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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여름 교사인권강좌 후기> 내 인권에 먼저 깨어 있기!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9 13:31
조회
483
주윤아/ 회룡중학교 교사

이번 방학도 나는 어느새 <교사인권연수>가 열리고 있는 남영동 인권기념관 강의실에 앉아 있었다. 친구 소개로 처음 교사인권연수를 접한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이번 연수는 교육청이 지정하는 직무연수는 아니었다. 점수 없는 연수여서 그런지 자발적으로 이를테면 교사인권연수에 중독(?)된 선생님들이 대부분이었다. 어느 때보다 참석자들은 진지했고, 몰입했다.

고병헌 교수는 이론보다는 삶에 주목한 강의를 했다. 거의 막장 드라마 식의 인권침해가 현실인 상황에서 지금 여기서 내가 ‘다르게 살기’를 실천할 때, 주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고, 그 희망의 메시지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동력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강조했다. 점심식사를 함께 하면서, 고 교수의 진지한 사회적 실천 중에 자기가 사는 동네에 대한 실천도 중요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은평구의 까페 <마을>을 중심으로 청소년들과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었다. 나도 그 자리에서 희망의 씨앗 하나를 분양받았다.

조광제 철학아카데미 상임이사는 소탈한 모습에 꾸미지 않는 유머로 철학 강의를 꾸며주었다. 자본주의 역사를 자본과 감각이라고 하는 두 축을 중심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주었다. 대학 다닐 때 부담백배로 여겼던 [자본론]도 알기 쉬울 정도로 쉽게 정리해주었다. 무엇보다 진정으로 인간의 얼굴을 할 수 없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 내에서 ‘전면적이고 심오한 감각’ = ‘인문 예술적인 감각’을 누리기 위해 항상 노력하라는 당부의 말씀이 가슴에 와 닿았다. 물욕이 없는 편이라 자부하던 나도 언제부터인가 우리 동네 아파트 시세에 눈길이 가고, 통장 잔고가 줄어드는 것이 이유 없이 불안했던 것이 이미 소유 감각의 노예가 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각성하며, 내친 김에 옆자리의 동료 선생님과 히죽대며 핑계 거리 하나를 쑥덕거렸다. ‘감각을 발달시키기 위해, 좀 더 자주 만나 놀자구!’

하상섭 연구원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라틴 아메리카의 인권 이야기를 들으며 경악하기도 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의 아픈 이야기로 우리는 진지해졌다. 세계화 시대에 어필할 수 있는 외모의 소유자 이성훈 한국인권재단 이사님은 오랜 세월 외국에서 활동하신 경험을 토대로 세계에서 인식하는 한국의 인권현실을 비교적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저울질하며 이야기해 주셔서 시간가는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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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나는 셋째 날 한재훈 훈장님의 ‘왜 공부인가’라는 강의 내용 하나하나가 가슴 속 깊숙히 들어와 박히며 나를 성찰하게 하였고, 그 어느 때보다 교육 본연의 의무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해 준 시간이었다. 인권 강좌에 웬 생뚱맞은 훈장님의 공부 강의인가 싶기도 하겠지만, 훈장님 강의를 들으며 학생들을 지식 주입에 내몰고 있던 교실의 내 모습과 옛 성현들께서(감히 비교 선상에 올리는 것조차 민망하지만) 한평생 자신을 수양하며 제자들에게 ‘도’(진리)를 일깨워 주기 위해 몸과 마음을 다해 공부를 하고 가르치던 모습을 상상하며 존경과 성찰을 되새김질한 시간이었다. 중고교 시절 한문 시간에 배운 사서삼경의 해석들이 얼마나 사전적이고 실용적으로 왜곡되어 있었던 것인가를 알게 되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마 지금 이 순간의 한문 시간도……. 훈장님의 강의는 신규교사연수를 비롯하여 이 땅에서 그래도 교육자라고 자칭하고 싶은 사람들은 교양필수로 꼭 들어야 한다고 자부한다.

교사라면 꼭 들어야 할 강의들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 선생의 강의는 사상가의 반열에 오를만한 학식과 대가다운 면모를 제대로 보여준 시간이었다. 4시간에 가까운 휴식 없는 강의에도 아무도 쉬었다 하자는 일언반구 없이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몰입하게 되는 최고의 강의였다. 무상급식 실시의 본질을, 기본 소득을 지급하는 사회로 진보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 지역화폐의 개념과 통용의 방법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되어 강의 듣는 동안 내가 몸담고 있는 단체나 모임 중에서 이 지역화폐통용을 실험해 볼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를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이심전심, 동료 참석자 역시 같은 시각, 같은 내용을 고민하고 있었다. ‘역시 김종철 선생만의 괴력의 카리스마와 내면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진심은 상대를 움직일 수밖에 없구나.’ 다시 한 번 경탄하며…….

마지막 날, 정재원 연구원의 강의는 일단 신선했다(강사가 남자라는 것부터). 교사 대부분이 여성인지라 내심 여성인권에 대한 강의를 항상 고대하게 되는 이 사실이다. 여성학 강의 대부분은 페미니즘을 중심으로 접근하는데, 이번 강의는 성매매(성산업) 문제를 중심으로 여성의 인권을 접근하고 있어, 그동안 여성인권문제의 경우 이론과 구체적 현실과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 어렵게만 느껴지던 고민의 실타래를 풀 수 있는 힌트를 얻었고, 남성으로서나 또 아무도 범접하지 않는 영역(성산업)을 과제로 삼았다는 점에서나 분명 외로울 수 있는 그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강좌의 대미를 장식한 오창익 사무국장의 강의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인권 침해를 사례별로 짚어주면서 역시나 피부로 와 닿는 강의를 만들어 주셨다. 내심 오창익 국장의 강의가 새로운 내용이 없으면 어쩌나 염려도 되었는데, 그런 기우를 말끔히 씻어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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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착한 교사 되기

또 하나 강좌의 장소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다. 불과 오래지 않은 과거에도 무고한 수많은 사람들을 잔인무도하게 고문했던-과거 남영동 대공분실이었던-이 곳 인권기념관(얼마나 아이러니컬한 이름인가) 답사가 강의 후 이루어졌다. 나는 지난 번에 참석하여 이번은 참석하지 않았지만, 분명 많은 분들이 답사를 통해 그 어느 강의보다 더 많은 충격과 정보를

접하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연수에서 질의응답과 상호소통의 시간이 부족하였던 점, 학교현장의 고민들을 공유할 수 기회가 부재했던 점들은 아쉬운 부분이었지만, 그래도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일단 교사인권연수를 한 번 접하면 반드시 이 연수를 그리워하게 된다는 것, 그리고 연수 약발(?)이 얼마나 갈지는 몰라도 당분간은 아이들 입장 먼저 헤아려 보는 착한? 교사로 살게 된다는 것! 마지막으로 부끄럽지만, 유행어처럼 사용되고 있는 인권이라는 말에 관심을 가진 것이 그리 오래 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인권에 대해 헷갈리고 방향을 잃을 때가 부지기수지만, 내가 인권에 대해 공부하고 인권교육을 실천하고 싶은 이유는 단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내 자신 모든 시·공간에서 인권 침해의 가해자이며, 피해자이면서 인식도 저항도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도’(진리)에 이르는 길, 즉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배움을 주어야 하는 학교라는 공간이 인권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힘든 곳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 인권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입에 올릴 수 있는 그런 희망의 시간이 오기를 바란다. 모든 학교가 인권학교가 되는 그날까지… 힘을 내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