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형철씨 사건과 관련하여 오랫동안 경찰 문제를 연구해 오신 한국자치경찰연구소의 문성호 박사님과 경찰 조직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의 형식으로 진행된 내용입니다.
1. 이번 유영철씨 사건을 통해서 여러가지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고, 그 중에서도 경찰의 수사력 부재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연쇄 살인범을 검거한 것은 다행이지만 잡았던 범인을 놓칠 정도로 허술한 면을 보이는 등 수사 과정상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문성호 박사
- 제 생각으로는 20명 이상을 살인하는 동안 범인을 잡지 못하고 미리 막지도 못한 것은 결과적으로 경찰의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경찰을 정당화하자는 것이 아니라 외국의 경우에도 수년 동안 몇 백 명을 연쇄살인 하는 지능범에 의한 범죄가 저질러 지기도 합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결과적으로 이런 사건 자체가 경찰의 실수이지만 보다 더 큰 실수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지금은 여성들을 겨냥한 살해가 되었는데 그 이전에 부자들을 살해 했을 때 그 수법이 비슷해서 연쇄살인의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그 측면을 경찰이 간과했었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 점이 가장 큰 실수라고 봅니다.
그리고 혜화동, 강남 등에서 일어난 각각의 사건들에 대해서 경찰서 별로 수사를 진행했고 합동회의를 한다고는 했지만 형식적인 것에 그쳤을 뿐입니다. 수사를 할 때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함께 진행해 나가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경찰은 실제로 연쇄살인에 대한 가능성을 낮다고 봤습니다.
결국 연쇄살인이라는 측면에 대한 가능성을 놓친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고 그로인해 개별적인 수사만을 진행함으로 인해서 공조 수사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 경찰의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2. 그렇다면 경찰의 공조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문성호 박사
- 결국은 공조 수사를 안 한 것입니다. 연쇄살인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수사를 이루어졌다면 고강도의 공조 수사가 이루어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을 닫아 두었기 때문에 공조 수사가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왜 연쇄살인의 가능성을 염두해 두지 못하고 이러한 실수를 저지르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더듬어 가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서로 공을 내세우기 위해서 그랬을 수도 있고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범죄를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부분이 부족했을 수도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것들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큰 문제였다고 봅니다.
3. 그리고 경찰이 표방하는 과학 수사가 과연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실제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어느 정도 수준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문성호 박사
- 국립과학수사연구소라고하는 것이 있습니다만 인원도 적고 법의학자도 극소수이고 감당해 낼 수 있는 분야도 사실 적습니다. 범죄가 만연된 서구의 나라들에 비하면 아직은 우리나라가 그나마 범죄발생이 아직은 낮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도 사회뿐만이 아니라 범죄도 매스미디어 등을 본따서 서구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보자면 우리나라도 과학수사 부분을 확충해 나가야하는데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서 지금은 그렇지 못한 실정입니다.
법체계상으로 우리나라는 수사에 관해서는 검찰이 지휘하게 되어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검찰이 맘만 먹으면 모든 것을 장악할 수가 있는 그래서 잘못하는 모든 것은 경찰이고, 검찰은 모든 것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구조입니다.
법적으로는 검찰이 모든 수사권을 독점하고 있는 상태이지만 사실 현실적으로는 경찰이 초동수사를 하고 있어서 이런 부분이 정확히 맞는 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제도적으로 이런 측면이 있기 때문에 검찰 부분에 대한 책임론이 나와야한다고 생각하는데 누구하나 검찰 탓을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참 기이한 현상입니다.
과학 수사 부분도 제도적으로 보면 예산과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니까 안되고 있는 것이고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사실은 검찰에서 확충해줘야 하는데 그렇게 되어 있지 않습니다.
과학수사연구소의 예산이나 인력 부족에 대한 투자는 결국은 국회에서 예산을 많이 확보해줘야 되는 문제인데 이쯤에 가면 경찰과 검찰이 자기 관할로 하기 위해서 다시 경쟁하게 됩니다.
과학수사부분에 관해서도 머리가 좋다라고 하는 검찰이 제대로 진행 될 수 있도록 경찰을 지시 해야한다는 생각입니다. 그 다음에 제도적인 차원으로 검사들 중에서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는 옷을 벗고 경찰로 가서 현실적인 측면에서 경찰의 수사력을 보강해줘야 합니다.
검찰에게 지휘권이 있다고 해서 잘한 일들에 대해서는 내세우고 모든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경찰에게 뒤집어 씌우는 이런 기형적인 구조가 해소 되어야 할 것입니다.
