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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산책 ]

'수요산책'은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수요산책'에는 김재완(방송대 법학과 교수), 신하영옥(여성활동가), 윤영전(평통서문예원장), 이광조(CBS PD), 이문영(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정보배(출판 기획편집자), 정재원(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정지영(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사무국장), 조광제(철학 아카데미 상임위원), 천정환(성균관대 국문학과 교수), 최정학(방송대 법학과 교수), 홍미정(단국대 중동학과 교수)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차례씩 글을 씁니다.

작성자 인권연대
작성일 2017-09-20 (수) 16:37
홈페이지 http://www.hrights.or.kr
ㆍ추천: 0  ㆍ조회: 242      
IP: 218.xxx.61
생활도덕의 실종 (조광제)

조광제/ 철학아카데미 상임위원

 나는 경의중앙선에 속한 풍산역을 이용해서 전철을 타고 다닌다. 주로 철학아카데미를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대곡역에서 환승하여 경복궁역에 내린다. 하지만 그 외의 행선지의 경우에는 대체로 승용차를 이용한다. 오랫동안 서서 갈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젊은이는 아예 없다. 그런데 술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어떤 지인이 특히 이 현상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우리 사회가 너무나 이기적으로 변하고 말았다고 한탄했다. 그때 갑자기 경로석을 지정해 놓은 탓에 그런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고, 이를 실마리로 삼아 여러모로 분석이 시작됐다.

 저녁 늦은 시각 하루 종일 일하고서 아주 힘들 것 같은 데도 비어 있는 경로석에 앉는 젊은이는 거의 없다. 적어도 30분 이상 1시간씩 흔들거리면서 빠른 속도로 달리는 전철에 서 있다는 것은 정말 힘들다. 그래서 승객이 많아 빼곡한 상황에는 아예 자리를 포기하는 것이고, 한두 줄 정도 얼기설기 서 있는 데 자기 앞에 앉은 승객이 일어나 자리가 생겨 앉게 되면 마치 로또 당첨이라도 된 것인 양 심지어 우쭐하기까지 할 정도로 다행이다는 감정을 느낀다. 그런데도 경로석의 빈자리에 젊은이가 앉지 않는 것이다. 50대쯤 되는 사람들도 거의 앉지 않는다. 아니, 앉아 있다가 이른바 ‘지공거사’(지하철 공짜로 타는 만 65세 이상의 노인)가 나타나면 일어서면 될 것 아닌가. 그런데 결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정말 왜 그럴까? 서 있는 육체적인 고통보다 남들의 시선에 의한 인격모독의 심적 고통이 더 크기 때문이겠지, 하는 의견도 있었다. 한편 무의식적인 경향에 관한 분석마저 제출되었다. 경로석 자체가 늙음과 죽음을 뜻하기 때문에 앉는 것 자체만으로도 재수가 없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겠는가, 하는 것이었다. 아무튼 힘든데도 경로석의 빈자리를 보전하는 태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는 거의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 경로석에 앉는다고 법적으로 잡혀가거나 벌금을 내는 것은 아니지만 관습화된 사회적인 감시와 처벌을 두려워한 나머지 어지간해서는 경로석의 빈자리를 침범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사진 출처 - 한겨레

 문제는 그 다음이다. 따라서 경로석이 아닌 일반석을 차지했을 경우 그 어떤 노인이 자신 앞에 힘겹게 서 있다고 할지라도 절대로 양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내면의 일종의 심보는 무엇일까? ‘서 있더라도 당신네들 지정석인 경로석에 가서 서 있지 않고 하필이면 왜 내 앞에 서 있는 거요. 더군다나 당신네들은 요금도 내지 않고 공짜로 타지 않소’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런 정도의 심보가 아예 체화되어 있으면 거기에서 무슨 체면이니 염치니 하는 등의 여부를 아예 논할 수조차 없는 것이다.

 악순환이다. 도시생활이 복잡해지고 누구에게나 힘겨워지면서 출퇴근 시간에 ‘콩나물시루 버스’에 이어 더 큰 공간에 사람들이 꽉 찬 나머지 숨 쉬기조차 힘든 지경의 ‘지옥철’이 등장한 지 오래다. 이 상황에서 인간다운 인간의 태도와 행동을 기대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다. 그래서 강제로 양보를 끌어내기로 한 것이 ‘경로석’ 장치였던 것이다. 태생에서부터 ‘경로석’의 존재는 시민들에게서 자발적인 양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암암리에 일러주는 약호로 작동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실제로 양보의 미덕이 사라졌다. 양보의 미덕이 사라지니까 경로석의 존재가 더욱 중요한 것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이제 육아임산부석이 만들어졌다. 힘겹게 아기를 안고 업었거나 배가 남산만한 임산부마저 양보의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경로석’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도의, 즉 생활도덕이 실종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비극적인 신호지 싶다. 생활도덕마저 법적 강제력을 동원하여 강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은 그 사회의 뿌리가 썩어 흔들거린다는 것을 뜻한다. 감시와 처벌의 기제가 무의식에 이르기까지 체화됨으로써 시민성을 상실한 순수 본능적인 인간들의 집단으로 전락해버리기 때문이다. 각종 갑질에 의한 폭력성을 비롯해 어린 여학생들의 잔인한 폭력성이 연일 보도되는 것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것은 착시 현상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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