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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에 가시 ]

'목에 가시'는 현장을 살아가는 젊은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젊은 칼럼 공간입니다. 뭔가 불편하지만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소수의 목소리가 될 것입니다. '목에 가시'에는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 다솜(미디어 활동가), 손상훈(교단자정센터 원장), 송채경화(한겨레21 기자), 신혜연(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재학생), 이동화(아디 사무국장), 이상재(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이현정(꽃씨네농작물 대표), 허창영(광주교육청 조사구제팀장, 전임 간사)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작성자 인권연대
작성일 2017-05-08 (월) 17:46
홈페이지 http://www.hright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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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10억에 팝니다 (신혜연)

신혜연/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재학생

 연 10억 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부양의무제를 폐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부양의무제는 기초생활수급자를 거르는 기준 중 하나다. 수급권자가 되려면 자신의 부양의무자(자녀 및 그들의 배우자)가 부양능력이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 만일 부양의무자 중 한 명이라도 소득과 재산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수급권이 박탈된다. 이 제도 때문에 2010년 기준으로 117만 명이 기초생활수급자 심사에서 탈락했다. 연락이 두절된 자녀를 둔 노인들이 주로 피해를 봤다. 일부러 부양책임을 미루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부양의무자 소득인정액 기준이 너무 낮은 탓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남을 돌볼 처지가 아닌 형제가 경제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가난한 가족들이 ‘연대책임’을 지기 일쑤였다.

 워낙 문제가 많은 제도다 보니, 부양의무제 폐지는 선거 단골공약이 된 지 오래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지난 대선에서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물론 그가 내세웠던 다른 공약들(기초연금, 반값등록금 등)과 마찬가지로 실천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이번 대선에 나선 후보들도 각기 부양의무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상황은 고무적이다. 문재인, 심상정, 유승민 후보는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겠다고 확답했고, 안철수, 홍준표 후보는 단계적 도입을 내걸었다. 대선 후보들이 하나같이 부양의무제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시민단체 연합인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행동’이 각 후보에게 받은 답변서에 따르면 문 후보는 국민적 동의와 재원 확보, 도덕적 해이를 이유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 후보도 정부 지원으로 인해 가족들이 노인을 부양하는 경우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내며 부양의무자 범위 축소 및 부양능력 기준 완화 등 우회로를 제안했다. 홍 후보는 ‘효에 대한 전통적인 가치관이 흔들릴 수 있다’고 유보적 의견을 드러냈다. 즉각적인 폐지를 말하는 후보는 없었다. 부양의무제 폐지 공약을 명확히 밝히고 당선된 후보자도 이미 공약을 뒤엎은 전례가 있다. 누가 당선되든 부양의무제 폐지는 매우 느린 걸음으로 진척될 게 뻔하다.


작년 1월, 4월 총선을 앞두고 장애인 단체와 빈민 단체가 모여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당’을 만들었다.
사진 출처 - 비마이너

 후보들의 미적지근한 입장에 반해, 부양의무제 폐지는 시급하고도 중요한 과제다. 타당성, 민주성, 정의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자. 여기서 타당성은 경제에서 말하는 효율성과는 다른 개념이다. 효율성이 비용 대비 효용을 측정한 수치인 반면, 타당성은 ‘사안의 중요성’을 중심으로 비용 투입 여부를 검토한다. 효율성은 이윤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서 활용하기 적합하다. 다시 말하면, 민주주의 국가에서 쓰기 적합한 지표는 아니다. 예컨대 한정된 예산을 교육 예산에 투입할지, 토목 사업에 투입할지 결정할 때는 효율성이 아니라 타당성을 따져야 한다. 교육과 토목 사업을 ‘일자리 창출 효과’, ‘세수 증대’ 등 항목으로 나눠 경쟁시킬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단기적 효용이 입증되지 않는다고 해도 사회적 합의를 거쳐 가장 긴급하고 중요한 부분에 예산을 투입하도록 하는 게 타당성이다. 부양의무제 폐지는 타당성이 있는 공약이다. 작년 10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가별 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 추산치 비중에서 한국은 10.4%로, 35개 회원국 중 34위를 기록했다. 한국보다 사회복지 지출 비중이 적은 국가는 멕시코뿐이다. OECD 평균은 21%였다. 복지 예산을 늘릴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지출 여력도 있다. 한국은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30%에 불과해 일본(245%)과 미국(123%)에 비하면 한참 낮다. OECD를 비롯한 국제기관들이 한국에 재정 확대를 조언하는 배경이다. 당장 올해 추가경정예산으로 배정된 금액이 11조다.

