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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창익의 인권이야기 ]

 

작성자 오창익
작성일 2015-08-11 (화) 00:15
ㆍ추천: 0  ㆍ조회: 648      
IP: 121.xxx.6
남영동 대공분실의 흰 대문(2015. 5. 26)
남영동 대공분실의 ‘흰 대문’
오창익 | 인권연대 사무국장

남영동 대공분실은 건축가 김수근의 작품이다. 한낮에도 짙은 어둠을 느끼게 하며 사람들을 위축시킨다. 피조사자들이 처음 맞닥뜨리는 건, 육중한 군청색 철문이다. 그곳의 대문은 여닫이와 미닫이 두 개의 구조로 되어 있다. 내부는 들여다볼 수 없다. 문을 보는 순간 숨이 막히는 것 같은 위축을 경험하게 된다. 5층 조사실로만 통하는 원형 계단은 사람의 공간감각을 빼앗아 길을 잃을 때의 느낌과 비슷한 공포감을 준다. 한여름에도 서늘함을 느끼게 하는 복도를 거쳐 들어가야 하는 조사실에는 침대와 욕조, 방음벽에다 폐쇄회로(CC)TV 카메라까지 설치되어 있다. 남영동의 조사실은 하나의 공간이 인간을 얼마나 초라한 존재로 전락시킬 수 있는지 보여준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문짝부터 조사실까지 전체 건물이 유기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비록 고문이 자행된 악명 높은 현장이지만, 역설적으로 하나의 예술작품이기도 하다. 예술작품이 사람을 파괴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건물이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2005년 폐쇄되었다. 경찰의 애초 계획은 대공분실을 헐고 웨딩홀이 들어간 빌딩을 지을 작정이었다. 남영역 바로 옆, 확실한 역세권이다. 게다가 보기 싫은 과거를 지워버릴 수 있다는 속셈도 있었을 거다. 악명 높은 3대 고문 시설 중에서 두 곳은 이미 사라져버렸다. 보안사 서빙고 분실 자리엔 아파트가 들어섰고, 남산 안기부는 유스호스텔과 서울시 부서들이 들어오면서 껍데기만 남게 되었다. 겨우 남영동 대공분실만 남았다. 박종철 열사의 부친과 박형규 목사, 김성수 주교 같은 분들이 남영동 대공분실의 폐쇄와 인권기념관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며 나섰다. 다행히 경찰은 이분들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인권기념관으로 거듭났다. 경찰청 인권센터가 입주했고, 조사실 등 고문의 현장은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시민에게 개방했다. 경찰청 인권위원회도 이곳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10년 동안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남영동의 변모는 어두운 과거와 단절하고 미래로 가는 경찰, 시민의 친근한 벗으로 거듭나는 경찰의 변화를 보여주는 가장 강력하고도 극적인 상징이 되었다. 얼마 전, 남영동 대공분실을 찾았다 깜짝 놀랄 광경을 보았다. 남영동의 상징과도 같았던 철제 대문이 바뀐 것이다. 안쪽 미닫이문은 아예 담 옆에 고정시켜놓았고, 바깥쪽 여닫이문은 바꿔 버린 것이다. 예전의 철문은 온데간데없고, 놀이동산에나 어울릴 하얀색 문짝을 달아 두었다. 예전 것과 달리, 새로 단 것은 안쪽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것이었다. 담벼락이나 기둥과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뜬금없는 문짝이었다. 무엇보다 남영동 대공분실의 이미지가 문짝 하나로 훼손되어 버렸다. 존재만으로도 위압감과 공포감을 주던 건물이, 갑자기 조잡해보였다. 건물 전체가 하나의 작품이었는데, 문짝 하나만으로 작품이 엉망이 되었다. 왜 이리 했느냐고 물으니 문짝이 오래되고 고장 나서 아예 바꿨단다. 원래 있던 문짝은 어디 뒀냐고 물으니 답이 없다.

역사의 현장은 원형 보존이 제일 원칙이다. 그게 관리를 맡은 사람들의 첫 번째 책무다. 문짝이 고장 나면 고쳐서라도 원형을 보존하기 위해 애써야 했다. 겨우 40년 된 철제 문짝을 내다버릴 만큼 관리능력이 없다면, 전문가의 도움이라도 받아야 한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단순한 경찰관서가 아니다. 고문의 현장이었다. 이곳에서 국가폭력이 자행됐고, 자유와 민주주의가 압살당했다. 당연히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를 일깨우는 생생한 교육현장이어야 한다. 다시는 추악한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상징적인 공간이어야 한다. 그러니 문짝 하나, 벽돌 한 장이라도 원형 그대로 보존돼야 한다. 온전히 보존하며, 온전히 기억해야 할 곳이다. 바로 예전의 그 육중한 철문이 원상 복구돼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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