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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교사인권강좌 종료…인권과 교육의 실천적 만남 고민 (이지연/ 인권연대 인턴활동가)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9 09:56
조회
586
이지연/ 인권연대 인턴활동가
우리사회의 미래를 만드는 중요한 공간은 교육이다. 그래서 인권친화적인 사회를 위해 교육에 ‘인권’이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 교육 현장에서 직접 활동하고 있는 교사들과 함께 인권친화적인 교육을 위한 고민을 함께 나누는 일은 의미가 있다. 더구나 우리사회에 인권의식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교육현장에서의 인권교육의 부재라는 사실을 놓고 보면 더욱 그렇다.

인권연대가 지난 7월 24일부터 26일까지 진행한 ‘2006년 여름 교사인권강좌’는 바로 ‘인권’과 ‘교육’이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를 현장의 교사들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지난 1, 2기와는 달리 이번 3기 강좌는 ‘서울시교육청 특수분야 직무연수’로 지정되어 현직 교사들만을 상대로 진행되었으며 강원도 영월에 위치한 예림미술교육원에서 2박3일 일정으로 이루어졌다.

진정한 인권적 가치 실현의 모습 찾기

이번 강좌는 단순히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한 인권문제를 다루는 것에서 벗어나, 인권에 대한 개념과 역사적 배경 그리고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인권문제를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등 포괄적 인권문제에 대한 이해를 포함하고 있었다.

인권은 권리라는 구체적 형태로 제시되는 기제이긴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왜 인권이어야 하는지, 인권 침해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문화적 담론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도덕 교과서와 인권’을 주제로 첫째 날 강의에 나선 전남대 철학과의 김상봉 교수는 인권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정작 반인권적인 시각이 팽배한 한국 사회의 교육 문화의 문제를 국가가 주도하는 도덕교육의 사례에서 지적하였다. 김 교수는 “현재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도덕교육은 타율적 강제의 체계로 이루어져있다”라고 지적하고 “이로 인해 타율적 강제에 학생들을 길들이는 과정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언급했다. ‘선’을 내세우는 도덕 교육이 사실상 맹목적인 길들이기의 과정에 불과하다면, 존엄하며 자율적인 인격체를 상정하는 인권의 철학과는 결코 양립할 수가 없다.

또한 일반적인 도덕 교과서의 내용이 타인과 공동체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것만이 보람있는 삶이라는 진부한 교훈만을 답습하는 것도, ‘나에게 이러저러한 권리가 있다’라는 인권의 표현과도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인권의 문제는 자기 자신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통해 타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과정에 좀더 많은 관심이 있다는 점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이에 더해 김 교수는 ‘도덕’이 ‘강자의 도덕’으로 사회적 약자에게 강요되는 흐름을 냉철하게 직시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도덕 교육의 올바른 사회적 역할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이 깨어있는 문제의식과 적극적인 실천의 의지를 갖고 “학생들이 자기 자신의 욕망을 자율적으로 규제하고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형성할 수 있는 자기규정의 능력을 함양 할 수 있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였다.

‘차별 넘어서기’를 주제로 진행된 둘째 날에는 한국 사회의 주요한 인권 문제인 장애인, 성적소수자, 이주노동자에 대한 집중 탐구가 진행됐다. 박숙경 시설인권연대 활동가의 장애학생의 교육권에 대한 강의에서는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의 통합교육에 관한 열띤 논의가 벌어졌다. 특히 교사들은 현장에서 직접 겪는 통합교육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얘기했다. 토론 과정에서 장애학생의 교육권 침해라는 관점에 앞서 비장애학생들의 인권과 교사의 인권에 대한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장애학생들의 인권보장과 차별에 대한 극복, 그리고 앞으로 지향해 나가야 할 방향이 장애/비장애를 구분하지 않는 통합교육이라는 것에 있어서는 모두가 의견을 같이 했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채윤 대표는 성소수자의 개념정리부터 첨예한 논쟁과 현실적 과제까지 훝어주었고, 아시아인권문화연대 이란주 대표는 10여년 동안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생활하고, 때로 싸웠던 생생한 경험을 전해주었다. 박숙경, 한채윤, 이란주씨 등 3명의 여성활동가가 전해준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는 인권이 단순한 차별극복을 넘어서 또 다른 질적 재구성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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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마지막 강의는 ‘땅콩선생, 드디어 인권교육하다’(우리교육, 2003)의 저자로 참여한 구일고등학교 박현희 선생의 인권교육 체험담 나누기 시간으로 진행되었다. 박 선생은 교사들이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영역에서도 학생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일상 속의 실천과 의식의 변화를 통해 학교공간에서 학생들의 진정한 인권보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라고 말했다. 사실, 대부분의 교사들이 학생과의 관계를 고민하지만 정작 바람직한 관계를 세운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문제이다. 인권은 올바른 관계를 설정하기 위한 주춧돌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박 선생도 ‘교사-학생간의 권위적 관계를 깨고 인권의 기준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고 그들의 의사가 실현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학생들 스스로 자기 존엄성을 깨닫고 학급 운영에 적극 참여할 수 있다’라고 지적하였다.

