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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세기의 협상안, “평화를 통한 번영”(홍미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0-06-17 11:40
조회
1194

: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


홍미정/ 단국대 중동학과 조교수


□ “평화를 통한 번영”을 지지하는 사우디와 반대하는 하마스
 2020년 1월 28일, 트럼프는 세기의 협상안으로 알려진 “평화를 통한 번영: 팔레스타인인들과 이스라엘인들의 삶을 증진시키기 위한 비전”을 공표하였다. “평화를 통한 번영”은 1967년 이스라엘이 무력으로 점령한 서안을 공식적인 이스라엘 영토로 합병하고, 이스라엘과 역내 아랍국가들 사이의 관계를 정상화시키는 데에 집중한다. 결국 이 기획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이스라엘-역내 아랍국가들 사이의 평화협정 체결을 통한 이스라엘의 번영을 목표로 한다.


 2020년 1월 29일, 트럼프 협상안을 지지하는 사우디 외교부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포괄적 평화계획 수립을 위한 미국 행정부의 노력에 감사하며, 미국이 후원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직접 평화협상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내놓았다.


 또 사우디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마흐무드 압바스에게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한 사우디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으며, 모든 아랍인들과 우리는 당신과 함께 있다.”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의 연대의사를 밝혔다.


 현재 표면적으로 또는 체면치레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트럼프의 협상안을 거부하는 듯하다. 그러나 오슬로 협상의 중간 결과물로 창설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결국은 트럼프 협상안을 수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1990년대에 1967년 이스라엘이 무력으로 점령한 지역(동예루살렘, 서안, 가자)을 대상으로 추진된 오슬로 협상은 미국이 중재한 이스라엘-PLO 직접 협상이었으며, 마흐무드 압바스 자신이 이 협상의 주역이었다. 트럼프의 협상안은 오슬로 협상의 마무리 작업인 듯 보인다.


 이에 맞서 2020년 1월 30일, 하마스 정치국장 이스마일 하니야는 이슬람 및 아랍국가 통치자들에게 미국의 이른바 '세기의 협상'을 거부할 것을 촉구하는 편지를 보냈다. 이 편지에서 그는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세기의 협상을 거부하기 위해 긴급하게 행동할 것"을 요청했다. 하마스는 1990년대에도 오슬로 협상에 반대하면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왔으며, 하마스가 가자를 통치하기 시작한 2007년 이스라엘은 가자를 ‘적지’로 선언했다.


□ 팔레스타인의 영토 주권 박탈, 이스라엘의 역내 영향력 강화
 “평화를 통한 번영”은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 사이의 관계정상화 추진 배경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이스라엘과 대부분의 이슬람 및 아랍국가들 사이의 공식적인 관계의 부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갈등을 악화시킬 뿐이다. 더 많은 이슬람 및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정상화한다면, 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분쟁에 대한 정당하고 공정한 해결을 앞당기고, 급진주의자들이 역내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데 이 분쟁을 활용하지 못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이 “평화를 통한 번영”의 핵심 내용은 1967년 이스라엘이 무력으로 점령한 영토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 수립을 공식화하고, 동시에 이스라엘과 역내 아랍국가들 사이의 경제 통합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평화를 통한 번영: 팔레스타인인들과 이스라엘인들의 삶을 증진시키기 위한 비전]


Ⅰ.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점령지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 수립


1.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당사자 간의 합의(UN 및 국제사회 관여 없음)
2. 경계 재설정: 이스라엘은 1967년 전쟁으로 점령한 팔레스타인 영토를 돌려줄 의무 없음, 요르단 계곡은 이스라엘의 주권, 이스라엘 정착촌은 이스라엘 국가로 통합
3. 예루살렘: 분할될 수 없는 이스라엘의 수도
4. 난민: 난민지위와 관련된 모든 청구권의 완전한 종료와 해제.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권 없음 -> 팔레스타인 난민지위는 사라지고, UNWRA는 종료. 난민촌 해체.
5. 팔레스타인 국가: 비무장 상태로, 보안대를 유지함으로써, 테러리즘과 맞서 싸움
6. 가자: 가자를 통치하는 하마스 등 테러 단체의 무장해제, 완전한 비무장화
7. 협상과정에서 PLO 및 PA는 다음을 수행해야 함
  1) 이스라엘 국가의 동의 없이, 국제기구에 가입하려는 모든 시도 중단
  2) 국제형사재판소, 국제사법재판소 및 기타 모든 재판소에 이스라엘, 미국 및 그 시민들에 대한 모든 계류 중인 사항들을 모두 취소하고, 어떤 조치도 취하지 말 것
  3) 인터폴이나 비이스라엘 또는 미국법 제도를 통해서 이스라엘 또는 미국시민에 대항하는 어떠한 조치도 취해서는 안 됨
  4) 이스라엘 감옥에서 복역하는 테러리스트들뿐만 아니라 사망한 테러리스트들의 가족에 대한 급여 지급 즉시 중단

