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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창익의 인권이야기 ]

 

작성자 오창익
작성일 2015-08-11 (화) 00:18
ㆍ추천: 0  ㆍ조회: 664      
IP: 121.xxx.6
반말로 하는 지시와 명령(경향신문, 2015. 6. 16)
]반말로 하는 지시와 명령
오창익 | 인권연대 사무국장      

현충일 낮. 뜬금없는 문자가 왔다. ‘긴급재난문자’였다. “[국민안전처] ◇메르스 예방수칙 1. 자주 손 씻기 2. 기침·재채기 시 입과 코 가리기 3. 발열·호흡기 증상자 접촉 피하기 등” 뒷북치듯 별 내용도 없는 예방지침을 보냈다. 시기와 내용도 문제지만 말투도 불편했다. 건조한 몇 단어의 나열이었고 죄다 반말이었다. 존댓말로 쓰면 글자 수가 늘어난다는 핑계를 대겠지만, 그저 개인에 불과한 우리들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문자를 보낼 때, 예의를 갖추려고 노력한다. 글자 수를 고민하며 꼭 해야 할 말을 다듬는 거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끄는 국가가 국민들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이 늘 이렇다. 대개 반말이고, 대체로 지시와 명령을 반복한다. 주권자를 섬기고 모시는 태도는 아예 없다. 공산당 일당독재국가도 이렇게는 안 한다. 중국에선 ‘금연’이란 말 대신 ‘청물흡연(請勿吸煙)’이란 말을 많이 쓴다. 담배 피우지 말 것을 청(請)한다는 뜻이다. 공산당 일당독재국가의 말이 자유민주국가의 말보다 훨씬 친근하고 상대방을 존중한다. 메시지의 내용만큼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나 태도도 중요하다. 사람에게 말은 본질적이다. 천냥 빚마저 말 한마디로 갚을 수 있을 정도로 우리의 생활과 삶 그리고 생각까지 좌우하는 큰 힘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 국가가 국민들에게 어떤 말을 건네는가, 그 태도와 방식이 어떤가를 따지는 것은 그 나라의 본질적 태도를 묻는 작업과 같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때문에 불안해하는 국민을 안심시키고 정확하고도 발 빠른 대응을 하는 게 국가의 역할이지만, 국가는 검찰과 경찰을 앞장세워 유언비어를 퍼트리면 형사처벌할 거라 윽박지르고 있다. 대통령은 “유언비어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상의 사실과 다른 내용들에 대해서도 단단히 대응해 달라”고 정부부처를 독려하고, 새누리당의 김문수씨는 핵무기는 무서워하지 않으면서 독감은 무서워한다며 비아냥댄다. 이렇게 국민을 윽박지르는 형편없는 말들은 비상사태에나 가끔 듣게 되는 이례적인 폭언이 아니다. 적어도 한국에선 일상적이다. 당장 길거리에만 나가봐도 금세 알 수 있다. ‘우측통행’ ‘조용히’ ‘무단횡단금지’.

단지 반말을 했다고 얼굴 붉히고 멱살잡이까지 하는 나라에서 주권자인 국민들이 국가로부터 매번 반말만, 그것도 지시와 명령투의 말만 들어야 하는 까닭을 모르겠다. 하긴 국가가 국민을 대하는 게 늘 이런 꼴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권력을 지닌 사람이란 뜻의 ‘유권자’란 말도 있지만, ‘유권자’란 말은 기껏해야 4, 5년에 한 번씩, 선거운동기간에나 들을 수 있는 말에 머물러 있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직후 파리시장을 지낸 장 니콜라 파슈는 프랑스 혁명의 3대 정신 ‘자유·평등·우애’를 모든 공공건물에 새기게 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혁명에 성공했으니 그 혁명의 구호들을 공공건물에 새겨놓는 건 당연하겠지만, 문제는 그 내용이다. 국가가 국민들에게 말을 건네는데, 그 말인즉, “당신들은 누구나 자유롭다. 그리고 평등하다. 하지만 우리가 공동체를 이루고 살고 있는 한, 서로 연대하고 우애 있게 지내야 한다”는 거다. 그저 질서나 통제, 또는 윽박지르기 위한 말과는 차원이 다르다. 국가가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기고백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혁명적인 발상이다.

민주주의가 기껏해야 4, 5년에 한 번씩 내 맘대로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을 뽑을 수 있는 제도만을 뜻한다면 모르겠지만, 국가가 국민들에게 건네는 말을 보면, 한국에서 민주주의는 아직 멀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끄는 한국이란 나라가 중국은 물론 220여년 전 프랑스보다 더 민주화되었다거나 주권재민의 원리에 더 충실하다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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