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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에 가시 ]

'목에 가시'는 현장을 살아가는 젊은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젊은 칼럼 공간입니다. 뭔가 불편하지만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소수의 목소리가 될 것입니다. '목에 가시'에는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 다솜(미디어 활동가), 손상훈(교단자정센터 원장), 송채경화(한겨레21 기자), 신혜연(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재학생), 이동화(아디 사무국장), 이상재(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이현정(꽃씨네농작물 대표), 허창영(광주교육청 조사구제팀장, 전임 간사)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작성자 인권연대
작성일 2011-10-03 (월) 13:00
ㆍ추천: 0  ㆍ조회: 1751      
IP: 122.xxx.12
진짜 ‘대안’이 되는 공립대안학교의 설립 확대해야 - 전국완/ 중학교 교사

전국완/ 중학교 교사

 요즈음 2학기 중간고사가 코앞인데도 수업분위기는 그다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어수선한 수업을 마치고 머리뒤꼭지가 뻐근해져서 교실문을 나서면 한참동안 우울해진다. 수업을 좀 더 재미있게, 입체적으로 준비했어야 했는데……. 여느 선생님처럼 아이들을 확 잡는 카리스마가 내게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강북의 중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작은 일에도 까르르 윗몸을 젖히며 웃어젖히곤 하는 그 친구의 웃음소리에 위로받고 싶었다. 

 하지만 밤 11시가 넘은 시간까지 수업준비를 하고 있던 그 친구의 목소리에도 피곤이 묻어 있었다. 도무지 교사의 지도가 먹히지 않는 한 아이 때문이었다. 교과공부는 작파한 지 오래고, 금품 갈취에 폭행까지 일삼아서 수차례의 선도위원회와 폭력자치위원회를 통해 사회봉사에 등교정지까지 받았는데도 나아지지 않아서 결국 다른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전출’ 결정이 내려졌다고 한다. 이에 어머니는 교무실에 찾아 와서 연일 무릎을 꿇고 울면서 용서를 빌고 있다고 하고……. 담임교사인 친구의 고민은 다른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전출’은 어쩔 수 없지만, 그것이 아이를 위한 근본적인 처방은 되기 어려울 거라는 데 있다. 생계부담에 이미 지쳐있는 홀어머니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 거칠어져 있는 이 학생이 다른 학교에 간다고 해서 스스로 개과천선해서 자기 몫의 삶을 찾아 살아갈 수 있을까?  

 얼마 전 본교에서는 이런 사건도 있었다. 반복되는 비행으로 아이를 인근학교에 강제전출을 시켰다. 그런데 결국 그 곳에서도 전혀 나아지지 않아 본교로 돌려보내진 것이다. 그리고는 학교와 어른들을 조롱이나 하듯 말썽을 그치지 않다가, 끝내는 학교를 뛰쳐나갔으며, 집에도 들어오지 않고 있다.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퇴학이 없다. 결국 학교가 끌어안고 가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당장 다른 학생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경우에 일단 다른 곳으로 보낼 수밖에 없고, 보내져서 적응하면 다행이고 아니면 아예 가출을 하거나 학교를 그만두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리고 그나마 학교 울타리를 벗어난 아이들은 그야말로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우리 사회 사각지대에 방치된 채 그야말로 비행청소년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부적응학생의 문제는 물론 예전에도 있었고,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문제는 사회 전체가 극심한 경쟁시스템으로 돌아가고, 경제적인 여건으로 많은 것이 결정되는 세상이다 보니, 가족의 해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이로 인한 ‘가족해체형 부적응아’들이 증가하고 있는 점이다. 기본적인 삶 자체가 흔들리게 되면서 따라오는 이들의 부적응은 잠시 질풍노도기를 맞아 성장통처럼 겪는 방황이 아니라 언제 한 번 피어보지도 못한 열 몇 살짜리 아이들을 되돌아갈 수 없는 나락으로 내모는 심각한 경우들이 많다. 지역교육청별로 Wee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학교마다 상담인턴교사를 배치하고는 있지만 역부족이다.

사진 출처 - 한겨레21

 그리고 비단 이런 극단적인 사안만이 아니더라도, 학력위주의 사회에서 교과 성적으로 줄을 세워야 하는 학교교육과정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는 수많은 아이들은 현재 심각한 부적응을 앓고 있다.

 친구가 고민 끝에 도달한 곳은 ‘대안학교’이다. 실제로 친구는 앞에서 언급한 그 학생의 전출이 결정되면서 일반학교로의 전학은 그에게 같은 실패를 안겨줄 게 뻔하다는 생각에 대안학교를 알아보았다고 한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입학 가능한 대안학교가 있었지만 사립학교인 그 곳의 월 50만 원이 넘는 등록금이 또 문제였다.

 일반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해 뛰쳐나오는 아이들을 끌어안는다는 취지로 설립되기 시작한  대안학교는 현재 전국적으로 30여 개교(중·고등학교 과정)이고, 이 중 9개 정도가 공립이다. 다만, 많은 사립대안학교들이 설립 초기와는 다르게 고액의 등록금을 받는 ‘귀족학교’ 가 되어가고 있고, 또한 ‘입시 대비’에 치중하면서 본래의 설립 취지와 다르게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들이 있다.

 결국 위 사례에 해당하는 부적응 학생들을 위한 진짜 ‘대안’은 ‘공립 대안학교’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많은 공립대안학교(중학교)들이 긍정적인 결실을 보이면서 지원자가 늘어나 입학경쟁률이 해마다 높아가고 있다고 한다. 보다 많은 공립대안학교의 설립이 요구되는 것이다. 대안학교들이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는 이유는 일반학교와는 다른 소질·적성 계발교육, 체험활동 위주의 교육프로그램 등 교육과정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작은 학교’라는 조건일 것이다. 아이들 개개인이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자존감을 되찾으면서 잃어버렸던 자신의 꿈을 발견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보살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권영길 의원의 보고서(2010년)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의 특목고 예산지원이 일반계 고등학교의 3배가 넘는다고 한다. 정작 각별한 지원이 필요한 부적응학생들은 외면한 채 특별한 영재들에게만 지원을 쏟아 붓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의 기회균등의 정신에도 위배되는 부당한 차별이다. 또한 요즈음 우리 사회 화두로 떠오른 ‘복지’의 차원에서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문제이다.

 부적응의 문제는 당사자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악화될 경우 심각한 사회문제와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해결의지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 사회갈등의 문제를 예방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상위 5%에 해당하는 부유층 학생들을 위한 특목고 등 귀족학교에 쏟아 붓는 만큼의 예산을 하위 5%에 해당하는 부적응학생들을 위해서도 반드시 지원해야 할 것이다.

 전국 곳곳에 다양하고 창의적인 공립대안학교들이 많이 세워져서, 가족해체나 과중한 교과공부에 힘들어하는 많은 학생들이 낙오자가 아닌, 우리 사회 건강한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되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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