Ⅱ. 이스라엘-아랍국가들: 지역 경제통합 파트너십 확보


1. 역내 모든 국가들의 이익을 위해 아랍 국가들은 이스라엘 국가와 완전히 협력해야함. 예를 들어, 교차 관광을 촉진하고,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 사이에 항공편을 운영할 것
2. 이스라엘 국가, 팔레스타인 국가와 아랍 국가들은 헤즈볼라, IS, 하마스와 다른 모든 테러 단체 및 단체, 그리고 다른 극단주의 단체들에 대항하기 위해 협력할 것
3. 경제적 상황과 이란의 악의적인 활동은 역내의 많은 국가들에게 실존적인 위협임. 역내 국가들과 이스라엘을 통합하는 것은 이란의 위협에 대처하는 것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경제적 도전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됨
4. 이스라엘과 GCC국가들은 긴밀한 유대관계 수립하고, 팔레스타인 국가, 이집트 아랍 공화국, 요르단 하심 왕국, 이스라엘 국가(역내에서 협력하기를 희망하는 국가들 포함)는 ‘유럽 안보협력기구’와 유사한 ‘중동 안보협력기구’를 구성할 것

 아래 그림은 “평화를 통한 번영”에 첨부된 지도다. 이 지도는 1990년대 오슬로 협상이 제시한 지도와 매우 유사하다. 이 지도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 정착촌과 도로 등으로 둘러싸인 토막 난 영토에 갇혀서, 물, 자원, 군사에 대한 지배권을 모두 박탈당할 것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자신들의 주거지 밖에서 이스라엘인들이 운영하는 농업, 건설 분야 등 저 임금 직종의 노동 시장에서 일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의 이 제안은 새로운 것이 아니고 오슬로 협정의 연장이며, 오슬로 협상 과정에서 창출된 현실을 공식화하려는 것이다.



2020년 1월 트럼프 기획


 오슬로 협상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1967년 무력 점령지에 대한 이스라엘의 실효적인 지배권을 승인한 것이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보안대는 이스라엘 방위군과 안보협력을 하면서, 서안 거주 이스라엘 정착민들을 보호하는 등 이스라엘 안보 지킴이 역할을 해왔다.


 이번 트럼프 협상안은 실권 없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국가라는 이름을 붙여주어 서안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을 공식화할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안보 지킴이 역할을 계속하게 만들었다. 또 이 협상안은 이스라엘 정착촌을 포함하는 이스라엘 영역을 우회하는 도로와 터널 건설 등을 통해서 토막 난 팔레스타인 영토를 연결시키는 내용을 포함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 협상안은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을 유대민족 국가로 인정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이스라엘이 인종분리와 인종차별 정책을 유지하면서, 이스라엘 영역으로 합병된 지역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이스라엘 시민권 요구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협상안은 팔레스타인의 영토 주권을 박탈하면서,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 사이의 긴밀한 경제 및 안보 협력관계를 공식화함으로써, 이스라엘의 역내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 하마스를 강력하게 탄압하는 사우디
 1987년 창설된 하마스 지도부는 사우디와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고, 사우디 정부는 하마스를 직접 지원하지는 않았으나, 사우디 내에서 하마스를 위한 모금활동을 허용했다. 그런데 2019년 4월, 20년 이상 사우디와 하마스 관계를 관리해 온 무함마드 알 쿠다리 박사를 비롯한 수 십 명을 하마스 소속이거나 지지자라는 혐의로 체포하여 기소하였다. 사우디는 이들의 자산을 동결하였고, 가자로의 송금을 거의 완전히 차단하였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들은 그 이후 정확한 혐의도 알려지지 않았고, 법적 대리인을 받을 수 없는 상태로 구금됐으며, 일부는 독방 감금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게다가 2019년 5월 11일, 사우디에서 발행된 『메카』 신문은 “무슬림형제단 사상의 영향을 받는 국제 테러리스트 40명”을 발표하였다. 이들 중에는 6명의 하마스 지도자들, 즉 이스라엘이 표적 살해한 하마스 공동 창건자들인 셰이크 아흐마드 야신과 압델 아지즈 란티시를 비롯해서, 전임 하마스 정치국장 칼리스 마샬, 현재 하마스 정치국장 이스마엘 하니야, 하마스 군사조직 이즈 앗딘 알 까삼 여단 지휘관 무함마드 데이프, 현재 가자지구 하마스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 등이 포함되었다. 이 발표는 아랍과 이슬람 세계에 충격을 주었으며, 네티즌들은 이 발표의 배후로,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했다.


