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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아랍국가들 평화협정에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한 자리는 없다(홍미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0-10-21 16:17
조회
1182

: 이스라엘/이집트, 요르단, UAE, 바레인


홍미정/ 단국대 중동학과 조교수


□ 아랍 국가들은 팔레스타인 편이 아니다: 고립되는 팔레스타인인들
 2020년 10월 12일 프랑스 잡지, 르 포인트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 주재 팔레스타인대사 살만 엘 허피는 이스라엘과 관계정상화 협정, ‘아브라함 협정’을 체결한 UAE와 바레인을 비난하면서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 사이의 협정은 놀라운 것이 아니다. UAE는 이미 오래전에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포기했다. UAE, 미국 및 이스라엘은 이미 군사, 안보 및 경제면에서 긴밀한 협력이 있었다. 이스라엘 항구 하이파로 가면, 수년간 왕복해온 모든 UAE 컨테이너 선박들을 볼 수 있다. 유일하게 새로운 것은 UAE가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공식화했다는 것이다. UAE가 팔레스타인 편에 선 역사는 절대로 없었다는 것이 진실이다.”고 밝혔다.


 2020년 이스라엘은 점령지 서안에 총 12,000채 이상의 국제법상 불법적인 유대인 정착촌 주택 건설을 추진함으로써, 최근 10년 동안 최대의 유대인 정착촌 건설 붐을 일으키고 있다. 9월 15일 ‘아브라함 협정’ 체결 이후, 이스라엘은 10월에만 점령지 서안 지역에 3,000채가 넘는 유대인 정착촌 주택 건설을 승인하였다. 특히 10월에 승인된 정착촌 건설은 팔레스타인의 주요한 대도시들, 라말라와 나블루스 사이에서 진행됨으로써, 팔레스타인 도시간의 연결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사실상 이 지역을 이스라엘 영토로 합병하는 것이다.


 1978년 9월부터 2020년 9월까지 40여 년 동안 미국이 중재하여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 사이에 평화협정들이 체결되었다. 이 협정들은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 간의 영토주권 문제, 통상문제들에 대한 내용들이며, 팔레스타인인들의 주권 문제는 명시되지 않았다. 사실상 이 협정들은 땅에 대한 이스라엘 권리를 승인하면서, 그 땅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권리를 거부하는 거부주의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이러한 협정의 기본 구조는 1978년 협정에서 창출되어 2020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 1978년 9월 캠프데이비드 협정, 1979년 3월 이스라엘/이집트 평화협정: 국경획정 협정
 1978년 9월 17일 지미 카터 대통령의 중재로 캠프데이비드에서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과 메나헴 베긴 이스라엘 총리가 캠프데이비드 협정을 체결하였다. 캠프데이비드 협정은 1967년 이스라엘이 무력으로 점령한 서안과 가자 관련하여 ‘이스라엘 군대의 재배치, 강력한 지역 경찰 창설, 지역 자치정부 수립, 5년간의 임시 기간 설정’을 명시하였다. 그러나 이 협정은 핵심적인 문제들, 즉 서안과 가자의 최종 지위, 팔레스타인 난민문제, 이스라엘 정착촌문제, 예루살렘 문제 등을 회피함으로써, 분쟁 해결 가능성을 차단하였다.


 게다가 서안과 가자에서 자치정부를 수립한다는 것은 이 지역 팔레스타인인들을 이스라엘 시민으로 통합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결국 자치정부 수립은 이스라엘이 서안과 가자의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정책을 유지하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을 이스라엘 국가로부터 분리시킴으로써 팔레스타인인들의 이스라엘 시민권 요구를 원천봉쇄하겠다는 선제적인 정책이다.


 이러한 정책은 1977년 9월 25일 이스라엘 총리 메나헴 베긴의 ‘캠프데이비드 협정에 관한 의회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1977년 베긴의 캠프데이비드 협정에 관한 의회 연설


▶ 5년의 임시 기간 후에 주권 문제를 결정할 것이고, 우리는 유대아와 사마리아(서안)과 가자에 대한 우리의 주권을 강력하게 주장할 것이다.
▶ 유대아와 사마리아에서 국민투표는 없다-> 이스라엘 시민권을 주지 않는다.
▶ 어떤 상황과 조건에서도 팔레스타인 국가는 존재하지 않으며,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 유대아, 사마리아, 가자, 골란고원에서 정착촌 건설사업을 강화할 것이다.
▶ 통합된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다.
▶ 이스라엘 군대는 유대아, 사마리아(서안)과 가자에 계속 남아있을 것이다.


