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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에 따라 산다는 것 (김재완)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8-07-19 13:38
조회
202


김재완/ 방송대 법학과 교수


 양심적 병역거부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양심(良心)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 선과 악을 구별하는 도덕적 의식이나 마음씨를 말한다. 이 양심이란 말이 우리나라 헌법에 세 차례 나온다. 첫 번째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는 것(제19조), 두 번째는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는 것(제46조 제2항), 세 번째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것(제103조)이다. 이처럼 헌법은 양심의 자유와 직무의 양심성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법원 전시관 안에 법관의 양심과 독립 등을 명시한 헌법 제103조가 적혀 있다.
사진 출처 - 한겨레


 어원적으로 양심은 그리스어 ‘suneidesis’로부터 유래하는데, 이는 ‘함께 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때 함께 안다는 것은 인간이 하느님과 함께 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가톨릭교회는 양심을 ‘하느님의 목소리’로 이해하고 있다. 인간은 양심 속 깊은 데서 법을 발견하고, 이 법은 인간이 자신에게 준 법이 아니라 인간이 거기에 복종해야 할 법이며, 이 법의 소리는 언제나 선을 사랑하며 행하고 악은 피하도록 사람을 타이르고 필요하면 ‘이것은 행하고 저것은 피하라’고 마음의 귀에 들려주는 것이라고 한다(사목헌장 16항).


 우리 헌법에서 말하는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써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이라고 한다. 그리고 양심의 자유에는 이러한 양심 형성의 자유와 양심상 결정의 자유를 포함하는 내심적 자유뿐만 아니라 소극적인 부작위에 의하여 양심상 결정을 외부로 표현하고 실현할 수 있는 자유, 즉 양심상 결정에 반하는 행위를 강제 받지 아니할 자유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양심의 자유는 기본적으로 국가에 대하여, 개인의 양심의 형성 및 실현 과정에 대하여 부당한 법적 강제를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소극적인 방어권으로써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라고 법적 의미의 양심을 설명하고 있다. 양심의 의미에 대해서 윤리적, 종교적, 법적 표현이 서로 조금씩은 다르지만 옳고 그름의 분별이라는 지향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상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개인의 종교적 신념과 양심에 따라 직접 총을 드는 등의 병역을 거부하고 대체복무를 하는 것과, 실정법에 따른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것 모두가 개인의 옳고 그름의 분별에 따른 양심의 결과이다. 그중 어떤 것을 선택하든 국가와 사회는 개인의 양심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한편 법관에게 요구되는 양심은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내면적 기준과 외적 기준을 더욱 강하게 요청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우리 헌법은 판결을 함에 있어 법관에게 헌법과 법률에 의한 양심을 요구한다. 다시 말해 법관의 양심은 아주 엄격한 법의 잣대로 가늠되는 것이다. 법관의 판결이 누가 보더라도 자의적이거나 불편부당하고, 권력에 야합한 결과라면 이를 두고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심판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더욱이 현대의 법치국가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과 생명이 그들의 양심에 따른 판단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은가? 실제 수많은 조작사건과 노동자에 대한 판결들에서 그러한 결과들이 빚어지지 않았던가. 따라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은 헌법과 법률에 따른 법관의 양심을 위배한 너무도 중대한 헌법위반이며 범죄인 것이다.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매사를 양심에 따라 옳고 그름을 분별하며 산다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양심에 따라 사는 것은 종국적으로는 인류공동체의 평화로 연결된다. 양심의 목소리는 그러한 지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