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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겨울 교사인권강좌 후기> 인권과 교육의 아름다운 동행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9 11:29
조회
443

김희윤/ 인권연대 인턴활동가



100년만의 폭설로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은 새해, 그 매서운 바람을 헤치고 좀 더 나은 2010년을 바라는 교사들이 모였다. 1월 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남영동 인권기념관(前 대공분실)에서 ‘인권과 교육’이라는 주제로 이루어진 교사인권연수에서는 ‘인권’을 실천하기 위한 의욕으로 넘치는 교사들과 역량 있는 강사들과의 만남을 통해 배우고, 그 배움을 실천하자는 열기로 뜨거웠다.

첫 강의는 성공회대 사회과학부에 재직 중인 조효제 교수의 강의로 시작되었다. 조 교수는 강의에 앞서 수강생들에게 간단한 소개와 함께 강의를 수강하게 된 동기에 대해 물었다. ‘학생들이 지켜줘야 할 인권보다 때려줘야 할 살덩이로 보여서...’,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상태에서 에너지를 얻기 위해...’라고 답하여 대부분의 교사들은 이번 강의에서 재충전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었다. 한분씩 소개를 마친 후 강의가 시작되었다. 조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어떤 정치현실에 처해있나.’, ‘인권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교사도 인간인데 나의 인권은 어떻게 지켜야하나.’ 라는 세 가지 질문을 던져 한국사회에 팽배해 있는 물신주의와 공공정치의 부재 등의 현실을 겉감과 안감이라는 비유로 쉽게 설명해주었다.

두 번째로 고병권 수유+너머 연구원의 강의가 이어졌다. 고 연구원은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물음을 던지며 일반 사람들이 ‘생각할 때’에는 스스로 판단 이전에 선 판단이 되어있기 때문에 ‘생각 한다’의 정의에 어긋난다고 하였다. 여기서 선 판단의 의미는 습관화된 정신작용, 습성, 습속 등 여러 가지 단어로 대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하기 위해’서는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모든 것들을 의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첫날의 강의는 마무리 되었고, 지원자에 한해 남영동 대공분실 견학이 이루어졌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의 안내로 대공분실의 분절되어있는 구조와 박종철 열사가 고문 받았던 장소를 보며 왜 대공분실이 ‘인간을 파괴하는 건축물’인지 소름이 끼치도록 느낄 수 있었다.

연수 두 번째 날의 첫 강의는 한양대 문화인류학과에 재직 중인 이희수 교수가 진행하였다. 국내 최고의 중동문화 전문가답게 이번 강의에서도 역시 중동문화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던 편견을 깨주었다. 찬란한 문명과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한류에 열광하고 있는 이슬람을 악의 온상이고 테러지원국이며 잠재적 테러 분자로 여기고 있었던, 우리의 매체에 의해 걸러진 시각에 대해 비판하고 세계를 보는 눈과 교육에 대해 역설하였다. 특히 교사들에게 이슬람의 문화나 역사를 잘못 기술하고 있는 교과서들에 대한 시정을 강조하고, 또한 13억 이상의 거대한 이슬람 공동체를 우리의 가까운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새로운 인식의 전환을 촉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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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강의는 현직 교사인 마산 내서여고 이필우 선생이 맡았다. 이필우 선생은 ‘학생인권교육 실천사례’라는 주제로 자신이 직접 현장에서 겪고 시도해보았던 사례를 중심으로 강의하였다. 이는 이론과 실제의 괴리감을 느끼고 있었던 현직 교사들의 고충을 어느 정도 해소해주었다. 그 방법으로는 학생 자치 기구에 많은 권리와 그에 따른 책임을 부여하는 것으로 간부수련회나 급식문제, 두발자유화 등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학생들의 자존감을 높이는데 기여하였고 이는 인권의식의 성장으로 발전되었다.

세 번째 강의는 ‘인권에 대한 네 가지 의문’이라는 주제로 숙명여대 법학부의 홍성수 교수가 함께 하였다. 인권에 대한 개념이 잘 확립되어 있지 않는 교사들에게 ‘왜 나쁜 사람들(조두순 사건 등)의 인권만 옹호 하는가.’, ‘왜 소수자의 권리만을 생각 하는가.’, ‘표현의 자유와 한계는 어디까지 지켜져야 하나.’, ‘인권은 언제나 다른 가치보다 우위에 있는 절대적 가치인가.’라는 네 가지 질문에 대해 역사적이고 다양한, 또 흥미로운 판례를 제시하여 평소에 가지고 있던 인권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었다.

마지막 강의는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이 ‘인권과 시민의식’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 지는가’, 즉 한국인의 의식구조 형성 과정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오늘날 한국사회의 구성원들은 물신에 대한 숭배, 존재배반의식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의식형성은 지배세력에 의해 주입된다. 한국에서의 사회화 과정은 우리에게 비판의식을 주지 않고, 깨어있는 소수 역시 제도교육이 아닌 우연적 계기에 기인한다. 이러한 비주체성 때문에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없는 정도의 생활수준에 머무르는 사람들이나, 현재는 이에 속하지 않더라도 장차 낙오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구조를 바꾸려는 의지보다 자기만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하였다.

3일간의 강의는 <외박>이라는 영화를 함께 보며 마무리되었다. 이 영화는 홈에버 사태 때 김미례 감독이 여성노동자들과 함께하며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낀 것을 사실적으로 보여주었다. 우리의 평범한 어머니들이 ‘생존’을 위해 시작한 외박은 많은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하였다.

인권연대는 매년 여름 방학에 1회, 겨울 방학에 2회에 걸쳐 교사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제 12기 교사 인권 연수는 40여명 선생님들의 진지하고 무게 있는 모습으로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대공분실이라는 장소만큼이나 뜻 깊은 연수가 되었다. 우리나라 사교육비 부담은 세계최고 수준이며 OECD평균의 네 배라고 한다. 이번 ‘교육희망, 인권이 해답이다!’의 연수를 계기로 새해에는 인권과 아름다운 동행을 하는 교사들이 교육의 희망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