특별활동 수업에서 인권을 주제로 학생들과 진행하는 모둠 활동에 관한 설명은 학교 현장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이기에 강의를 듣는 교사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개별 교사들의 적극적인 의지에도 불구하고, 몇몇 동료 교사들의 무관심과 학교의 반교육적 권위주의 문화 등의 제약은 여전히 넘기 어려운 산으로 다가 서 있다. 박 선생은 “결국 인권과 교육의 진정한 만남이 이뤄지도록 교사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것만이 가장 빠른 지름길”임을 강조하여, 수강생들의 공감을 얻었다.
체계적인 인권교육의 필요성

전반적으로 이번 교사인권강좌는 학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교수들의 이론적인 설명과 사회현장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 교사의 경험이 반영된 강의가 병행되어 이론과 현실의 접목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좌에 참여한 교사들이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잘 모르겠다’였다. 도덕교과서의 문제점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이어진 강의에서도, 장애학생의 통합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는 강의에서도, 같은 학교 현장에서 활동하는 동료 교사가 직접 느낀 인권을 소재로 한 강의에서도 선생님들의 질문 앞에는 이 말이 따라다녔다. 현실에서 실천과 함께 하는 인권교육이 학교현장에서는 부재하고, 교사들 또한 이러한 인권교육을 받을 다양한 기회를 제공받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현실은 강좌를 마친 뒤 실시된 설문조사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거의 모든 교사들이 전문인권교육으로는 이번 강좌가 처음이라고 응답하였으며, 이전에 경험이 있다는 2-3명의 응답도 그 경험횟수가 1~3회에 불과했다. 여전히 현장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체계적인 인권교육의 구축과 확대가 절실히 필요하다.

2박3일이라는 짧은 기간만으로 모든 인권교육이 이루어질 수는 없다. 인권감수성은 어느 한 순간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며, 인권 개념 역시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우리 사회 안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게 된다. 따라서 인간의 삶에서 함께하는 실천적인 인권의식을 형성하려는 교육이라면 지속적으로 이루어 질 수밖에 없으며 끊임없는 반성과 개혁이 필요하다. 비록 아직은 소수에 의한 참여와 노력일지라도, 교사인권강좌에 참여하여 의욕적으로 고민을 하는 교사들이 있기에 그 앞날이 어두워 보이지만은 않는다.

 
 교육의 희망을 보았던 교사인권강좌

정규원/ 인권연대 인턴활동가



‘교사인권강좌’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조금 우습다고 생각했다. 교사와 인권이라는 개념이 잘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의 초, 중, 고 12년의 학교 생활동안 만난 선생님들 중에 인권이라는 걸 염두에 두고 교직 생활을 하시는 분이 얼마나 계실까란 생각을 했다. 물론 그 분들을 모두 싸잡아 비판하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학교라는 집단 내에서 이미 짜여진 틀 자체는 정말이지 ‘반인권적’이다. 그 틀은 그다지 인권적이지 않은 선생님들조차 어느 정도는 이해해줘야 할 만큼 굉장히 견고하다.


 내가 선생님이 되고 싶지 않다고 늘 외쳤던 이유는 바로 그거였다. 세상의 어느 곳이 그렇지 않겠냐마는, 학교라는 곳에 너무도 견고하게 세워져 있는 권위주의의 틀은 날 분명 힘들게 할 것이라 생각했다. 난 반장의 구령에 맞춰 반 전체 학생이 선생님에게 인사하는 것이 싫었고, 내가 인사했을 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고개만’ 끄덕이는 선생님들도 싫었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내가 선생님들과 사이가 굉장히 안 좋았던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도 않았다. 난 다만 아무리 좋은 뜻을 품고 교직에 선 선생님이라 할지라도, 학교라는 곳은 어쩔 수 없는 곳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한 발 물러났던 것뿐이다. 난 늘 생각했었다. “현재 우리의 교육은 절망적이다. 방법이 없다.”


 그런데 지금 나는 말한다. “그래도 우리 교육에 아직은 희망이 있다.” 라고 말이다. 2박 3일 동안 영월에서 만났던 선생님들 때문이다. 사실 그 분들 조금 특별나신 거다. 황금 같은 방학에 가방 챙겨 인권교육 받겠다고 강원도 산골짝까지 오신 열정만 봐도 말이다. 물론 2박 3일의 연수가 그 분들의 생활 자체를 완전히 바꿀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그 분들의 배움을 믿는다. 최소한 그 분들은 돌아가서 학생들에게 교무실 청소를 시키면서 꺼림직해는 하실 것이다. 학생들이 인사할 때 한 두 번은 더 활짝 웃으며 받아줄 것이다. 매를 들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실 것이다. 학생이 장애를 가지고 있는지, 성소수자인지 한 번 더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조는 학생들에게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이 어떻다라고 한 번쯤 말해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강의가 좋았지만 난 박현희 선생님의 강의가 가장 좋았다. 선생님께선 교육 현장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반인권적인 상황 -아침자율학습, 학생에게 교무실 청소 시키는 것, 야간자율학습 등- 에 대해 나서지 반항하지 못하고 ‘난 몰라’ 라며 피하고만 있는데, 그런 내가 과연 인권교육을 시킬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셨다고 한다. 난 선생님의 고민하는 그 자세가 좋았다. 그리고 느꼈다. 다른 선생님들도 이런 비슷한 고민들로 힘들어하고 계신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쌓아왔던 벽이 조금이나마 허물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대학 1학년 때 고등학교 2학년 담임선생님을 우연히 만나 맥주를 한 잔 한 적이 있다. 그 때 선생님께선 그러셨다. “학교가 학생 생각을 안 해. 학생을 위해야 하는데 말이야. 내가 답답해.” 그 때 선생님의 눈엔 눈물이 아렸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우리 때문에 교감 선생님께 우리 보는 앞에서 호되게 혼나셨던 적이 있다. 그 때 우리는 운동장에 나가서 발로 ‘선생님 사랑해요’를 크게 썼었다. 그 때 선생님의 눈에도 눈물이 글썽였었다. 그 눈물에서 봤던 희망을 떠올렸다. 나는 바란다. 이번 연수를 마치고 돌아가신 선생님들의 눈에서 학생들이 나와 같이 눈물을 볼 수 있기를, 그리고 희망을 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