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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겨울 교사인권강좌 후기> 차별을 넘어 공존의 장으로 - 다양성과 인간의 존엄성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9 10:58
조회
553

은승우/ 인권연대 인턴활동가



새해를 맞이하는 제야의 종소리가 전국에 울려 퍼진 지 어느덧 두 주가 흘렀다. 바로 전 주에 있었던 제9기 <인권교육 직무연수>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제10기 <인권교육 직무연수>가 시작되었다. 칼바람이 여민 옷깃 사이를 파고드는 추운 날이었지만 강의에 임하는 강사들과 수업을 듣는 교사들의 열기에 강의실 안은 후끈 달아올랐다. 인권연대가 주최한 제10기 <인권교육 직무연수>의 주제는 “다양성과 인간의 존엄성”이었다. 나는 이번 강의를 통해 한국 사회의 다수가 자신들과 소수와의 차이에 대해 상당히 왜곡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왜곡된 시각은 소수자들에게 ‘차별’이라는 서슬파란 칼날을 휘두르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아마도 나뿐만 아니라 이번 연수에 참여한 교사들과 동료 인턴들에게도 한국 사회의 현실을 되짚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강좌 첫날은 ‘한국 사회와 인권’을 주제로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이 강의를 시작했다. 홍세화 선생은 1979년 이른바 ‘남민전’ 사건을 계기로 프랑스에서 망명생활을 하였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라는 책은 한국 사회에 ‘똘레랑스’라는 화두를 던지기도 했던 유명한 작품이다. 강사의 그러한 유명세 때문인지 강의를 듣는 교사들의 눈은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홍세화 선생은 똘레랑스와 인권에 대해 말씀하셨다. 똘레랑스라는 용어는 우리말로 정확하게 번역하기는 힘들지만 관용이라는 단어와 가장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즉 이 말은 타자를 용인하고 화이부동(和而不同)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타자를 인정하기 보다는 동이불화(同而不和)함으로써 모든 것을 나의 틀 안에 맞추고 그들을 나의 잣대로만 판단하려고 한다. 홍세화 선생의 강의는 이러한 우리의 편협한 사고를 좀 더 유연하게 할 수 있는 기제로 작용하였다.

홍세화 선생의 강의에 이은 두 번째 시간은 ‘획일화 교육과 대안교육’을 주제로 한 고병헌 성공회대 교수의 순서였다. 고병헌 교수는 지금까지 우리가 받아 왔고 현재도 받고 있는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고병헌 교수가 지적한 문제는 우리가 교육을 통해 얻게 되는 앎이 삶과 일터를 유기적으로 연결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교육현장에서 배우고 있는 것은 대부분 일터에서의 쓸모만을 생각한 앎이다. 이렇게 철저히 기능화 된 앎은 우리의 삶과 일터를 철저하게 분리하고 있으며 우리가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고병헌 교수는 이 강의를 통해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키워주었고 앞으로 부모와 교사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두 번째 날은 <용산 나눔의 집> 대표인 최준기 신부의 강의로 시작했다.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살기’ 라는 주제 아래 시작된 이 강의는 한국 사회가 이미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주지시켰다. 그리고 다문화 시대에 한국 사회가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과연 어떠한 일들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으며, 다문화 사회인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의 원인을 찾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두 번째 강의는 박현희 구일고등학교 교사의 강의로 시작되었다. ‘인권교육 실천사례’를 주제로 진행된 이 강의는 다른 강의와는 달리 모든 선생님들이 참여하는 방식의 강의였다. 박현희 교사의 강의는 다양한 교육용 자재를 가지고 인권이 무엇인지에 대해 내가 직접 생각해보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공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모든 교사들이 직접 참여하는 수업이어서 그런지 수업에 참여하는 교사들의 열의가 아주 돋보였다.

세 번째 강의는 이웃사랑교회의 전성표 목사가 진행하였다. 강좌의 주제는 ‘생명의 의미를 통해 본 인간의 존엄성’ 이었다. 전성표 목사는 강의가 시작되자마자 우리에게 ‘과연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이러한 물음을 통해 나는 우리가 말하는 생명은 유기적인 생명체 그 자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생명체가 살아가는 환경을 포함한 개념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과연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환경은 어떠한 것이며 과연 이러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사회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하나의 생명으로 존중받을 수 있을까? 나는 전성표 목사의 강의를 통해 이러한 문제 제기를 하게 되었고 한국사회를 인권환경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마지막 날은 <수유+너머> 고병권 대표의 강의로 시작했다. ‘인문학적 상상력과 공감교육’ 이라는 주제로 시작된 이 강의는 우리에게 현장에서 인문학의 필요성에 대해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인문학자들이 교도소 등 현장에서의 인문학교육을 통해 피교육생들의 삶에 어떠한 변화를 주었는지 그리고 과연 그러한 교육이 그 교육을 담당한 인문학자에게는 어떠한 변화를 가져다 줬는지도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3일간의 모든 강의는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의 모둠활동으로 마무리 지었다. 오창익 국장은 교사들을 위한 인권연수인 만큼 교육현장에서의 인권을 중심으로 강의를 했다. 학생에 대한 체벌, 소지품검사 등의 실례를 들어가며 진행된 강의는 교사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또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불심검문에 대해서도 과연 불심검문이 어떠한 식으로 우리의 인권을 침해하는 지 등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이렇게 3일 동안 진행된 <인권교육 직무 연수>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막을 내렸다. 배움 속에는 길이 있다고 한다. 배움을 통해 내가 평소 보지 못했던 길을 보게 되고 또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번 <인권교육 직무연수>를 통해 한국에서의 인권문제에 대해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것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한국사회의 인권 선진화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는 계기도 되었다.

배움을 통해 새로운 것을 보고 새로운 생각을 하는 것만큼 짜릿한 경험은 없을 것이다. 이번 10기 교육을 마지막으로 2009 겨울 교사 인권연수는 끝났지만 2009년 여름이 벌써 기다려지는 것은 바로 배움을 통해 느끼는 이러한 설렘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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