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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에 가시 ]

'목에 가시'는 현장을 살아가는 젊은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젊은 칼럼 공간입니다. 뭔가 불편하지만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소수의 목소리가 될 것입니다. '목에 가시'에는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 다솜(미디어 활동가), 손상훈(교단자정센터 원장), 송채경화(한겨레21 기자), 신혜연(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재학생), 이동화(아디 사무국장), 이상재(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이현정(꽃씨네농작물 대표), 허창영(광주교육청 조사구제팀장, 전임 간사)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작성자 인권연대
작성일 2017-03-08 (수) 16:57
홈페이지 http://www.hrights.or.kr
ㆍ추천: 0  ㆍ조회: 326      
IP: 218.xxx.74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는 국가를 위하여 (이상재)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초등학교 2학년이 되어서 뭍에서 살기 전까지는 경남 남해안의 섬에서만 살았습니다. 집안 사정 때문에 한 곳에서만 산 것이 아니라 세 군데 섬을 옮겨 다녔는데 그중에서 다섯 살 무렵에 살았던 두 번째 섬에 관한 희미한 기억입니다. 그 섬은 다른 두 곳의 섬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기가 작았는데 전국지도는 물론이고 경남의 지도에도 잘 나오지 않을 정도로 작았습니다. 가구 수는 우리 집을 포함해서 달랑 두 가구였습니다. 집이 한 채 더 있기는 했는데 그 집은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라서 꼬마들의 놀이터 역할을 했습니다.

 그 섬에 살았던 총인구수는 우리 집에 3명, 너무 오래전 일이라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지만, 아이들이 많았던 이웃집에 6~7명으로 섬에 사는 모든 사람 수가 10여 명 정도밖에 되질 않았습니다. 섬이 작다 보니 전기는 당연히 들어오지 않았고, 가끔 식수도 모자라서 이웃한 큰 섬에서 커다란 통에 물을 실어오기도 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1970년대, 크기도 작고 거주하는 사람도 적었던 그 섬에 학교가 있었습니다. 이웃집의 자녀 2명만 국민(초등)학교에 다니는 연령대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아이들을 위한 학교가 그 섬에 있었던 겁니다. 희미한 기억 속의 그때 그 학교 교실은 3-4평 정도 크기였고 정식학생은 2명뿐이었지만 취학연령이 되지 않은 저와 이웃집 아이들도 교실 뒤편에서 수업을 같이 들었습니다. 당연히 수업내용은 이해되지 않았고 지루하기도 했겠지만, 저와 이웃집 꼬마들은 오전 수업이 끝날 때까지 잠자코 앉아있었습니다. 그렇게 했던 이유는 수업이 마치면 선생님께서 꼬마들에게 누런색 종이 포장지에 담겨있던 건빵을 나눠 주셨기 때문입니다. 두 명만 수업을 듣는 삭막한 수업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선생님의 시도와 군것질할 작은 점방 하나 없는 섬에서, 단것에 굶주려 있던 꼬마들의 이해관계가 적절하게 맞아떨어진 풍경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몇 년 후 뭍에서 학교에 다닐 때 저를 알아본 그때 그 선생님과 반갑게 해후를 하기도 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저의 유년시절 기억을 불러내온 계기는 최근에 지역 언론을 통해 접한 기사 하나 때문이었습니다. 충남교육청은 충남 보령시의 작은 섬 녹도의 분교가 2006년 학생 수 감소로 폐쇄된 이후 10년 만에 순회교육 학습장 형식으로 다시 열기로 했다고 합니다.

 녹도에 사는 올해 초등학교 유일한 입학생이자 재학생인 류찬희 군을 위해 충남교육청에서 어려운 결정을 해준 것인데 폐교됐던 지역에서 학교 교육이 다시 시작된 것은 전국 최초의 일이라고 합니다. 녹도의 주민들은 마을잔치를 열어 10년 만에 재개된 마을에서의 공교육을 환영했다고 합니다. 교육은 물론이거니와 세상 모든 것이 효율성과 경제성만을 따지는 세태에 보기 드문 풍경이라 기사를 읽는 내내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이민철 청파초등학교장이 지난 3일 호도분교 녹도학습장에서 류찬희군(오른쪽)과
옆 섬마을 호도분교 고가은양의 입학허가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충남교육청

 이 기사를 읽고 나서 생각의 끈은 지난 연말연시에 있었던 대전의 변두리 학교인 기성초등학교 길헌분교의 통폐합 논란에까지 닿았습니다. 길헌분교는 전교생이 22명에 불과한 소규모 학교입니다. 지난 연말 대전교육청은 학생 수가 적어서 두 학년씩 같이 수업을 진행하고, 조리실이 따로 없어 급식도 본교에서 가져다 먹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길헌분교를 폐쇄하고 본교와의 통합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길헌분교 학부모 18명 전원은 대전교육청이 통폐합 기준인 학부모 75% 이상의 동의를 얻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폐합을 추진한다면서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학부모들은 도심의 큰 학교가 싫어서 일부러 길헌분교에 아이를 보낸 분도 있고 통합되면 먼 기성초등학교까지 통학의 어려움도 상당하다고 합니다. 또한,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은 무시하고 무리하게 통폐합하는 것이 교육부로부터 지원받는 인센티브 30억 원을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주장했습니다. 학부모와 지역 시민단체가 통합반대운동을 펼친 결과, 지난 1월 대전시의회 교육위원회에서 기성초 길헌분교장 통폐합을 다룬 대전시립학교 설치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은 학부모와 주민의 의견수렴 부족 등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부결됐습니다.

 한 명의 학생을 위해 10년 만에 폐교를 되살린 충남교육청과 학생, 학부모 모두가 반대하지만 22명의 학생을 강제로 본교와 통폐합하려고 한 대전교육청의 정책추진은 많이 다릅니다. 몇 달여 사이에 공교롭게도 이웃한 두 교육청에서 소규모 학교에 대해서 전혀 상반된 모습이 나온 것이라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1970년대와 40년이 훌쩍 지나버린 현재를 비교해보면 각종 경제발전 수치에서 대한민국은 비약적인 성장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커진 빈부 격차와 소득 격차, 그리고 도농 간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실질적 차이는 발전의 과실을 어떤 특정세력과 지역만이 가져간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합니다. 대한민국의 섬에 사는 주민들에게 1970년대에는 가능했던 학생 한두 명도 학교를 갈 수 있게 책임지는 공교육이 2017년에는 가능하지 않다면 그런 발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31조는 교육권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모든 국민은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국민은 자녀에게 의무교육을 받게 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입니다. 자녀가 의무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 대한민국 국민의 의무라면 국민이 어디에 거주하고 있더라도 교육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국가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녹도로 이사 온 류찬희 군은 섬에 학교가 없어 이웃 섬마을 학교인 청파초 호도분교로 매일 배를 타고 통학해야 할 처지였다고 합니다. 마땅한 통학수단이 없자 찬희 부모님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지난해 충남교육청에 “아무리 어려워도 가족은 함께 해야 하며, 의무교육 대상자인 찬희를 국가가 책임져 달라”고 요구했다고 합니다. 이에 충남교육청은 재정적 어려움과 효율성 보다는 한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행정이 평등한 교육의 출발선이라며 어려운 논의 끝에 녹도에도 학습장을 여는 결정을 내렸다고 합니다.

 한 명의 초등학교 입학생을 위해 10년 만에 학습장을 연 충남교육청의 결정이 22명의 초등학생과 그 학부모 모두가 반대하는데도 폐교를 추진한 대전교육청의 교육행정보다 훨씬 인권적이고 헌법 가치에 충실한 교육행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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