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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여름 교사인권강좌 후기> 사람이 더불어 사는 세상, 그리고 그것을 위한 교육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9 11:26
조회
449

염경미/ 매현중학교 교사



방학을 하고 난 후, 한숨 고른 시간을 보낸 뒤의 짧은 직무연수 시간은 참으로 소중하고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인식이 곧 실천이라는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그동안 무지에서 오는 잘못이 얼마나 많았나를 반성하고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다. 더구나 평소에 같이 공부하는 소모임 여신모(여신들의 모임-경기여성학공부모임)의 동료들과 함께 신청하여 공부했기에 그 효과는 열배이상 진전되었고 연수 후 공부모임은 더욱 즐거웠다.

나는 중학교에서 사회교과를 가르치는데 중학교 2학년 7단원의 “법과 사회”를 가르치게 될 때 가장 상위법인 헌법을 가지고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일일이 예를 들면서 수업을 하게 되는데 내용이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많다. 가르쳐 주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시간이 모자라서 7단원을 먼저 가르치고 5,6단원을 후미에 배치해서 가르치곤 한다. 우리 우리의 일상이 교과서에 적힌 법대로만 된다면 정말 괜찮을 것이고 꽤 살만할 것이다.

그러나 법은 너무 멀리 있고 현실의 무게는 천근만근 무거운 것이거늘, 당장에 진행되고 있는 쌍용자동차 해고무효투쟁이나 시국선언교사들의 중징계 등등... 그 어떤 것도 법에 의해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는 현실에서 인권을 존중받거나 보장받기란 참으로 아득하기만 하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그 어떤 작은 권리의 확보일지라도 끈질긴 투쟁의 결과일지니 우리가 그것을 알고 노력한다면 하나씩 사람이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에 기여할 것이라고 믿는다.

오창익 사무국장님의 인권에 대한 기본적 인식의 확장-모든 사람의 권리, 사람이란 누구인가? 권리란 어떤 것인가 하는 짧은 시간이 아쉬웠다. 이것이 곧 인권의 확대과정일 것이다.

첫날, 박경서 선생님의 “한국사회와 인권” 강의는 우리나라가 인권을 국가적으로 다룬 짧은 역사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그는 우리나라 초대인권대사이며 국가인권위 상임위원을 지내고 지금도 대학에서 인권에 대한 강의를 하고 계시는 분으로 세계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가진 분이셨다. 세계인권선언 이후 진행되어온 여러 가지 상황들을 집어주셨고 개괄적인 내용의 강의가 나에게 도움이 되었는데, 강의 제목에서처럼 한국사회의 인권에 대한 현주소 등을 정확히 진단하는 것은 피하셔서 아쉬웠고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를 누비며 몸소 체험한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사례 등이 부가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둘째 날, 종교학을 전공하시는 이찬수 선생님의 “우리에게 학교란 무엇인가?”강의는 인상적이었다. 선생님은 부당해직으로 매스컴을 타기도 했지만 여전히 복직되지 않은 채 생활하는, 살아있는 인권침해 사례의 본보기이다. 외모는 유약해 보이지만 그분의 정신세계는 종교의 관용과 화해의 정신을 전파하는 데에 몹시 강해보였다. “옳은 것을 옳다 하면 고난을 받을 것이고, 그때 주변의 무서운 침묵은 부당한 권력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아니오, 안됩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옳은 것을 옳다고 한 것은 맞습니다. 라고 맞장구치는 게 중요하다” 고난을 받는 약자를 위해 연대하고 지지하는 것이 바로 끈으로 연결된 연대라고 한 선생님의 수업은 정말 명강의였다.

오후에 이어진 김상봉 교수님의 “국가주의 교육과 인권사례”강의는 역시 철학적이었다. 교육자와 피교육자의 만남은 비대칭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과 이 비대칭적인 만남은 바로 교육이 도구화될 위험의 원인이라는 점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는 교육이 사회화의 도구로, 국가권력을 합법화하고 강화시키는 정치교육의 수단으로 이용된 경험을 수없이 가지고 있으며, 그 위험성은 삶의 깊은 곳까지 파고 들어와 있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루어지는 국가주의 교육에 대한 더 깊은 이야기가 이루어지지 못한 부분이 많이 아쉬웠다.

둘째 날의 마지막 시간인 이필우 선생님의 “인권교육 실천사례”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학교에서 학생인권을 실천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학생회 자치능력의 신장과정을 통하여 주체적으로 확장한 사례를 잘 보여주어서 정말 인상 깊었다. 인권의식이 앞선 교사들의 실천과 애씀이 얼마나 중요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이 과정을 경험한 내서여고의 학생들은 이 시대 고등학교 학생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경험을 배우고 실천한 복덩이들이라고 생각되며 그들에게 무한한 박수를 보낸다.

셋째 날, 김녕 교수의 “인권과 교육”강의도 매우 좋았다.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사례와 인권 친화적 학교문화조성을 위한 가이드, 나아가 각 교과에서 실현할 수 있는 인권수업 등의 내용을 통해 갈수록 교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치는 계기가 되었다. 김녕 교수는 교사의 인권교육이 왜 중요한가를 알려주었는데, 특히 교사들이 끊임없이 자기반성을 하고 인권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학습 및 실천을 해야 한다는 데에 적극 공감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김희수 변호사님은 “학생인권,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강의를 통해서 법의 합법성과 정당성 사이의 논란에서, 정당성 없는 법은 법으로서 제 가치를 할 수 없으며 정당성이 뒷받침 될 때 법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는 명쾌한 결론을 내리셨다. 즉 수많은 법적 논란이 되고 있는 현실사례, 국가보안법, 사형제도, 미디어법의 개악, 집시법 등 국민적 합의 없이 간접적인 민주주의 절차에 의해 이루어진 수많은 악법들이 우리생활에 미치는 영향과 그것이 법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우리를 옥죄는 힘에 대하여 명쾌히 알게 되었다.

연수 내내 막연히 알고 있던 인권의식이 명쾌해지는 느낌이 들었고 시간적 제한으로 인해 접근하지 못한 여러 가지 부분에 대한 아쉬움도 컸다. 매 학기마다 이루어지는 인권연수를 받고 우리가 함께 사는 이 시대에 인권의 사각지대에 갇혀 억눌린 사람들을 찾아내고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손을 내미는 실천적 삶을 나누는 일에 함께 해야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마지막 날에 전철에서 일어난 짧은 사건이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3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야윈 남성이 전철에서 빵을 먹고 있는 젊은 여성에게 다가가 빵을 구걸하였는데 그 여성은 끝내 나누지 않고 거절하였다. 그는 너무나 무안하여 다른 칸으로 이동하였다. 그것을 본 우리는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그는 어떤 위협이나 무례한 언행을 하지 않고 너무나 배가 고프니 먹을 것을 조금만 달라고 했는데... 그의 배고픔에 우리는 모두 방관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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