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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산책 ]

'수요산책'은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수요산책'에는 김재완(방송대 법학과 교수), 신하영옥(여성활동가), 윤영전(평통서문예원장), 이광조(CBS PD), 이문영(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정보배(출판 기획편집자), 정재원(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정지영(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사무국장), 조광제(철학 아카데미 상임위원), 천정환(성균관대 국문학과 교수), 최정학(방송대 법학과 교수), 홍미정(단국대 중동학과 교수)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차례씩 글을 씁니다.

작성자 인권연대
작성일 2016-03-09 (수) 14:48
홈페이지 http://www.hrights.or.kr
ㆍ추천: 0  ㆍ조회: 577      
IP: 218.xxx.74
나는 어쩌다 엄마가 되었나 (정보배)

정보배/ 출판 기획편집자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응, 나는 엄마가 될 거야.” 그랬다. 여섯 살 꼬마였던 나의 꿈은 엄마가 되는 것이었다. 

언니, 왜 결혼해?
 어릴 적 꿈과는 달리 대학 때 나는 결혼에 대해 굉장한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이미 결혼을 한 세 명의 언니를 통해 들은 며느리 경험담은 내게 한국에서 여자가 결혼한다는 것은, 부당한 대접을 받아도 참아야 하고 비합리적인 것에 대해서 의견을 제시해서도 나서서도 안 되는, 그야말로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으로 살아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20대 초반의 내게 한국의 시어머니들과 시댁이라는 곳은 며느리를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고 종처럼 부려먹는 악덕한 부류들로 인식되었다. 그런 생각으로 가득 차 있던 내게 페미니즘 문학으로 석사논문까지 쓴 넷째 언니가 결혼을 하겠다고 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한국에서 결혼이라는 것이 여자에게 얼마나 부당하고 말도 안 되는 것을 강요하는 제도인지 너무나 잘 아는 언니가 ‘결혼’이라는 것을 하다니. 나는 대놓고 따졌다. “언니, 왜 결혼해?” 지금도 기억나는 언니의 대답. “경험하지 않고 밖에서만 있는 것보다, 그 속에서 직접 부딪히면서 내가 생각하는 것을 해보는 거, 힘들겠지만 나는 그러려고 해.”  

이 사무실의 절반 이상이 여자야!
 30대 초반의 직장은 사무실에 스무 명 정도가 같이 일하는 꽤 큰 규모의 출판사였다. 다른 일로 회사 송년회에 참석하지 못했고 부서 뒤풀이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며칠 뒤 부서 뒤풀이로 남자 관리자들 몇몇이 단란주점에 갔고 총무에게 부서회의비로 올리라며 단란주점 영수증을 여러 장 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부서회의비는 부서원당 금액이 배정되어 있는 것으로 몇몇이 마음대로 그 금액을 모두 써서는 안 된다. 총무는 부당하다고 생각했으나 남자 선배들이 처리하라는 대로 하지 않고 문제제기를 했을 때 벌어질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당시 부서에 브리태니커 백과서전이 없어서 개인비용으로 CD를 사고 회사 컴퓨터 메모리도 개인비용으로 늘리면서 일을 하던 참이었다. 도대체, 회사업무에 필요한 자재도 구비하지 않으면서, 남자들끼리 놀고먹은 영수증을 부서회의비로 올리라니. 회사의 총무를 맡고 있는 후배에게 나는 강하게 말했다. “지금껏 직장문화라는 것은 남자들이 만들어놓은 것이다. 봐라. 이것이 온당한 것이냐. 여기 이 사무실의 절반 이상이 여자들이다. 헌데 왜 여직원들의 권리를 남자 직원들이 마음대로 무시하도록 내버려두느냐. 이것은 부서의 상급자에게 당연히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이런 문제 하나도 바꿔놓지 않으면 남성 위주의 직장문화는 앞으로도 계속 바뀌지 않을 거다. 너뿐만 아니라 네 후배들이 들어와도 마찬가지라고.” 나는 진심으로 분개했다. 결국 상급자에게 문제제기하겠다는 얘기를 듣고 단란주점에 갔던 세 명의 남자 직원들이 부서회의비를 토해냈다.  

결혼 안한 여자로 사는 것도 힘들다
 이 땅에서 며느리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익히 알고 있는 내가 어쩌다 결혼을 하게 되었을까. 사랑해서 결혼했다는 흔한 이유 말고, 내가 가슴에 담아둔 이유들을 끄집어내 본다. 30대 중반까지 싱글로 있는 나에게 사회는 계속 압력을 가했다. 싱글인 여자 직원은 술자리에도 당연히 늦게까지 남아 있어야 하고, (나는 술 권하는 사회를 혐오한다!) 왜 아직 결혼 안했냐는 관심 아닌 주제넘은 간섭을 들어야 하고, 늦게 퇴근하는 밤길거리가 심히 두렵고, 혼자 사는 집에 오는 택배아저씨들도 두렵고, 신고전화를 걸었던 파출소 경찰관에게 수작을 거는 전화를 왜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고, 아침 출근 택시 안에서 연락하라며 주던 전화번호 적힌 쪽지를 무서워서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도 싫고, 늦은 밤 택시에서 성폭행 사고가 가장 많다며 회사에서 첫 차가 다닐 때까지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도 싫었다. 그래서? 결혼을 하면 그런 것들이 다 해결이 되냐고? 당연 아니다. 유부녀가 되면 해결되는 것은 소수이고, 몇 가지는 늙으면 저절로 해결되는 것들도 있다. 

엄마가 된다는 것, 엄마로 산다는 것
 혼자서 애 키우는 게 이렇게 힘들다고 누군가 진지하게 얘기해 줬다면 과연 그래도 나는 아이를 낳았을까? 그렇다고 대답할 자신이 없다. 나는 아는 임산부들에게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솔직하게 얘기해준다. 임신 중에 너의 몸이 어떤 변화를 겪게 되는지, 자연분만이든 제왕절개든 아이를 낳고 나면 자궁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갓난아기와 24시간을 함께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등등. 나는 딸이 100일이 지나자 인간의 꼴이 아닌 나를 보며 우울해했다. 몇 시간이라도 내게 아이와 떨어져 있는 시간과 공간을 주지 않으면 미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를 낳았으니 한없는 책임감을 가지고 모성으로 힘든 상황을 견뎌야 한다는, 주입된 엄마노릇은 자신을 옭아맸다.  

 지금의 나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이런 것일까. 출판노동자이고, 딸을 둔 엄마이고, 그 이전에 여자이면서 한 인간이다. 이 문장에 나의 정체성이 얼마나 담겨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엄마=모성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나의 다른 정체성을 다 덮어버릴 수도 없고 덮어서도 안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각각의 내가 그 위치에서 제자리를 갖고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절실하다. 가족 중 누구 한 명의 희생이 없으면 아이를 제대로 키우지도 못하는 그런 사회가 제대로 된 것일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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