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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책 위원회 ]

  ‘인권 책’이 쉽게 출간되지 못하고, 출간 된다 해도 독자들을 만나기 힘든 상황입니다. ‘인권 책’이 단 한권이라도 더 출간되고, 단 한명의 독자라도 더 만날 수 있게 된다면 세상이 지금보다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요. 독자들이 보다 자주,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인권책’을 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나눌 만한 책을 소개해주실 각계의 연구자, 선생님, 언론인을 모셨습니다. ‘인권-책 위원회’에는 강대중(서울대 교수), 김상미(너머북스 대표), 김종진(삼인출판사 편집장), 김진규(초등교사), 방효신(초등교사), 서유석(호원대 교수), 손하담(중등교사), 안혜초(중등교사), 윤다정(미디어스 기자), 은종복(서점 ‘풀무질’), 이광조(CBS 피디), 이제이(방송작가), 장의훈(중등교사), 정상용(초등교사), 주윤아(중등교사), 최보길(중등교사), 홍성수(숙명여대 교수)님이 함께 해 주십니다.

작성자 인권연대
작성일 2013-04-10 (수) 13:15
홈페이지 http://www.hrights.or.kr
ㆍ추천: 0  ㆍ조회: 1569      
IP: 218.xxx.74
<카펫 소년의 선물> 페기 다이츠 셰어, 김지연 역 - 방효신

「카펫 소년의 선물」글 페기 다이츠 셰어, 그림 린 모린, 옮김 김지연, 출판사 꿈터

일할 권리, 보호받을 권리

방효신/ 서울 교동초등학교 교사

 세계인권선언(1984) 제23조: 1. 모든 사람은 일할 권리,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할 권리, 공정하고 유리한 조건으로 일할 권리, 그리고 실업상태에 놓였을 때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요새 초등학교는 학부모 상담 주간이다. 수업이 끝나고 미리 약속한 시각에 주로 어머니들이 교실을 방문한다. 1학년 학부모는 학교가 처음이라 관심이 매우 많고, 90% 이상 대면 상담 의지를 보인다. 내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했는지, 담임교사가 보기에는 어떤지 알고 싶기 때문이다. 그 중 한 학부모는 입학식 날 교실에서 내가 한 말을 곱씹었다. “선생님,  ‘애들은 실컷 놀아야 합니다’ 라고 하셨는데… 나중에 애 키워보면 아시겠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서요.”

 아이들은 학교 들어오기 전부터 바쁘다. 유치원은 당연히 다니고, 영어도 듣기만 하라며 원어민과 미국 문화를 몸으로 익힌다. 공부를 꼭 잘 할 필요는 없지만 체력과 감수성은 필수라 수영, 태권도, 발레, 피아노 등 예체능 학원을 두루 접한다. 이러고도 ‘엄마, 심심해’를 외치는데, 담임은 애를 안 키워봐서 잘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마냥 놀리면 그게 습관 되고, 우리 애만 그런 게 아니라 남들도 다 그렇단다.

 바쁘다. 엄마도 바쁘고, 아이도 바쁘다. 그런데 심심하다니. 담임은 아이의 ‘심심해’를 ‘나랑 놀아 줘’, 나아가 ‘엄마, 같이 놀자’로 해석했다. 짜증을 잘 내거나, 인내심이 없거나, 놀이를 할 때 고집 피워 결국 혼자 남거나, 그래서 수업 시간에 의욕도 없는 아이들은 모두 놀 줄을 모른다. 놀 줄 몰라서 심심한 거 맞는데, 이제 우리 아이들은 노는 것도 배워야 한다. 그게 1학년 때는 잘 안 보이지, 3학년만 되어도 급격하게 늘어나는 수업 시간에 연신 하품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긴, 학생들 또한 학교 오는 게 일인데 우리나라 아이들은 너무 많은 과목을 너무 많이 배우고도, 그래서 학습 노동을 하루 10시간 해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낙인찍힌다. 이게 다 ‘일할 권리’를 ‘충분히’ 보장받기 위한 것임을 안다. 아등바등 경쟁해야만 한국에서 밥 먹고 산다. 그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원래 부자였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해고의 위협을 수시로 당해야하는 현실을, 모르는 건 아니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벌기 위해 공부하는 나라. 대한민국은 일 안하고 돈이 생기면 부러운 나라다. 실은 그 어느 국가보다 일하는 시간이 많고, 휴가 일수가 짧고, 봉급 받아 대출금 갚고, 자기 계발은 끊임없이 해 줘야 안 짤릴 텐데, 사적인 술자리도 종종 해야 연줄이 생기니 이보다 더 피곤할 수 없다. 그 악순환을 끊기 위한 노동조합 설립이나 가입은 어렵고 노동이라는 단어는 학교 다니면서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 홍세화 선생님의 말대로, 대학 때 나쁜 선배 만나서 운동권 물들었으면 또 모를까!


