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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에 비친 인권연대 ]

 

작성자 인권연대
작성일 2017-06-14 (수) 09:37
ㆍ조회: 106    
IP: 218.xxx.74
‘민중의 몽둥이’가 ‘인권 경찰’로 거듭나기 위한 선결과제-[토요판] 뉴스분석 왜? 시민에게만 엄격한 경찰, 스스로 개혁이 가능할까 (한겨레, 2017.06.11)
▶ 흔히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라고 한다. 교과서에서나 나올 법한 말이다. 늘 시민의 안전보다 권력자의 안녕을 위해 앞장섰던 경찰이, 수사권이라는 엄청난 권한을 쥐기 위해 인권 경찰이 되겠다고 두 팔을 걷었다. 언제 다시 돌변할지 모르는 그들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 그들을 믿기 전에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일지 고민해보자.

5월27일 토요일 밤 10시40분, 서울 옥수역 출구 인근. 갑자기 형사 네 명이 한 사람을 덮쳤다. 무조건 때리고 발길질을 해댔다. 이미 제압해놓고도 무차별 구타를 했다. 특히 얼굴을 많이 때렸고, 심하게 목을 졸라서 죽음의 공포를 느낄 지경이었다.
경찰은 ‘보이스 피싱’ 범인으로 오인해서 생긴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범인 검거의 시작인 미란다 원칙도 알리지 않았다. 득달같이 달려들어 일방적으로 두들겨 팰 뿐이었다. 그 사람을 피의자라 단정한 근거는 겨우 이어폰을 끼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흔한 불심검문이라도 했다면, 범인이 맞는지부터 확인했다면 무고한 시민이 끔찍한 일을 당하지는 않았을 거다. 청와대 민정수석이 “인권친화적 경찰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해 경찰 자체에서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한 지 이틀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관할 경찰서장과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사과했지만, 그건 피해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엉망이 된 자기 얼굴을 올리면서 파장이 커진 다음이었다. 서울성동경찰서장은 누리집(홈페이지)을 통해 글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말로 했다. 마지못한 사과였다. 사후 대응도 엉망이었다. 시민을 마구잡이로 폭행한 경찰관들을 감찰 조사하겠다고 했다. 누구든 범죄를 저질렀으면 수사를 받아야 하는데, 경찰관들은 예외였다. 감찰이나 징계는 수사 결과에 따르면 그만이다.
형법 제125조는 경찰관 등이 “형사피의자 또는 기타 사람에 대하여 폭행 또는 가혹한 행위를 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해를 입히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의 2에 따라,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경찰관들의 폭행은 이렇게 법이 엄히 금하는 중범죄다. 범인이라 해도 그렇게 때리는 건 범죄다. 그러나 범죄자들은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피해자가 고소하면 입건해 수사할 수도 있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유감스럽게도 옥수역 폭행 사건은 특별히 이례적인 일이 아니었다. 2009년 용산참사 때도 수사 대상은 철거민뿐이었다. 2015년 백남기 농민 사건 때도 가해자 처벌은 없었다. 남에게는 엄격했지만, 스스로에게는 관대했다. 곧잘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몽둥이 행세를 해댔다.
그래서 경찰개혁이 시급하다. 더구나 ‘수사권 조정’을 통한 검찰개혁의 지렛대 역할을 경찰이 맡아야 하기에 더욱 그렇다. 수사는 적법절차 원리를 잘 따르면서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는 작업이다. 범인도 잘 잡아야겠지만, 인권보호에도 철저해야 한다. 교과서 맨 앞머리에 있는 기본을 모를 리 없는데도 옥수역 사건 같은 일탈이 반복되는 것은 인식의 문제라기보다는 구조적 문제라고 봐야 한다.
경찰은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기에 검찰의 하위기관 같은 신세다. 그러니 경찰의 인권침해는 검찰이 감독하고 통제해야 한다.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이니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현실의 검찰이 시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을 감시·통제하는 일은 별로 없다. 인권침해에 관한 한 두 기관은 막상막하다. 게다가 그동안 검찰 수사를 받다가 숨진 숱한 피의자들을 생각하면 아찔하기까지 하다. 물론 국가인권위원회도 그 역할의 일부를 맡고 있지만, 경찰에만 집중할 형편이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대한민국의 모든 영역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를 감시해야 한다.
그래서 경찰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전담하는 새로운 인권옹호기관이 절실하다. 영국(잉글랜드, 웨일스)은 아이피시시(IPCC: Independent Police Complaints Commission. 독립적 경찰 불만(비리민원) 조사위원회. www.ipcc.gov.uk)를 두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독립은 물론 경찰로부터의 독립을 뜻한다. 경찰과 전혀 상관없는 기관이 경찰을 일상적으로 감시하고 시민의 진정을 처리한다. 이런 옴부즈맨 기구는 원조 격인 스웨덴은 물론, 미국,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 이미 설치되어 있다. 경찰 폭력, 억압행위, 불공정한 업무 집행, 차별행위와 직무태만이나 직무유기, 정보의 부적절한 공개와 수사 등 경찰 활동 전반이 아이피시시의 감시와 조사 대상이 된다.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진정은 각하한다’는 법률 규정이 있는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와는 사뭇 다르다. 12명으로 구성된 아이피시시의 위원 중에 전직 경찰관은 한 명도 없다. 그야말로 독립적이다. 2002년 아이피시시를 설립할 때의 근거 법률은 ‘경찰개혁법’이었다.
지금도 경찰에 대한 통제 수단이 없는 건 아니다. 심의·의결권을 가진 경찰위원회가 경찰 업무 전반은 물론 특별히 “인권보호와 관련되는 국가경찰의 운영·개선에 관한 사항”을 다룬다고 ‘경찰법’이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선 경찰위원회가 경찰청을 통제하는 게 아니라, 거꾸로 경찰청이 경찰위원회를 쥐고 흔들고 있다. 독임제 기구의 폐해를 극복하겠다는 입법 취지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위원장을 포함한 7명의 위원 중에서 상임위원은 한명뿐이라 12만명이나 되는 경찰을 통제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그뿐인가. 1991년 경찰위원회 설립 이후 9명의 상임위원이 임명되었지만, 모두 전직 경찰관이었다. 법에 규정된 위원회가 이 지경이니, 법률 근거도 없는 경찰청 인권위원회나 앞으로 만들어질 경찰개혁위원회 등이 이보다 낫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지구대·파출소 등 현장 중심으로 인력 재편