 결국 1978년 캠프데이비드 협정과 1979년 이스라엘/이집트 평화협정은 서안과 가자를 이스라엘에게 넘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서안과 가자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이스라엘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은 채로, 이스라엘 점령통치를 받는 인종차별적인 지역 자치정부 창설을 구상하였다.

 이 내용은 40여년 이후, 2020년 1월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세기의 협상, '평화를 통한 번영: 팔레스타인인들과 이스라엘인들의 삶을 증진시키기 위한 비전'에 대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영국위임통치령, 팔레스타인
(1922-1948)


 1979년 3월 26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미국 민주당 정부 지미 카터 대통령의 중재로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과 메나헴 베긴 이스라엘 총리 사이에서 이스라엘/이집트 평화협정, 즉 국경획정 협정이 체결되었다. 이 협정은 1967년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점령한 시나이 반도와 가자 처리에 관한 것으로 중동 최초의 평화협정으로 불린다. 여기서 이스라엘은 시나이 반도를 이집트에게 반환하는 대신에, 이집트는 가자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을 인정하였다. 이 협정에 따라 이스라엘은 1982년 시나이 반도에서 철수하였다. 이 협정에서 국경획정 관련 내용은 다음과 같다.



1979년 이스라엘/이집트 평화협정: 국경획정 협정


▶ 이스라엘과 이집트 사이의 영구적인 경계는 이집트와 이전 영국의 팔레스타인 위임 통치 영역 사이에 존재하는 국제적으로 승인된 국경이다.
▶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이 경계를 불가침의 경계로 인정한다. 양측은 수자원과 영공을 포함하는 상대방의 영토 보전을 존중한다.


 이 협정에서 이스라엘과 이집트 사이에 위치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영토는 없고, 오직 이스라엘과 이집트 두 국가만 존재할 뿐이다. 이집트는 이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가자를 이스라엘의 영토로 승인하였다.

□ 1994년 10월 이스라엘/요르단 평화협정: 국경획정 협정
 1994년 10월 26일, 이스라엘과 요르단 경계에 위치한 아라바에서 미국 민주당 정부의 빌 클린턴 대통령 중재로 후세인 요르단 국왕과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가 이스라엘/요르단 평화협정, 국경획정 협정을 체결하였다. 이 협정은 양국의 수자원 관리・공유와 1967년 전쟁으로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의 처리에 관한 것이다. 이 협정에서 요르단은 1967년 전쟁에서 이스라엘에게 빼앗긴 서안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을 인정하였다. 이 협정에서 국경획정 관련 내용은 다음과 같다.



1994년 이스라엘/요르단 평화협정: 국경획정 협정


▶ 이스라엘과 요르단 사이의 국경은 트랜스 요르단과 영국의 팔레스타인 위임통치 영역 사이의 경계선이다.
▶ 1967년 이스라엘 군부통치하에 들어온 모든 영토(서안)의 지위에 대한 편견 없이, 이 경계는 이스라엘과 요르단 사이의 영구적이고, 안정되고, 공인된 국경이다.
▶ 이 국경은 요르단 강과 야르묵 강의 중앙, 사해, 와디 아라바, 아까바 만을 지나며, 이스라엘과 요르단 사이의 영구적이고, 안정되고, 승인된 국경이다.
▶ 이스라엘과 요르단은 국경과 상대방의 영토, 영해, 영공을 불가침으로 인정하고, 이를 존중하고 준수한다.


 이 협정에서 이스라엘과 요르단 사이에 위치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영토는 없으며, 서안은 이스라엘 영토로 통합되었다. 결국 이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요르단은 서안을 이스라엘의 영토로 완전히 승인하였다.

□ 2020년 9월 이스라엘/아랍에미리트, 바레인 평화 협정
: 아브라함 협정, 이스라엘의 황금 열쇠
 2020년 9월 15일 백악관에서, 공화당 정부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 아랍에미리트 외무-국제협력부장관 압둘라 빈 자이드 알 나흐얀, 바레인 외무장관 압둘라티프 알 자야니가 서명함으로써 ‘아브라함 협정’으로 알려진 관계정상화 협정이 체결되었다. 이 협정 서명식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백악관과 미국에 들어갈 수 있는 상징적인 황금 열쇠를 선물한 반면, 아랍에미리트와 바레인 대표들에게는 주지 않았다.