 2020년 3월 8일 사우디는 2019년 4월 체포 수감된 무함마드 알 쿠다리와 그의 아들 하니를 비롯한 사우디 거주 팔레스타인인인들과 요르단인들 68명을 ‘특별 테러 재판’에 회부했다. 사우디 대학의 IT 교수인 하니와 학생, 학자, 기업인을 포함하는 수감자들은 사실상 정치 활동과는 거의 무관한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엠네스티는 “알 쿠다리 부자를 체포 수감한 것은 사우디 당국이 하마스와 연관성이 있다고 파악한 사우디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광범위한 탄압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이에 맞서 2020년 3월 9일 하마스는 성명을 내고, “사우디에서 재판에 직면한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혐의는 위조된 것이며, 재판을 불공정하다. 이들은 어떠한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다. 이들은 팔레스타인의 대의와 예루살렘 및 알 아크사 모스크의 수호를 지지했기 때문에 유죄다. 즉각적인 이들의 석방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 하마스의 든든한 후원자 카타르
 2019년 12월 17일 알 자지라 보도에 따르면, 하마스를 대표하는 정치국장 이스마일 하니야는 도하에서 타밈 빈 하마드 카타르 국왕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타밈 국왕은 합법적인 민족의 권리를 성취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표명하였다. 이들은 12년 동안 계속되는 가자 봉쇄, 예루살렘, 서안의 유대 정착촌, 팔레스타인 난민 지위 및 귀환권 문제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가자를 통치하는 하마스 정부는 카타르 정부로부터 매달 3천만 달러의 보조금을 받고 있다. 이는 10만 9천 가구의 가난한 가구에게 원조로 제공되는 것이다. 이스마엘 하니야는 타밈 국왕에게 팔레스타인인들을 지지하는 노력에 대한 감사를 표하였다.


 2020년 2월 2일 아사르끄 알 아우사트에 따르면, 이스마일 하니야는 2020년 후반이나 2021년까지 카타르에 머물면서 터키, 이란, 오만, 말레이시아, 러시아, 레바논, 모리타니아, 쿠웨이트를 방문하는 등 하마스의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기 위한 외교행보를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3월 23일, 미들이스트 모니터에 따르면, 이스마엘 하니야는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카타르 타밈 국왕이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병에 대처하기 위하여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전폭적인 물질적, 재정적 지원을 약속했으며, 카타르 국왕은 UNRWA원조 프로그램을 포함하여, 팔레스타인인들에게 1억 5천만 달러를 원조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카타르는 무슬림형제단과 제휴하고 있는 하마스의 확고하고, 강력한 후원자가 되었다. 이러한 카타르의 하마스 지원은 이스라엘의 승인 없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및 중동 분할통치전략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지원하는 사우디와 하마스를 지원하는 카타르라는 역내 대립 구도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분할 통치 전략에 매우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2014년 3월 사우디는 무슬림형제단을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2016년 6월에는 무슬림형제단 지원과 친이란 정책을 문제 삼아 카타르에게 단교를 요구하였으며, 2017년 6월 사우디는 카타르를 테러 지원국으로 규정하면서 외교관계를 단절하였다.


 2020년 현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후원하는 사우디-아랍에미리트-바레인-이집트-요르단과 이에 맞서는 하마스를 후원하는 카타르-터키-이란 역내 구도가 형성되어 있다. 이 대립 구도는 트럼프의 “평화를 통한 번영”을 실현시키기에 매우 활용도가 높다. 팔레스타인 및 역내에서 하마스-카타르-터키-이란 동맹의 영향력이 강할수록,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사우디-아랍에미리트-바레인-이집트-요르단 동맹은 이스라엘 및 미국과 연대를 강화하면서, 트럼프의 협상안을 강력하게 후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카타르와 터키가 후원하는 역내 무슬림형제단 분파들은 사우디(알 사흐와), 아랍에미리트(알 이슬라흐), 바레인(알 이슬라흐), 이집트(무슬림형제단), 요르단(이슬람행동전선)에서 민주적인 선거를 통한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강력한 정부 반대파로서 활동하고 있다. 따라서 사우디와 연대한 아랍 국가들은 국내 정부 반대파 및 하마스 등 역내 무슬림형제단 연계세력들을 약화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은 무슬림형제단 연계세력인 알 사흐와 등 국내 반대파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이유로도 무함마드 빈 살만에게 이스라엘과 미국은 정권 유지에 꼭 필요한 정치적 동맹이다. 또 2019년 9월 이란의 사우디 아람코 석유시설 공격은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안보에 협력해야 할 필요성을 분명히 일깨워주었다.


 이렇게 하마스 등 역내 무슬림형제단 연계세력과 이란의 위협은 이스라엘에게 사우디의 적극적인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함으로써, 트럼프의 ‘평화를 통한 번영’을 수월하게 진행시키는 촉진제로 작용한다.


 2020년 6월 1일 이스라엘 하욤에 따르면, 2019년 12월부터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사우디는 동 예루살렘 소재 알 아크사 모스크 관리기구인 이슬람 와끄프 위원회에 사우디 대표를 포함시키기 위하여 비밀회담을 개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동 예루살렘과 알 아크사 모스크에 대한 관리권 장악을 시도하는 터키에 맞서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터키는 알 아크사 모스크 관리권을 장악하기 위한 인적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서 동 예루살렘에 상당한 투자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이 팔레스타인을 위임 통치하던 1924년부터 2020년 현재까지 요르단 하심 왕가가 누려온 이슬람 성지, 알 아크사 모스크 복합단지 독점 관리권이 위기를 맞이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