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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콘도’를 아시나요? … 꿈틀거리는 중남미의 일상을 읽다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9 10:32
조회
572
‘맥콘도’를 아시나요? … 꿈틀거리는 중남미의 일상을 읽다
- 인권연대 중남미 강좌 종료

사람소리 편집부



34개국 약 5억 명의 인구. 기존의 원주민어 이외에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영어, 불어, 네덜란드어가 혼합된 언어 공동체. 인디오, 유럽계 백인, 흑인, 메스티소, 물라토, 삼보로 구성된 다양한 인종. 그리고 권위주의부터 민주주의와 사회주의까지….

간단히 ‘중남미’ 혹은 ‘라틴아메리카’로 말하는 지역의 간단하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남미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카스트로나 차베스로 대표되는 ‘반미적’ 정치 실험과 중남미의 풍부한 관광자원만이 호기심의 전부가 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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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엔 차베스만 있나?

지난 4월 3일부터 매주 화·목 저녁에 인권연대 교육장에서 진행된 기획강좌 ‘중남미 세계의 이해’는 중남미 지역 사회 전반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걸쳐 집중적으로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이번 강좌의 주요 대상은 중남미에 관심을 갖는 비전공자들이다. 사실, 대학을 벗어나 일반 시민들이 중남미 세계를 구석구석 훑어 볼 기회는 많지 않다. 대학도 크게 다르진 않다. 중남미 학과가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대학은 거의 드물다. 대부분 스페인어나 스페인문학과에서 부분적으로 다뤄지고 있을 뿐이다. 형식적인 여행안내서 외에 쉽고 친근하게 중남미를 접할 수 있는 전문 도서도 생각보다 많지 않다.

8강으로 구성된 이번 강좌에서는 고대 문명에서부터 해방 공간과 쿠바 혁명, 차베스의 자원민족주의와 지역 경제통합 운동,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과거청산 등을 다루며 중남미 지역의 역사와 문화, 정치, 경제, 사회를 골고루 다뤘다. 또한 스페인 바로크 문학에 뿌리를 두고 있는 중남미 문학의 큰 틀을 읽어가며 지역민들의 생생한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로 교사와 대학생들로 구성된 40여명의 수강생들은 단편적인 정보와 선입견만으로 이해하던 중남미 지역을 전문가와 함께 구체적으로 나눌 수 있었던 자리라고 평가했다. 한 수강생은 “‘차베스 대 미국’을 강조하는 언론의 보도가 다분히 서구적 관점에서 ‘반미’에 대한 대중들의 호기심에 기댄 것임을 알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차베스의 정치적 행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베네수엘라의 석유 자원과 대외 정치경제적 맥락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의 정체성을 이루는 역사와 문화를 함께 바라봐야 하기 때문이다.

중남미 국가들은 19세기 초에 4백여 년에 이르는 유럽의 식민통치로부터 해방되고, 세계 대공황을 계기로 수입대체산업화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1959년의 쿠바 혁명은 ‘중남미란 무엇인가’ 라는 모호한 물음을 역사적으로 구체화한 사건이었으나, 1980년대의 외채위기와 이에 따른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이라는 대혼란의 흐름 속에서 중남미의 정체성은 다시 한번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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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중남미의 정체성 탐구

특히, 수강생들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세계화의 벽을 마주하고 있는 중남미의 미래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시민운동을 하는 한 수강생은 “‘마꼰도’와 ‘맥콘도’의 비유가 특히 인상에 남았다”라고 말했다. ‘마꼰도’는 가르시아 마르께스가 ‘백년간의 고독’에서 창조해낸 마을로 중남미 역사의 축소판과 다름없다. 반면, ‘맥콘도’는 ‘맥도날드, 맥킨토시, 콘도미늄’으로 구성된 세계화된 마을로, 국가정체성에 대한 탐구의 짐을 벗어버리고 미국의 영향과 세계화 과정에 적극적으로 돌입하려는 문화적 흐름을 가리킨다.

다른 수강생은 “최초의 중남미 문학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다는 콜럼버스의 항해일지라는 문학 강의를 듣고, 중남미의 정체성 문제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라고 말했다. 중남미 지역의 문화가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의 부산물로 여겨지는 이면에서, 원주민들의 삶을 기록하고 복원하고자 하는 노력이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에서다.

이번 강좌는 총8강에 그쳐 보다 세세한 중남미의 모습을 살펴보지 못한 한계도 있다. 시간적으로 수 천 년 혹은 수 백 년의 역사를 읽어내야 하는 문명이나 문학 강의는 주어진 시간이 짧아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중남미 지역의 전체 흐름을 개괄적으로 확인하다 보니, 종교 문제를 비롯하여 소수 인종들의 구체적인 삶과 문화를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어려웠다.

‘이슬람 세계의 이해’에 이어 지역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 강좌를 진행한 인권연대는 앞으로 보다 많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좀 더 심화된 중남미 강좌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중남미 강좌의 강의록은 별도로 구입할 수 있다.

관련 문의: 인권연대(02-3672-9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