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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에 가시 ]

'목에 가시'는 현장을 살아가는 젊은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젊은 칼럼 공간입니다. 뭔가 불편하지만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소수의 목소리가 될 것입니다. '목에 가시'에는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 다솜(미디어 활동가), 손상훈(교단자정센터 원장), 송채경화(한겨레21 기자), 신혜연(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재학생), 이동화(아디 사무국장), 이상재(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이현정(꽃씨네농작물 대표), 허창영(광주교육청 조사구제팀장, 전임 간사)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작성자 인권연대
작성일 2016-12-20 (화) 11:26
홈페이지 http://www.hrights.or.kr
ㆍ추천: 0  ㆍ조회: 344      
IP: 218.xxx.74
여성 대통령을 보내는 우리의 자세 (신혜연)

신혜연/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재학생

 2012년,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탄생했다. ‘준비된 여성 대통령’을 구호로 내건 박근혜 대선 후보는 TV토론회에서 보여준 부족한 말주변과 공약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그는 과감한 복지정책을 하되 증세는 없다는 모순된 주장을 펼쳤다)을 뒤로 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리고 2016년, 국민의 80%는 그의 하야를 지지하고 있다.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최악의 비리 대통령으로 남게 될 판이다.

 박 대통령의 실패를 ‘여성의 실패’로 해석하고 싶지 않은 시민들은 박 대통령의 여성성을 아예 제거해버리는 전략을 택했다. 그가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의 이미지를 내세워 당선됐고, 군사독재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켜 승리했기 때문에 여성이지만 여성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식의 논리다. 물론 틀린 해석은 아니지만, 현실과는 다소 괴리가 있는 해석이다. 한국사회에서 박 대통령은 여전히 여성으로 인지되기 때문에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성이다. 그가 박정희의 딸이어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의 실책과 잇단 비리 연루 의혹에 “암탉이 울어서 나라가 망한다” “박근혜가 아니라 박지만이 대통령을 해야 했다”며 그의 여성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현실이 이 명백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한국 사회에서 박 대통령은 여성이라는 정체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는 평생 “미쓰 박”으로 호명될 운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여성성을 부인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한가지다. 소수자 개인을 오로지 소수자라는 한 가지 정체성으로 규정하는 일반화의 오류가 그것이다.

 
작년 10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청와대 홈페이지

 성급한 일반화는 ‘소수자가 악마일리 없다’는 소수자의 순수성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비롯된다.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는 늘 순수한 피해자일 것을 강요받았다. 장애인들은 자신의 삶이 얼마나 남루하고 비극적인지 어필함으로써만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었고, 여성들은 미혼모나 소녀가장 등 절박한 상황에 한해 사회적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나아가 ‘보통 사람만큼의 제도적 혜택’ 혹은 ‘자존감’을 요구하는 순간은 늘 문제가 된다. 우리 사회 ‘일반 남성’이 선망하는 직종에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고용할당제를 도입한다고 하면, 당장 ‘특권’ ‘역차별’이란 반발이 튀어나올 확률이 크다. 이런 제도의 특혜를 보는 이들은 우리 상상 속에 있는 ‘비참한 소수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소수자에 대한 고정관념은 평등으로 가는 길을 저해한다. 현실에 ‘순수한 피해자’는 없다. 단지 공동체 내에서 오랜 기간 억압받아온 소수자적 특성을 지닌 개인들이 존재할 뿐이다. 소수자라고 늘 인권해방에 앞장서거나, 올바른 삶을 살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소수자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한 사회에서 소수자를 배려하는 제도를 만드는 건 그들이 공동체 안에서 배제 돼 온 과거 맥락을 이해하고 반성한다는 의미에서다. 그런 혜택을 받는 소수자가 특권계층인지, 부도덕한 사람인지는 부차적인 문제다. 잘 배운 엘리트 여성이 여성비례대표 할당제로 국회의원이 되고, ‘최초의 여성’이란 홍보 문구로 대선후보로서 우위를 점하는 건 잘못된 일이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박 대통령의 당선은 국내 여성주의 운동에서 의미 있는 첫 걸음이었다. ‘악한 소수자’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박 대통령은 수많은 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사고 있다. 특권계층의 이익을 대변했고, 심지어 여성 고용에 무지할뿐더러 여성들이 주로 종사하는 서비스 업종에 대한 고용불안도 가중시켰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두 가지 가능성을 한국 사회에 제시했다. 첫째는 여성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여성도 부패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 이전 수많은 전 세계 남성 대통령들이 그러했듯이 박 대통령 또한 부패의 길을 걸었다. 이 때 비리와 부패는 명백하게 박 대통령 개인의 속성이다. 단지 박 대통령은 무수히 많은 여성들 중, ‘권력이 있고 부패한 여성’이었을 뿐이다.

 미국 드라마 <굿와이프>에는 소수자적 특성을 가진 변호사들이 등장한다. 장애를 가진 변호사, 임신한 여성 변호사, 어린 여성 변호사 등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악덕하고, 자신들의 소수자성을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데 능하다. 미국에서 대히트를 친 이 드라마는 악의적으로 소수자를 묘사한 게 아니라, 소수자에 대한 일반인들의 편견을 꼬집고 있다. 소수자는 소수자라는 특성만으로 한 사회 내에서 배제돼 온 맥락이 있다. 그들에게 ‘순수성’과 ‘당사자성’이라는 무고한 짐을 지울 권리가 우리에게는 없다. 박 대통령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비판받지 않을 날이 올 때까지, 우리는 다음 여성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남겨 둘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이 ‘부패한 여성 대통령’이 아니라 ‘부패한 대통령’으로 평가되는 날을 앞당기기 위해서라도 우리 사회 소수자들에게는 더 다양한 역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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