 일부 후보들은 복지 공약만 보면 ‘포퓰리즘’을 연발한다. 그 뜻을 해석하면 이렇다. ‘우매한 군중들을 선동해 도입한 제도이니, 복지 정책은 정당성이 없다.’ 보수언론은 복지 공약을 ‘매표행위’로 단정 짓고 ‘표’퓰리즘이라는 표현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정말 그럴까? 정치는 자원의 분배과정이다. ‘1인 1표’로 작동하는 정치체제를 이용해 대다수 중, 저소득층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펴는 건 민주주의의 본래 뜻에 맞는 일이다. 포퓰리즘은 ‘민중주의’라는 뜻으로, 데모크라시와 어원상 의미가 같다. 소수 부자에게만 유리한 정책을 펴는 정부는 민주적이지 않다. 한국이 꼭 그렇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14년 OECD 자료를 분석해보니 한국은 조세정책을 통한 빈곤율 완화 효과가 2.4%포인트에 그쳤다. 프랑스(26.8), 독일(23.5)과 10배 정도 차이가 난다. 한국 빈곤율은 세금을 거두기 전 17.3%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았지만, 세금을 걷은 후에는 14.9%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국가가 양극화 해소를 위해 하는 일이 없다는 뜻이다. 부양의무제 폐지 없이 민주주의를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보건복지부가 만든 맞춤형 기초생활보장제도 홍보 리플렛.
박근혜 정부는 맞춤형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부양의무제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고 홍보했다.

사진 출처 - 보건복지부

 부양의무제 폐지는 정의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각자에게 합당한 몫을 나눠주는 것’이 정의라고 말했다. 세계시민사회 차원에서 보면 모든 인간이 천부적 인권을 보장받는 것이 정의다. 국가 차원에서 보면 모든 국민이 시민권을 보장받는 게 정의다. 영국 사회학자 마셜은 ‘사회에서 당당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권리’를 뜻하는 ‘사회적 시민권’을 현대 사회의 시민권으로 규정했다. 현대 국가는 사회적 시민권을 지키기 위해 사회보장제도를 운영한다. 한국에서 2000년부터 시행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IMF 금융위기라는 충격 이후 ‘최소한의 경제 안전망’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생긴 복지제도다. 당시 뉴스에는 중산층 가족이 하루아침에 거리로 나앉는 모습이 드물지 않게 등장했다. 오갈 곳이 없어 길거리에 텐트를 친 4인 가족에게 시민권은 없었다. 이를 지키기 위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생겼다. 2016년 기준으로 정부가 책정한 4인 가족 최저생계비는 170만 원. ‘정의’를 말하기에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이나마도 지키려면 부양의무자 기준을 피해가야 한다.

 부양의무자 폐지는 한국 사회 복지논쟁의 축약본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라는 최하위 사회안전망의 구멍을 메우자는 논의다. 이에 대해 ‘세금 낭비’, ‘포퓰리즘’, ‘부정 수급 등 도덕적 해이 우려’라는 비판이 나온다. 부양의무제 폐지를 말하는 대선 후보들 역시 이런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해 ‘단계적 추진’을 말한다. 세 가지 비판은 각기 타당성, 민주성, 정의 측면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에 대해 ‘예산을 줄일 방법이 있다’, ‘소득심사를 통해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 ‘부정수급을 감시해 공정하게 하겠다’는 논리로 맞서는 건 프레임에 휘말리는 꼴이다. 다음 정권을 누가 잡든, 부양의무제 폐지를 시작으로 모든 복지 공약에서 이 같은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돈이 들지만, 꼭 필요한 일이다. 돈 되는 사업만 하는 건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다’, ‘대다수 국민을 위한 일이고, 그런 일을 하라고 있는 게 정치다’, ‘지금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 건 117만 명의 수급권 박탈자들이다’라고 정면 대응하는 걸 권한다. 연 10억 원. 큰돈이 맞지만, 한 국가 국민의 인권과 바꾸기에는 적은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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