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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에 가시 ]

'목에 가시'는 현장을 살아가는 젊은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젊은 칼럼 공간입니다. 뭔가 불편하지만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소수의 목소리가 될 것입니다. '목에 가시'에는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 다솜(미디어 활동가), 손상훈(교단자정센터 원장), 송채경화(한겨레21 기자), 신혜연(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재학생), 이동화(아디 사무국장), 이상재(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이현정(꽃씨네농작물 대표), 허창영(광주교육청 조사구제팀장, 전임 간사)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작성자 인권연대
작성일 2017-07-07 (금) 15:14
홈페이지 http://www.hrights.or.kr
ㆍ추천: 0  ㆍ조회: 136      
IP: 218.xxx.61
'진정한 국민통합 시대를 바라며' (신혜연)

신혜연/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재학생

 6월 30일. 독일에서 두 번째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이날 독일 하원은 동성결혼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독일은 23번째 동성 결혼 인정 국가가 됐다. 동독 출신 동성애자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나에게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만큼이나 중요한 사건"이라고 밝혔는데, 과장이 아니다. 기독교 전통이 강한 독일인만큼 놀라운 결과라는 평가가 많다. 기독민주당에 당적을 둔 메르켈 총리는 동성결혼 합법화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온 바 있다. “결혼은 남녀 간 결합”이라 생각한다며 이번 표결에서도 반대표를 던졌다. 과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독일 국민들을 가르던 이념 장벽이 해소됐듯, 이번 동성결혼 합법화는 배제돼 있던 성소수자 국민들이 독일국민이라는 울타리 안에 통합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출처 - CNN

 14일부터 17일. 서울광장에서는 퀴어문화축제가 열린다. ‘국민통합’ 대통령 시대에 열리는 첫 퀴어축제다. 올해 초 대선토론회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성소수자에 대한 입장을 두고 설전이 벌어졌다. 성소수자의 존재는 찬반 이슈가 아니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토론 대상이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성소수자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다른 후보들도 “동성 결혼 합법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심상정 후보만 “성소수자의 존재는 찬성하고 반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외교, 경제 이슈도 아닌 성소수자 이슈가 논의되는 이유는 성소수자들의 존재 자체를 격렬하게 부정하는 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후보자들은 이 세력의 눈치를 본다. 소수를 ‘타자화’ 시켜 지지 세력을 결집하려는 셈법이다.

 정당성 없는 집단은 ‘타자화’ 전략에 기생한다. 타인과 우리를 가르는 손쉬운 방법으로 존재의 당위성을 획득하는 식이다. 국가도 종종 이런 식으로 자기 존재를 합리화한다. 주변국들을 ‘적국’으로 매도하며 악의적 선동을 일삼는 식으로 국민 통합을 다져온 국가들은 현대사에 널렸다. 독일 나치가 그랬고, ‘악의 축’을 외치던 미국이 그랬으며 ‘주적’ 논란이 계속되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에서는 기독교계를 주축으로 한 보수단체들이 ‘성소수자 반대’ 만으로 ‘보수 결집’을 시도해왔다.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기독교계 또한 ‘타자화’를 겪은 적이 있다. 초창기 기독교는 이단 취급을 받았다. 당시 기득권 세력은 기독교에 대한 박해를 통해 자기 정체성을 확보했다. 한국 기독교는 자신들이 걸어온 ‘고난의 길’, 즉 ‘다수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억압받는 소수가 되는 길’을 되돌려주고 있다.

 한국 정치는 타자화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정치인들이 장악해왔다. 토론회에 성소수자 이슈를 끌어들인 홍준표 전 지사는 대선 유세 기간 내내 타자화를 통해 세를 구축해왔다. ‘좌파 세력에게 정권을 넘길 수 없다’고 호소하며 ‘좌파’라는 타자를 생산해 낸 게 대표적이다. 메카시즘에서 비롯한 ‘좌파 사냥’은 한국 정치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한 번 타자화된 대상은 ‘우리’ 안에 포섭되지 못한 채 적대시됐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문재인 대통령 등 인권변호사 출신 한국 정치인들이 성소수자 혐오에 기대는 행태는 그래서 더욱 실망스럽다.

 국민통합은 ‘타자’가 사라질 때만 가능하다. ‘2등 국민’을 생산하며 이룬 통합은 반쪽뿐인 통합이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차별들, 장애인/비장애인, 정규직/비정규직, 남성/여성은 이러한 타자화의 변주들이다. 한국 기독교계와 한국 정치인들은 각자 타자화 돼 온 자신들의 과거를 돌아 볼 일이다. 철학자 니체는 ‘타인은 나의 지옥’이라며 타인에게서 찾는 단점은 사실 내가 가진 단점의 투영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한국에서 이 명언은 재해석 될 필요가 있다. ‘타인’을 생성하는 순간은 내 인식적 편협함이 드러나는 순간이라는 뜻으로 말이다. 타자화 현상은 타자가 사라져야 해결되는 게 아니라 내가 인식을 바꿔야 끝나는 문제다. 한국의 베를린 장벽은 언제쯤 무너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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