사진 출처 - yes24

「카펫 소년의 선물」(글 페기 다이츠 셰어, 그림 린 모린, 옮김 김지연, 출판사 꿈터)은 파키스탄의 어린이 노동자였던, 이크발 마시흐를 기리는 그림책이다. 그는 4살 때 약 12불(우리 돈 13,000원)에 달하는 빚을 갚기 위해 카펫 공장에 팔렸던 소년이다. 매일 12시간씩 일하던 이크발은 10살에 공장을 탈출한다. ‘노예 노동 해방 전선’ 집회에 참석하여 아이들을 노예로 삼으면 안 된다는 법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자, 본격적인 운동에 뛰어든다. 11살이던 1994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국제 노동 문제 회의에서 연설을 하고, 파키스탄으로 돌아와 수백 개의 공장을 돌며 같은 처지의 아이들을 해방시킨다. 이듬 해 4월 알 수 없는 총살이라는 사고로 동네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일찍 생을 마감한 이크발, 나중에 ‘세계 어린이상’의 첫 수상자가 된다.

 이 책은 가족의 빚을 갚기 위해 공장으로 팔린 나딤이 이크발을 만나 노예 노동 폐지법을 접하고 스스로 인생을 선택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새벽부터 해가 질 때까지, 일주일 내내, 햇볕 한 번 못보고 골방에 갇혀 일하던 나딤은 집에 돌아 와 잠든 동생 하킴을 보고 결심한다. ‘지금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하킴, 너도 내 옆에서 일을 하게 될지도 몰라.’

 사실 이크발 이야기는 인권교육에 관심 많은 선생님들이라면 한 번쯤 들었다. EBS <지식채널e> 라는 TV 프로그램으로도 2006년 소개되어,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본 적도 여러 번이다. 교실 아이들과 이런 이야기를 처음 나눌 때 함정은 이렇게 학교에 못 오고 어려운 아이들도 있는데, 풍족하게 먹고 쓰며 학교 다니는 너희들이 공부하기 싫어하는 건 사치라고 말한다거나, 채석장에서 맨손으로 바구니에 돌을 담고, 나이키 축구공 가죽을 터진 손으로 꿰매는 아이를 동시에 제시하며 죄책감을 심어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건 동정밖에 안 된다. 나아가 이 아이들을 돕기 위해 용돈을 아껴 유니세프에 기부하라며 투명 돼지 저금통을 손에 쥐어주는 게 교육이라 생각하면 안타깝다. 어린이 노동을 공부하려면, 많은 나라에 실업이 생긴 이유, 임금이 적은 나라에 공장을 옮기는 기업들의 사례, 노동자를 보호하지 않는 나라에서 상품을 만든 결과로 우리가 소비자로서 얻는 이익까지도 살펴야 한다.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보호받으며 일할 권리,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활동할 자유를 배워야 한다. 무엇보다 일하는 것이 기쁨이고 사회적 인간이 되기 위한 선택이며 모든 일은 정당한 가치가 있음을 느껴야 한다. 프랑스는 초등학교 4학년 때 교과서 워크북으로 문제 풀면서 공부하는 내용이다. 논술공부 할 때 외우는 답안지가 아니라, 인권의 이름으로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시작할 이야기이다.

 한국에서 학생인권조례나 무상 급식 같은 당연한 권리조차 교사들 사이에 이견이 많은 이유는 교육대학을 다닐 때조차 인권교육을 수업시간에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뜻이 맞는 선생님들과 1997년에 발행된 프랑스 시민교육 교과서를 공부하는데, 알고 보니 프랑스뿐만 아니라 사회 수준이 우리보다 좀 더 낫다고 하는 나라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재량시간이 아닌 정규 수업 시간에 시민의 자질과 권리, 의무를 배우고 있었다. 하물며 재소자 인권수준이 한국보다 안 좋은 미국에서도 시민교육을 과목으로 공부한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서 공부해야만 알 수 있는 놀라운 역사와 현실이 이것뿐이겠는가!

 파키스탄의 이크발은 무려 20년 전 이야기다. 1992년 600만 명이던 파키스탄 어린이 노동자들의 삶은 좀 나아졌을까. 안전한 직업을 갖기 위해 공부할 것은 너무 많은데, 자신이 진짜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배우지 못한 한국 아이들은 20년 전보다 더 많은 학습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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