 ‘아브라함 협정’은 2020년 1월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세기의 협상’, 즉 '평화를 통한 번영: 팔레스타인인들과 이스라엘인들의 삶을 증진시키기 위한 비전'의 틀에서 나왔다. 제목과는 달리 ‘세기의 협상’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영토에 대한 권리를 무시하면서, 1967년 이스라엘이 무력을 점령한 서안을 공식적인 이스라엘 영토로 합병하고, 이스라엘-역내 아랍국가들 사이의 평화 협정 체결을 통한 이스라엘의 번영을 목표로 하였다. ‘세기의 협상’은 이스라엘에게 경제적 번영을 약속하는 황금 열쇠를 준 셈이다. ‘세기의 협상’과 같은 목표를 설정한 ‘아브라함 협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20년 아브라함 협정


▶ 중동 지역 내 모든 국가들과 국민들을 위하여 안정적이고 평화롭고 번영하는 중동 지역의 비전을 실현하고자 열망
▶ 아랍민족과 유대 민족이 공동 조상, 아브라함의 후손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그 정신에서 영감을 받아 중동에서 무슬림, 유대인, 기독교인과 모든 종교, 종파, 신앙과 민족이 살고 있는 현실을 발전시키고, 공존, 상호이해, 상호 존중 정신을 기름
▶ 2020년 1월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평화안을 상기하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 정의롭고 포괄적이며 현실적이며 항구적인 해결책 달성하기 위하여 노력
▶ 이스라엘/이집트, 이스라엘/요르단 사이의 평화협정을 상기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민족의 정당한 필요와 염원을 충족시키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합의된 해결책과, 광범위한 중동 평화, 안정 및 번영을 실현시키기 위하여 함께 노력
▶ 합의사항
◦평화, 외교 관계 및 정상화, ◦양국 관계는 국제 연합 헌장과 국제법의 원칙에 따름. ◦대사관 설립, ◦양국에 대한 테러 행위나 적대 행위에 맞서 협력, ◦금융 및 투자, 민간 항공, 비자 및 영사 서비스-혁신, 무역 및 경제 관계에서 상호 합의, ◦양국은 공동 조상인 아브라함의 정신으로 상호간의 이해, 존중, 공존, 그리고 사회 사이의 평화 문화를 육성, ◦양국은 미국과 협력하여 역내 외교, 무역, 안정성 및 기타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중동을 위한 전략적 어젠다’ 개발


 1979년, 1994년에 이스라엘과 국경획정협정을 체결한 이집트나 요르단과는 달리, 아랍에미리트나 바레인은 이스라엘과 멀리 떨어져 있으며, 전쟁을 한 경험도 없다. 역사적으로 UAE와 바레인의 통치자들은 이스라엘과 비공식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게다가 바레인은 1948년부터 걸프지역 미 해군 사령부의 본거지였고, 1991년부터는 미국과 공식적인 방위협력 협정을 체결하였으며, 1992년 미국은 바레인을 주요한 비나토 동맹으로 지정하였다. 이런 관계 속에서 역사적으로 바레인은 이스라엘과 특별한 불화가 없었다.

 이제 ‘아브라함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1967년 점령지에서 자신들이 저지르고 있는 재앙 수준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재고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실제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아브라함 협정’은 이스라엘이 아랍 국가들과 관계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요르단강 서안 점령지에서 철수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10월 15일, 이스라엘 의회는 ‘아브라함 협정’을 80명/120명(13명의 아랍계 이스라엘인 의원들만 반대)이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승인하였다.


 결국 ‘아브라함 협정’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정책과 불법 점령 정책을 승인하고, 그동안 비밀스럽게 유지해온 이스라엘/아랍에미리트, 바레인 간의 비공식적인 협력관계를 공식화하는 것이다. 이 협정의 목표는 적대적 관계 청산이나 국경획정 등 영토관련이 아니라,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관계정상화와 투자 및 통상관계 활성화 등을 통한 이스라엘의 경제적 번영과 역내 패권을 보증하는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