법 불복 종 운동’에 나서게 된 이유와 명분에는 수긍이 가는 점이 적지 않다. 집시법 개정조항을 조목조목 뜯어보면 이들의 주장대로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와 시위를 통한 집단적 의사표출의 권리’를 침해하는 요소가 곳곳에 내포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시민들은 새 집시법을 둘러싼 시민·사회단체와 경찰의 충돌로 인해 생업과 기본생활에 또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다. 따라서 집시법 불복종 운동은 최소한의 의사표시 범위내에서 진행되어야 하고, 경찰 역시 이들의 불복종 운동에 새 법의 잣대만 기계적으로 들이대서는 안된다.
사실 새 집시법은 경찰의 ‘단속편의주의’ 위주로 개정작업이 추진돼 마찰의 불씨가 예고된 상태였다. 시민단체는 물론 대한변협 등에서도 국민의 기본권 저해요소를 지적하는 의견을 여러 차례 내놓았지만 유감스럽게도 크게 개선되지 않은 채 국회처리가 강행됐다.
결론적으로 이 같은 법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현실에 맞는 합리적인 방향으로 재개정돼야 한다. 사회적 합의절차가 부족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