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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의 영구집권 기획(홍미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8-11-07 17:49
조회
171

: 온건 이슬람과 극단주의


홍미정/ 단국대 중동학과 조교수


□ 왕세자 무함마드의 영구집권 기획


  2018년 9월 23일, 사우디아라비아 왕국 창설 기념사에서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은 ‘관용적이고, 온건한 이슬람’의 원칙을 지키고, ‘극단주의, 테러리즘과의 싸움’에서 확고한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그의 발언은, 지난 해 10월 24일 왕세자로 등극한지 4개 월 만에 “사우디아라비아는 ‘극단주의를 종식’시킬 것이며, ‘온건하고 개방적인 이슬람을 회복’할 것이라고 약속한다.”고 밝힌 정책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렇다면 살만 왕세자가 되풀이해서 주장하는 이 ‘온건하고, 개방적인 이슬람’은 사형 제도를 폐지하고, 일부다처제를 금지하며, 이슬람정부의 특성, 세습통치, 군주제 등에 대한 종교적 토론을 허용하는가? 시민사회와 노조가 활성화되는 것을 허용하는가? 선출된 의회, 대표자들로 구성되는 정부 설립을 의미하는가?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르다. 2018년 9월 16일자 사우디 인권 상황 보고에 따르면, 유명한 법률가, 판사, 학자, 과학자, 언론인 등 양심수 2,613명이 수감되어있다. 사실 왕세자 무함마드가 제창한 ‘온건하고 개방적인 이슬람’은 국내 반대파의 목소리를 침묵시키고, 역내 경쟁자들이나 카타르와 이란 등 외부의 적에 맞서고, 권력을 영구적으로 유지,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기획이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왕세자 무함마드는 올해 3월 미국 방문 하루 전날 미국 CBS TV와의 인터뷰에서 영구집권의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오직 죽음’만이 자신의 사우디아라비아 통치를 중단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사진 출처 - 로이터=연합뉴스


□  친정부 종교기구 활용, 국내의 반대파 알 사흐와 잠재우기


  왕세자 무함마드가 제창한 ‘온건 이슬람’은 왕세자 자신의 집권에 장애물로 판단되는 무슬림형제단(2014년 사우디내무부가 테러단체로 지정)과 연계된 단체 알 사흐와를 겨냥한 것이다. 알 사흐와는 입헌군주제 등 선거를 통한 민주적인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2011년 2월 28일 알 사흐와 운동 소속 셰이크 살만 알 아우다를 포함한 1,550명이  [제도와 권리의 국가를 향하여] 청원을 압둘라 왕에게 제출하면서, ‘완전한 입법권을 가진 선출된 국민의회, 왕과 총리 직위 분리(현재는 국왕이 총리 겸직), 정치범 석방, 행정상의 부패종결, 언론의 자유, 인권 활동가들의 여행 금지 철회’ 등을 요구하였다. 이것은 현재까지 계속되는 알 사흐와의 정치적 요구사항이다. 이러한 알 사흐와의 요구는 영구집권을 꾀하는 왕세자 무함마드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이에 맞서 왕세자 무함마드는 자신의 권위를 강화시키기 위하여 친정부 종교기구를 활용한다. 대표적인 친정부 종교기구인 고위급 울라마위원회의 활동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종교가 어떻게 정치에 활용되는 지를 잘 보여준다. 왕이 고위급 울라마위원회 위원장과 21명의 위원들을 임명하고, 정부는 이들에게 각각 월급을 지급한다. 현재 이 위원회가 파트와를 내리는 독점권을 가지고 있으며, 보수적인 와하비 성직자이며 친정부 인사인 그랜드 무프티 압둘 아지즈 알 셰이크가 위원장이다.


 2017년 6월 21일 고위급 울라마위원회는 알 사흐와의 요구에 맞서 정당 금지, 신정정치와 독재정치를 의미하는 파트와를 내놓았다. “무슬림형제단은 옳은 길을 걷는 사람들이 아니다. 무슬림형제단 구성원들은 권력을 장악하려는 도당들이다. 이들은 올바른 신앙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코란과 하디스에는 다수의 정당과 단체들을 허락하는 것이 전혀 없다. 반대로, 코란과 하디스는 이것들을 비난한다.” 이와 같은 고위급 울라마위원회의 활동은 왕이 종교를 정치에 적극 활용하는 적절한 예다.


