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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권인가? (권영미/ 부여중학교 교사)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9 09:54
조회
668
권영미/ 부여중학교 교사

방학은 늘 설레임을 동반한다. 방학 그 자체도 즐겁지만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탈을 꿈꿀 수 있기 때문이다. 방학이 가까워오면 이리 저리 인터넷을 뒤지고 공문을 뒤지며 내 일탈을 함께 해 줄 연수를 찾는다. 가능하면 집을 벗어나 나를 자유롭게 해 줄 수 있는 곳으로 말이다. 방학이 되면 어김없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짐을 싸들고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면 한 학기를 지탱해 줄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작년부터 나는 전교조 참실 연수나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많은 연수들 중에서 늘 한 곳에 시선이 머물렀다. 바로 ‘인권’ 이다. 왜 인권인지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뚜렷이 대답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의 시선은 줄곧 인권에 머물렀다. 이번 연수는 “왜 인권인가” 라는 질문에 나에게 해답을 제시해주었다. 내가 아이들과 만나는 지점이 바로 인권이기 때문이다.

몇 해 동안 학교 현장은 교권과 인권 문제가 부딪히면서 참 많은 담론들을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교사들의 설 자리는 좁아지고 하루가 다르게 지쳐갔다. 천박한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은 더욱 경쟁체제를 심화시키고 그 속에 아이들은 컴퓨터 게임과 핸드폰, 거친 행동으로 자신들의 소외감을 분출시켰다. 그 결과는 교사와 학생들의 갈등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정보가 개방되고 의견 표현이 자유로워지면서 학생들의 의사 표현은 자연스럽고 확고해진 반면 교사들의 단단한 권위 의식은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엔 너무 강했다. 두발, 체벌, 특기 적성, 자율 학습, 교칙 제정 등 교사 간의 너무 큰 의견 차이로 학생들의 최소한의 요구도 찾아줄 수 없으면서 교실에서 아이들 앞에 서는 것이 당당하지 못했고 늘 미안한 마음이었다. 그러면서도 강제적인 특기적성에 동의하는 희망서를 왜 내지 않으냐고 채근해야 했고, 내가 용납할 수 없는 행동에 감정이 폭발해 체벌을 가하기도 하는 자신의 모습에 절망스러울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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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실천시민연대의 인권연수는 내가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무시했던 아이들의 권리를 떠올리게 만들었고, 우리 사회와 어른들이 얼마나 단단한 권위로 아이들의 삶을 짓누르는지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다. 인권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을 담아낸 연수 내용이 모두 다른 느낌으로 내게 다가와서 참 좋았다. 소수자에 대한 인권감수성을 키울 수 있었고, 인권을 기준으로 학교와 아이들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특히 도덕 교과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던 내게 김상봉 교수님의 도덕교과서 속의 국가주의 문제 제기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아이들과 만나야겠다는 다짐을 갖게 해주었다. 딱딱한 의자에서 아침 9시부터 밤 11시까지 쉼 없이 몰아대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머리 속에서는 끊임없이 내가 만난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참 많은 것을 생각해 본 2박 3일이었다. 언제 이런 소중한 시간을 가져볼까? 강원도 영월 그 먼 곳을 마다하지 않고 온 선생님들의 열정과, 새벽까지 이어진 뒤풀이에서 쏟아내는 아이들에 대한 고민은 참으로 반가운 모습이다. 서로 다른 색깔을 가지고 아이들과 만나는 선생님들이 계시기에 “교육희망, 인권이 해답이다”라는 인권실천시민연대의 연수 표제가 정말 옳았다는 확신을 갖게 해 주었다.

연수 장소가 너무 멀어 옆 선생님과 함께 오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면서 좀 가까운 곳이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 충분히 고려해보겠다는 말씀과 함께, 연수 장소가 어디든 함께 할 수 있는 진정성을 가진 선생님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는 말씀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진정성을 가지고 아이들과 만나자. 그러면 아이들과 함께 한 곳을 바라볼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마지막으로 2박 3일 동안 풍요로운 연수 내용과 자연 그대로의 건강한 먹거리로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신 인권실천시민연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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