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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자국 통신 ]

'발자국통신'은 인권연대 운영위원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발자국통신'에는 권보드래(고려대 국문학과 교수), 김녕(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수), 김대원(성공회 서울교구 신부), 김영미(금천문화예술정보학교 교사), 김창남(성공회대 신방과 교수), 김희수(변호사), 도재형(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상덕(가톨릭신문사 기자), 오인영(고려대 역사연구소 연구교수), 이재상(CBS PD), 이재성(한겨레신문 기자), 이재승(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지상(가수 겸 작곡가), 이찬수(서울대 연구교수), 장경욱(변호사), 최낙영(도서출판 밭 주간), 허홍렬(치과의사), 홍승권(삼인출판사 부사장), 황미선(면일초등학교 교사)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차례씩 글을 씁니다.

작성자 인권연대
작성일 2017-05-31 (수) 15:32
홈페이지 http://www.hrights.or.kr
ㆍ추천: 0  ㆍ조회: 230      
IP: 218.xxx.74
싱거운 이야기 (최낙영)
권보드래/ 인권연대 운영위원

최낙영/ 인권연대 운영위원

 ‘이번 모임은 여의도...’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나서 사흘쯤 지난 후였습니다. 오랜만에 다들 모여서 저녁을 먹자는 문자가 왔습니다. 중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계속 만남을 이어오고 있으니 길다면 긴 시간 동안 만나왔던 친구들이었습니다.

 1년에 서너 번쯤, 정기적인 모임 같은 것도 없이 그때그때, 시간이 서로 맞을 때 10여 명 내외가 그렇게 만나온, 특별한 성격도 이름도 없는 그런 모임입니다, 모두들 사는 곳이 제각각이어서 강남과 강북의 중간쯤 되는 곳에서 만나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종로나 광화문에서 만나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번에 여의도에서 모이게 된 것은 오랫동안 더불어민주당에서 일해 왔던 친구 C 때문이었습니다.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던 C에게 위로 겸 축하를 해준다는 명분으로 그렇게 열 명 가까운 친구들이 모였습니다.

 모두들 C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습니다.

 “C야, 고생했다. 나 이번에 문재인 찍었다.”

 그동안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던 친구가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나도!”
 “나도!”

 C와 악수를 나누며 이번 선거에서 자신도 한 몫 거들었다는 듯이 모두들 축하의 말을 건넸습니다.

 “안철수 지지율이 그렇게 갑자기 확 빠질 줄 예상하지 못했어. 막판 홍준표 지지율이 올라갈 때는 긴장도 했지.”

 친구들의 축하인사에 화답하듯 C는 선거 막판까지 가슴을 졸이게 했던 여론 조사의 추이를 되짚으며 이번 선거의 결과를 정리해주었습니다.

 사회 문제는 물론, 아이들 교육 문제, 부부관계 등 만날 때마다 각기 다른 견해로 부딪쳤던 그동안의 모임과는 달리 이번에는 어떤 이견도 없었습니다.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할 때마다 나머지 친구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무엇보다 크고 작은 정치적 사건이 있을 때마다 의견 대립을 했던 친구들이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그래, 그렇지!”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누구라 할 것 없이 이번 선거 결과에 어떤 안도감 같은 것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직업도 다르고 성격도, 취향도 다른 친구들이 그야 말로 대동단결하는 오랜만의 모임이었습니다.

 단 한 가지 누가 이번 선거 결과를 만들었나에 대한 의견은 조금 달랐습니다.

 “문재인 당선의 1등 공신은 박근혜지!”
 “최순실이지!”
 “jtbc!”
 “문재인 찍은 내가 1등 공신!”
 “위대한 촛불 시민들이지!”
 “무슨 소리? 그동안 고생한 C야 말로 1등 공신!”

 술자리는 점점 달아올라 어느새 왁자지껄해졌습니다. 싱거운 우스갯소리가 이어지며 몇 번의 술잔이 더 돌았습니다. 그리고 잠시 쉬어가기로 약속이나 한 듯 대화가 멈춘 때였습니다.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친구 K가 입을 열었습니다.

 “C야, 사실 나는 문재인 찍지 않았어. 너도 알다시피 나는 노빠 싫어하잖아.”

 C는 ‘그래,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K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궁금한 듯했습니다.

 K가 조금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야, 문재인이 당선되고 나서 TV를 볼 때 이상하게 안정감 같은 것, 왠지 당연하게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거야. 그가 이야기하는 게 뭐 특별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말야. 왜 그런 생각이 드는 거지? 도대체 왜 그럴까?”


사진 출처 - 한겨레

 갑자기 진지한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문득 저도 K와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느낌을 갖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 느낌이라는 것에 대해 딱 부러지는 답이야 있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저 또한 그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K의 말을 다 듣고 나서 C는 씩 웃었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쉽게 대답했습니다.

 “그건 그동안, 그러니까 이명박, 박근혜 정권 동안, 너무 비상식적인 것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야. 그러다가 이제야 네가 지극히 자연스럽고 상식적인 장면을 보게 된 거지.”

 정말 그렇게 간단한 이유 때문이었을까요? 그렇게 쉬운 것이었을까요? 그렇게 싱겁고 당연한 사실 때문이었을까요?

 2차까지 이어진 술자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저는 K의 질문과 C의 대답을 계속 되짚어보았습니다. 몇 번을 곰곰이 생각해보아도 저는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최낙영 위원은 현재 도서출판 '밭' 주간으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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