 앞서 2017년 6월 5일 사우디아라비아는 역내에서 카타르가 테러 단체들을 지원한다고 비난하면서, 카타르와 외교적, 경제적 관계를 단절하였다. 9월 9일 1천 4백 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가진 알 사흐와 소속 성직자 살만 알 아우다는 트위터에 사우디와 카타르의 화해를 희망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신이여 국민들을 위하여 그들(사우디와 카타르)의 마음을 합치게 하소서”라고 썼다. 1만 5천 명이 좋아요, 1만 3천 명이 리트윗, 약 2천명이 대답했다. 이 글을 게시한 몇 시간 후에 살만 알 아우다가 체포 수감되면서 강경 탄압에 불을 붙였다. 이후 며칠 동안 무슬림형제단 동조자들과 왕세자를 비난한 혐의를 받은 인사들이 30명 이상 검거되었다. 이들 대부분은 사우디 내에서 미디어 등을 통하여 매우 대중적인 인기를 누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거 사건 이후, 고위급 울라마위원회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코란과 하디스를 토대로 창설되었다. 코란과 하디스에 정당이나 정치이념에 대한 근거는 없다.”고 트위터에 썼다. 사우디 보안대는 살만 알 아우다, 아와드 알 카르니, 알리 알 오마리를 비롯한 체포된 인사들을 스파이조직 구성원들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무슬림형제단이 운영하는 센터 등에서 강의하면서, 카타르를 비난하지 않았고, 청년들을 혁명적인 활동에 동원하기 위하여 자금을 불법적으로 지원하는 등 은밀하게 대중들을 조직하여 시위를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9월 5일, 사우디 특별 형사법정은 비밀회의를 열고, 알리 알 오마리에게 사형을 구형하면서 30가지 이상의 테러리즘 죄목을 붙였다. 지난해 9월 체포될 당시 알 오마리는 유명한 성직자이며, 인권 운동가이고, 메카 개방 대학총장으로 매우 대중적인 인기를 누려왔다.


□ 알 사흐와를 후원하는 외부세력: 카타르, 무슬림형제단, 국제 무슬림학자 연합


  사우디의 알 사흐와 탄압 정책에 맞서, 카타르에 기반을 둔 국제 무슬림학자 연합(IUMS)은 2017년 9월 11일 내놓은 성명에서 국제 무슬림학자 연합 이사회 구성원인 살만 알 아우다와 아와드 알 카르니, 알리 알 오마리 등의 체포와 구금 행위를 비난하고 살만 왕에게 이들의 석방을 요청하였다. 특히 이 성명에서 국제 무슬림학자 연합은 “구금된 학자들이 정치적 논쟁에서 인질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살만 알 아우다는 GCC형제국가들 사이의 통합을 요구하였을 뿐이다. 그의 마지막 트윗은 GCC국가들이 국민의 안전을 위하여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강조했다. 국제 무슬림학자 연합은 의장 유스프 알 까르다위가 이끄는 수니와 시아의 경계를 넘어 9만 명의 무슬림학자들로 구성된 세계적인 조직이며, 특히 국제 무슬림형제단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현재 이 조직의 가장 큰 후원자는 카타르다. 이것이 바로 사우디가 카타르를 적대시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사우디는 국제 무슬림학자 연합의 구금자 석방 요구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2017년 10월 8일 사우디 외무장관 아델 알 주바이르는 “사우디는 극단주의를 퍼뜨리는 수 천 명의 모스크 이맘들을 해고했다. 카타르가 다른 나라들의 국내 문제에 개입하려는 기도로 테러리즘에 자금을 댄다. 모든 나라는 테러리즘, 테러리즘에 자금지원, 극단주의, 증오 선전하기, 다른 나라의 국내 문제에 간섭하려는 시도 등에 분명하게 ‘NO’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카타르를 거세게 비난하였다.


 2018년 3월 초에,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은 CBS 인터뷰에서, “무슬림 형제단의 요소들이 사우디 학교를 침공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알카에다와 IS 같은 다른 무장조직들과 마찬가지로 무슬림형제단을 테러리스트 조직으로 규정하였다.”고 밝혔다. 곧이어 3월 20일 사우디 교육부 장관 아흐마드 알 이사는 “사우디아라비아는 무슬림형제단 영향을 근절하기 위하여 교육 과정을 개편하고 있고, 금지된 무슬림형제단이나 그 이념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해고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사우디 교육부의 조치는 작년 9월 사우디 국립대학이 무슬림형제단과 연대 혐의가 있는 고용인들을 해고시킬 것이라고 선언한 이후 계속되는 무슬림형제단 탄압정책이다.


 무슬림형제단원들은 1950년대 중반 이후 이집트, 시리아, 이라크에서 사회주의-아랍민족주의 정부들의 탄압을 피해 사우디로 들어왔다. 사우디왕국은 사회주의-아랍민족주의자들에 맞서는 대항마로서 피난민 무슬림형제단을 수용하였다. 이후 무슬림형제단은 사우디왕국의 교육제도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알 사흐와 조직을 창설하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1990년대 초 이라크의 쿠웨이트와 사우디 침공 당시, 살만 알 아우다 등으로 대표되는 사흐와 운동은 입헌군주제 등 정치개혁을 주장하면서, 강력한 정부 반대파로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2011년 아랍봉기 이후, 이들은 입헌군주제 등 정치개혁 요구를 다시 제기하였다.


 현재 왕세자 무함마드의 강력한 탄압 정책으로 사흐와 운동은 숨을 죽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불안정한 사우디 내부와 역내 정치상황을 고려해 볼 때, 카타르의 후원을 받는 거대 국제 조직인 무슬림형제단과 국제 무슬림학자 연합과 연계된 사흐와 운동의 폭발적 잠재력은 적당한 시기가 도래한다면 언제든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