4. 수사 과정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살펴보면 근본적으로 경찰 조직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경찰의 민생치안이라는 것이 큰 사건이 터져야 몰려들어서 일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경찰의 인력 운용이 시국치안 위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왜 이렇게 밖에 진행될 수 없는지, 민생치안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하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문성호 박사
- 좌파의 퇴조, 동구권 봉괴에서 알수 있는 것처럼 사실은 7,80년대에 비해서 데모라든가 시국치안에 대한 것은 많이 감소가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민주화가 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7,80년대 기준으로 보자면 민생치안이나 범죄수사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시국치안 때문에 민생치안이나 범죄수사가 많은 지적을 받는다기보다는 국가경찰제도라는 경찰제도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 국가, 중앙경찰을 쳐다봐야 인사나 승진이 잘되는 구조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경찰관들이 지역주민들을 챙기는 것 보다는 위를 쳐다보고 복지부동하는 것 - 예를 들어 전시성 기획이나 행사, 작전, 단속과 관련해서 건수를 올리는 것 - 은 이러한 것들이 자신들의 인사, 승진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지 시국치안을 신경 쓰는 그런 차원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역주민들을 챙기는 작전 등에 대해서 지역주민들을 위한다고 말은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획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민생 부분을 챙기는 것이 점점 약화 되고 있습니다.
송두율씨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왜 정보 보안 파트가 민주화 된 지금에 와서도 여전히 경찰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야 하는지 그리고 범죄 정보 수사, 범죄 정보 취급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정보과에 4천명이나 되는 인력이 매달려야 하는지...
이러한 문제도 바로 국가경찰제도 때문입니다.
이러한 것들은 앞으로 자치경찰제가 실시되면서 또는 그 이전이라도 민경간의 관계를 회복을 통해서 국민들이 경찰을 신뢰하고 적극적으로 범죄 제보 신고를 할 수 있는 풍토를 마련한다면 상당 부분 개선이 될 것입니다.
5. 말씀하신 자치 경찰제 실시를 위해서는 어떠한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문성호 박사
- 경찰 특히 고위 간부 경찰들의 태도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지금 간부 경찰들의 반대로 인해서 자치 경찰제가 시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송두율씨 사건에서처럼 기득권, 수구권이라는 세력이 아주 뿌리가 깊고 무섭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치경찰의 경우에도 그런 기득권의 태도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 사람들의 태도 변화가 쉽지 않기 때문에 자치경찰의 시행이 아주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6. 자치경찰제가 도입된다면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어떠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까?
문성호 박사
- 지금 자치경찰제를 한다는 것의 핵심은 지역주민들이 경찰의 예산 순위라든가, 어느 부분에 경찰력을 집중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에 있어서 중앙정부가 일률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참여에 의해서 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물론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만 지역주민들의 뜻과 실정에 맞는 경찰 정책이나 예산 수립이 이루어지면 민주적인 책임을 지는 경찰 활동이 이루어지게 될 것이고 그런 면에서 보면 그 지역 범죄 발생 유형에 맞는 경찰정책과 활동 등이 시행 될 수 있기 때문에 국가경찰제도 보다 장점이 크다고 봅니다.
7. 오랫동안 경찰 조직에 대해서 연구를 해오시고 계십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건을 보시면서 유사사건을 방지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현실적으로 경찰의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당부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문성호 박사
- 범죄라고 하는 것 자체에 대한 예방, 수사의 책임은 경찰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 전체에게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경찰이 할 수 있는 것은 순찰을 돌고 그로 인해서 범죄 발생 가능성을 낮추고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범죄가 일어나게 되었을 때 추후에 제대로 수사를 하는 것이 경찰의 책임입니다.
지금과 같은 유형의 사건의 경우 사회적 약자인 보도방을 통해서 일을 하는 여성의 문제에 대해서는 경찰이 대책을 세워 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사회 전체적으로 그리고 국가가 정책적으로 해야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최근에 일정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매춘여성들이 자기 자신의 권리 주장에 적극적입니다. 그러나 보도방을 통해서 일을 하는 여성들은 아직은 그렇지 못한 사각지대를 이루고 있습니다. 어쩌면 비정규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제대로 대우를 못 받는 것처럼 이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은 경찰이 세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정책적인 차원에서 해야 하는 것입니다.
영국 근대 경찰을 만든 사람은 범죄 등의 문제를 야기시키는 사람이 노동자계급 출신이 많기 때문에 그 사정을 잘 아는 계급 출신에서 경찰을 뽑아야 제대로 질서를 유지하고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고하면서 노동자계급 출신에서 경찰을 뽑도록 하게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 요즘 범죄 세력에 대한 정보가 약해져 있습니다.
우수한 인력이 수사과로 가지 않고 정보과로 빠져버리는 문제가 그전에도 있었지만 최근에와서는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경찰대 출신들이 정보과보다는 수사과나 형사과로 갈 수 있도록 많은 인센티브를 줘야 할 것 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수한 인력들이 범죄 정보도 다루고 수사를 많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범죄 정보에 대한 전문가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찰의 자세 전환이 크게 이루어져야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회는 점점 복잡해지고 서구화 되어 가고 있고 범죄도 그렇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아직도 식민지 경찰 수준에서 못 벗어나고 있습니다. 수사기법이라든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많이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