당장 경찰에는 감사 인력 1565명이 활동하고 있다. 경찰청 감사관실, 경찰서 청문감사실 등에 속해 있다. 경찰관의 비위를 적발하고 인권침해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저 기관장의 입맛에 맞는 감사, 기관장의 위세를 과시하는 감사에만 몰두하고 있다. 감사의 핵심은 안에 있느냐 밖에 있느냐, 곧 독립성에 달려 있다. 지난 4월 표적감찰 결과 파면당한 인천남부경찰서 ㄱ씨나 지난해 음주운전 기준의 절반밖에 안 되는 측정 결과만으로도 가혹한 감찰을 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동두천경찰서 최혜성 순경의 경우처럼, 하위직급 경찰관들만 닦달할 뿐, 시민의 편에 서는 일은 좀체 없다. 이들의 일부만이라도 경찰 밖에 두고 운용한다면, 시민의 편에 선 호민관 역할을 해낼 것이다.
끊임없이 분출하려는 욕구는 견제와 감시라는 민주주의 일반 원리에 따라 통제할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고서는 2005년 전용철, 홍덕표 농민이 경찰 폭력에 의해 목숨을 잃었고 이 때문에 대통령이 사과하고 경찰청장이 물러났는데도, 십년 만에 다시 백남기 농민이 경찰 폭력으로 목숨을 빼앗기는 비극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2010년 서울양천경찰서 고문 사건으로 대통령이 사과하고 가해자들이 구속되었는데도 서울성동경찰서의 옥수역 사건이 다시 터지는 일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전면적인 자치경찰제를 도입하는 것도 시급하다. 지금 같은 100% 국가경찰 시스템은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권위주의 체제의 산물이다. 경찰은 무엇보다 주권자이며 경찰서비스의 수혜자인 시민을 중심으로 활동해야 한다. 시민을 위한 활동은 지역주민들이 경찰에 대해 시민적·민주적 통제를 할 수 있어야만 가능하다. 지역주민들이 지방경찰청장을 직접 뽑든지, 최소한 자치단체장이 지방경찰청장을 임명하고 지방의회의 비준을 받는 방식으로 자치경찰을 운용해야 한다. 자치경찰이 되어야 지역의 치안 현안은 아랑곳하지 않고 전국의 경찰관 몇만명이 광화문의 차벽 뒤에서 아무 할 일도 없이 그저 대기만 하는 해프닝과 낭비도 없앨 수 있다. 광화문엔 경찰관이 넘쳐나지만 농촌, 어촌, 산촌 지역엔 경찰관이 너무 부족하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우리가 알 만한 모든 나라들이 자치경찰제를 채택하고 있다.
자치경찰제를 시행하면 금세 고칠 수 있겠지만, 그 이전이라도 전면적인 인력 재배치에 나서야 한다. 정보, 보안 분야는 폐지하고, 경비 분야는 대폭 축소해야 한다. 인력은 경찰청이나 지방경찰청이 아니라 일선의 지구대, 파출소 등 현장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시민이 필요한 곳에 유능한 경찰관이 많이 배치돼야 한다. 인력 배치만 제대로 해도, 2만명 정도의 신규 채용과 맞먹는 효과가 있을 거다. 의무경찰을 전면 폐지해도 별도로 인력 충원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이다. 꼭 경찰관이 하지 않아도 될 기획·서무 등의 업무는 일반직 공무원들에게 맡겨서 경찰청도 ‘문민화’해야 한다.
경찰대 폐지도 관건이다. 경찰청은 이미 경찰대 출신들이 완벽히 장악했다. 우병우씨가 사법시험 동기들을 챙기면서 검찰 인사를 엉망으로 만들었단다. 사법연수원에서 2년 동안 함께 공부한 인연이 아무리 끈끈해도,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하며 4년 내내 함께 생활한 인연만큼은 아닐 거다. 잘 모르는 경찰관의 비위를 엄정하게 처리하는 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선배, 동기, 후배의 비위를 제대로 처리하는 건 한국적 상황에선 불가능한 일이다. 이건 경찰대 출신들이 특별히 부패해서가 아니라 그저 인지상정일 뿐이다.

