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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에 가시 ]

'목에 가시'는 현장을 살아가는 젊은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젊은 칼럼 공간입니다. 뭔가 불편하지만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소수의 목소리가 될 것입니다. '목에 가시'에는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 다솜(미디어 활동가), 손상훈(교단자정센터 원장), 송채경화(한겨레21 기자), 신혜연(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재학생), 이동화(아디 사무국장), 이상재(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이현정(꽃씨네농작물 대표), 허창영(광주교육청 조사구제팀장, 전임 간사)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작성자 인권연대
작성일 2017-02-01 (수) 15:06
홈페이지 http://www.hrights.or.kr
ㆍ추천: 0  ㆍ조회: 271      
IP: 218.xxx.74
시어머니에게 아내가 있었다면? (송채경화)

송채경화/ 한겨레21 기자

 설 연휴를 마치고 첫 출근날. 점심을 먹으려고 모인 여성 동료들 사이에서 명절 스트레스에 대한 얘기가 쏟아졌다. 명절 내내 설거지 하느라고 허리가 휠 것 같았다거나, 열심히 일하는데 낮잠 자고 있는 남자들을 보면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는 얘기는 지겹게도 반복된다. 누구네 시댁은 시골인데 남자들에게만 밥상을 차려주고 여자들은 비좁은 부엌에서 따로 밥을 먹는다더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시대가 바뀌어도 시댁 풍경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나는 예외였다. 가까운 곳에 사는 시어머니는 설 음식을 간단하게 준비할 테니 굳이 전날에 와서 도와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설날 아침을 먹은 뒤에는 시아주버니가 설거지를 하겠다고 나섰다. 점심에는 남편이 설거지를 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설에는 잔심부름 외에 공식적인 주방 일에서 해방됐다. 이런 얘기를 하니 여성 동료들 사이에서 부러움의 감탄사가 나왔다. 시댁이 남녀평등을 실천하는 훌륭한 가정으로 비쳐진다는 것에 대해 괜히 우쭐해졌다. 

 그때 동료 한 명이 이런 얘기를 했다. “명절 음식은 결국 시어머니 혼자 다 했겠네.” 아뿔싸. 그랬다. ‘시어머니의 노동’을 잊고 있었다. 묵묵하게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해 차례 음식을 준비한 것은 다름 아닌 시어머니였다. 아들들이 설거지를 하는 동안에도 쉴 틈 없이 남은 음식을 정리하고 자식들 집에 싸 보낼 음식을 분류했다. 나조차도 그런 시어머니의 노동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우쭐했던 마음이 급격하게 부끄러움으로 변했다. 단지 며느리 한 명을 주방 일에서 해방시켰다고 남녀평등이 실천된 것은 아니다. 뒷감당은 결국 여성인 시어머니의 몫이었다.

 시어머니는 대학을 졸업한 뒤 교편을 잡다가 결혼과 동시에 전업 주부가 되었다. 시어머니의 노동으로 시아버지는 직장에 전념할 수 있었고 세 명의 자식은 잘 자랐다. 나를 포함한 가족들은 그런 시어머니의 노동을 지금껏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왔다. 시어머니는 원래부터가 집안을 깨끗이 치우고 손맛이 깃든 요리를 하고 자식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보람을 느끼는 존재라고 여겼다. 그런데 만약 그런 시어머니에게도 ‘아내’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모든 집안일을 감당해주고 아이를 키워주고 바깥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누군가가 있었다면? 교사 일을 계속 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아니면 적성에 맞는 새로운 일을 찾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시어머니에게도 무한한 가능성이 있었다. 그 옆에 ‘아내’가 있었다면. 우리는 왜 지금까지 그런 상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걸까?

 


사진 출처 - 한겨레

 호주의 저널리스트이자 정치평론가인 애너벨 크랩이 쓴 책 <아내 가뭄>은 이렇게 말한다. “여자에게도 아내가 필요하다”고. 여성의 사회 진출은 늘었지만 여전히 리더로서의 여성이 부족한 이유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분석했다. “주당 70시간 근무가 성공의 열쇠가 되는 직업군에서 아내가 있다는 것이 어째서 지랄 맞게 유용한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따라서 (아내를 가질 확률은 현저히 낮고 그 자신이 아내가 될 확률은 월등히 높은) 여성들이 이러한 회사의 높은 자리에 오르는 빈도가 남성들 근처에도 못 미치는 이유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시어머니의 시대에는 오로지 여성이 아내의 역할을 강요당했다. 그러나 맞벌이 시대인 지금은 서로가 서로의 아내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 일은 여전히 지독히도 힘들다. <아내 가뭄>에는 워킹맘들이 겪는 어려움뿐 아니라 워킹대디들이 집안일을 위해 직장의 양해를 구할 때 부딪치는 장벽도 다루고 있다. 육아와 가사 노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남성을 사회가 ‘사회적 패자’ 취급을 하는 것, 전업주부 남편이 받는 차별과 사회적 폭력 등도 함께 다룬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남성만 바뀌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 집안일을 아내에게 맡긴 채 야근을 하는 남자에게 “역시 남자가 일을 더 잘하지”라고 말하는 것, 칼퇴근을 하고 어린이집으로 달려가는 여자를 두고 “역시 여자는 이래서 안 돼”라고 생각하는 일 따위를 그만 둬야 한다. 남자에게도 육아와 집안일을 위해 일찍 퇴근할 수 있는 권리를, ‘아내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그래야 함께 살 수 있다. 여자에게도 아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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