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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자국 통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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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인권연대
작성일 2017-04-26 (수) 15:35
홈페이지 http://www.hrights.or.kr
ㆍ추천: 0  ㆍ조회: 430      
IP: 218.xxx.74
여론조사 (김창남)

김창남/ 인권연대 운영위원

 대선을 앞두고 정파 간 여론전이 치열하다. 당연한 얘기지만 국민을 설득해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자 하는 대중설득의 경쟁에서 매스미디어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미디어의 보도는 의도적이든 결과론적이든 그때그때 특정 정파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 정파는 매일 매일 미디어의 보도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거꾸로 말하면 선거 국면이야말로 미디어가 권력을 휘두르며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고 대중의 주목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흔히 미디어들이 후보자들의 다양한 정책이나 국정 운영 방향 같은 정보를 제공하기보다 추문과 마타도어, 그리고 여론 조사 수치 같은 흥미 거리 보도에 열을 올린다고 비판받는 것은 그것이 대중의 관심을 더 많이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의 주목을 받는 흥미 위주의 선거 보도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게 여론조사다. 선거철이 되면 거의 매일 여론조사를 통한 지지율 추이가 보도된다. 누가 1,2위를 달리고 있네, 유력 후보자들 간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졌네 벌어졌네, 지지율 격차가 줄면서 양강 구도가 형성됐네, 같은 보도가 매일 매일 지면을 장식하고 가장 핫한 뉴스로 취급받는다. 이런 보도가 마치 경마장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리는 말들을 좇는 경마 중계와 비슷하다 하여 흔히 경마식 저널리즘(horse race journalism)이라 부른다. 이런 경마식 보도가 문제가 되는 건 그것이 단지 흥미를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권자들의 정치적 선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당 정치의 기반이 허약하고 인물 중심 정치 문화의 성향이 강한 한국 사회에서 이는 특히 중요한 문제가 된다. 여론조사가 아니라 여론조작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건 그 때문이다.


사진 출처 -
한국일보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여론조사가 세 가지의 전제를 갖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첫째, 모든 사람이 의견을 갖고 있다, 둘째, 모든 의견이 똑같은 무게를 갖고 있다, 셋째, 물을 만한 가치가 있는 질문에 대한 동의가 이루어졌다, 등이다. 그런데 이런 전제 자체가 잘못된 것이고 따라서 진정한 의미에서 여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부르디외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여론조사의 타당성을 의심할 여지는 적지 않다. 이미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나 영국의 EU 탈퇴 투표, 거기에 한국 총선 결과까지 여론조사의 허구성을 증명한 사례는 차고 넘친다.

 여론조사는 전체 모집단의 일부를 뽑아 전체 의견을 추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당연한 말이지만 표본을 뽑는 방법이나 질문을 던지는 방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최근 대선을 앞두고 이루어진 여론조사만 보아도 같은 날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가 조사 기관에 따라 많게는 10% 이상 차이 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집 전화와 모바일 조사가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가에 따라 조사 결과도 크게 달라진다. 어떤 방법이 가장 정확한지에 대해서는 아직 누구나 인정할만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언론사나 조사 기관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여론조사 결과를 그에 맞게 만들어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당연히 미디어가 특정 후보를 띄우기 위해 여론조사를 이용하거나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 해석할 수도 있다.

 미디어의 정치적 입장 때문에 특정 후보를 암묵적으로 부각시키는 일도 있지만 꼭 그게 아니더라도 흥행을 위해 누군가를 부각시켜 의도적인 경합 국면을 조성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후보 간의 격차가 크고 결과가 빤히 보인다면 미디어에 대한 관심과 흥행도 자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디어의 입장에서 여론조사는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인 것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여론조사라는 이름의 보도 상품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건 여론조사 수치에 일희일비하면서 정치적 선택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다. 여론조사가 꼭 현실의 여론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며 얼마든지 조작 가능하다는 것, 얼마든지 현실을 오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모든 여론조사 수치를 거리를 두고 비판적으로 보는 것이다. 여론조사 수치 따위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믿고 투표하는 것이다.

김창남 위원은 현재 성공회대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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