살수차를 참수리차로 바꾸면 달라질까

그래서 제도를 바꿔야 한다. 지금과 같은 경찰대는 없애고, 경찰관 재교육기관이나 치안전문연구기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경찰관은 모두 일반 공채를 통해 뽑아서, 경찰관이 되려는 사람들은 모두 순경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금까지야 어쩔 수 없더라도 앞으로는 바로잡아야 한다. 비슷한 시기에 설립된 국립 세무대학이 폐교된 까닭은 공공부문 구조 조정 차원도 있었지만, 세무 관련 학과가 여러 대학에 잇따라 설치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전국에 경찰 관련 학과가 설치된 대학은 100개가 훨씬 넘는다.
지난 5년 동안 로스쿨에 진학한 경찰대 출신은 100명이었다. 연평균 20명이다. 경찰대 정원이 100명이니 매년 20%다. 경찰관을 키우겠다며 학비와 기숙사비, 교재비, 피복비에다 용돈까지 챙기느라 학생 1인당 1억원쯤 되는 예산을 들였는데, 결국 법조계로 빠져나간 거다. ‘우수한’ 경찰관을 양성하겠다는 취지는 이미 사라져버렸다.
경찰관 노조를 설립해야 하고, 경찰관에 대한 인권교육도 강화하는 등 여러 가지 과제가 쌓여 있다. 바로잡아야 할 적폐도 잔뜩 쌓여 있다. 그렇지만 인권 경찰을 위한 청와대의 주문에 대해 이따금씩 들리는 경찰청의 답은 한심한 지경이다. 어감이 좋지 않다고 ‘살수차’(물대포)를 ‘참수리차’로 바꾸겠단다. 참수리가 경찰의 상징이니 물대포가 곧 경찰의 상징이라고 강변하려는 건지 모르지만, 시민과 대통령을 우롱하는 수준이다. 집회·시위 현장에 경비경찰 대신 교통경찰을 내보내겠다는 것도 재탕, 삼탕을 넘어 매번 써먹은 단골 메뉴일 뿐이다. 이런 식으로는 곤란하다. 그래서 경찰개혁, 특히 인권 경찰을 위한 개혁은 경찰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 어떤 권력기관도 스스로 개혁한 일은 없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98256.html#csidx4c926cc2f8743e7af813fe4b5aeedf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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