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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팔레스타인인들을 구원할 것인가? (홍미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8-05-23 14:44
조회
371

홍미정/ 단국대 중동학과 조교수


□ 팔레스타인 대의와 이슬람협력기구 정상회의
 지난 5월 14일은 이스라엘 건국 70주년 기념일이었고, 미국이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한 날이었다. 같은 날 팔레스타인 가자인들은 가자와 이스라엘 사이에 놓인 1949년 휴전선으로부터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항의시위를 하였다. 이날 시위대에 대한 이스라엘의 실탄과 최루가스 공격으로 62명의 가자인들이 사망하였고, 2,700명이 부상당했다.


 이스라엘의 가자 시위대 학살과 미국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에 항의하기 위하여, 5월 18일 이슬람협력기구(OIC) 의장국 터키는 긴급 OIC 정상회의를 이스탄불에서 소집하였다. 이 회의는 이스라엘의 행위와 미국 대사관 이전을 비난했을 뿐, 구체적인 대응 행동 지침을 제시하지 않은 말잔치에 불과했다.


 이 회의에 터키 대통령, 카타르 왕, 이란 대통령은 참석하였으나, 사우디, UAE, 이집트 정상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팔레스타인 수반 마흐무드 압바스 조차도 귀 수술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고, 총리 라미 함달라가 대신 참석하였다. 그런데 요르단 왕과 쿠웨이트 왕은 이 회의에 참석하였다. 요르단 왕은 예루살렘 성지의 관리자로서의 특별한 지위 때문에 불가피하게 참석한 것으로 보이며, 쿠웨이트는 최근 역내 분쟁에서 비교적 중간자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사실, 이 회의는 다음 달 6월 24일에 실시될 터키 대선과 총선을 위한 에르도안과 정의개발당(무슬림형제단)의 인기몰이를 위한 행사처럼 보였다. 최근 에르도안과 정의개발당은 터키에서 가자학살 규탄 시위를 주도하였다.


 역사적으로 이스라엘과 터키의 긴밀한 우호관계를 생각해본다면, 최근 에르도안 행보는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을 위한 행위라기보다는 자신의 국내 반대파에 맞서고, 국내 지지자들을 결집하기 위하여 팔레스타인 문제를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5월 16일 에르도안은 가자 시위대 학살 행위 항의하여, 이스라엘과 미국 주재 터키 대사들을 소환하면서, ‘이스라엘을 테러 국가’라고 비난하였다. 그러나 5월 18일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에르도안을 피로 얼룩진 손을 가진 폭군’으로 지칭하면서도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를 비롯한 몇 사람들과 의견을 조율한 결과 터키와의 관계를 단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터키와의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얻을 것이 훨씬 더 많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팔레스타인 문제를 활용하는 에르도안의 셈법을 익히 알고 있다.


□ 이스라엘 패권을 위한 아랍/이슬람권의 내부 투쟁
 [2018년 중동분쟁 현황표]에서 보듯이 중동 역내 주요 국가와 세력들 사이에 분명한 경쟁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표는 중동 역내 분쟁들이 3가지 차원에서 연동되어 진행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부 반대파들의 정치개혁 요구, 지역 강국들의 패권 경쟁관계, 열강들의 개입이 그것이다. 최상위 세력은 미국이고, 이스라엘은 종교, 종파와 종족을 넘어서 중동 국가들과 협력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이스라엘과 협력하는 대표적인 아랍 국가들인 사우디와 카타르는 양 국가 모두 수니 이슬람 와하비 분파다. 2017년 6월 5일 사우디는 카타르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고, 외교관계를 단절하였다. 사우디가 카타르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근본적인 이유는 카타르가 사우디 정부 반대파인 알 사흐와(무슬림형제단)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경쟁 구도의 한 축에는 사우디 정부, UAE 정부(아부다비), 바레인 정부, 이집트 정부, 요르단 정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서안), 리비아 동부(칼리파 하프타르)가 존재한다. 다른 축에는 터키 정부와 카타르 정부가 후원하는 역내 무슬림형제단 분파들이 존재한다. 사우디의 알 사흐와, UAE의 알 이슬라흐, 바레인의 알 이슬라흐, 요르단의 이슬람 행동전선, 이집트의 자유정의당, 쿠웨이트의 이슬람 입헌운동, 팔레스타인의 하마스(가자), 리비아의 정의건설당 등 아랍 각국 무슬림형제단은 각각 강력한 정부 반대파를 구성하고 있다. 현재 카타르와 터키는 매우 긴밀한 동맹이다.


 2013년 12월 이집트가, 2014년 3월 사우디와 UAE가 무슬림형제단을 테러리스트 단체로 규정하였다. 현재 이집트, 사우디, UAE, 시리아뿐만 아니라, 카타르조차도 자국 내 무슬림형제단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1999년 카타르 내 무슬림형제단은 자발적으로 해체를 결정하였으나, 카타르 정부는 해외 무슬림형제단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국제 무슬림형제단과 카타르 정부 사이에 일종의 강력한 전략적인 동맹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에서 무슬림형제단은 가장 잘 조직된 이슬람 공동체이며, 수 백 개의 모스크와 벤처기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무슬림형제단과 미국의 관계를 역사적으로 볼 때, 1952년 이집트 자유 장교단 혁명 이후, 미국은 중동에서 사회주의자들에 맞서는 대항마로서 무슬림형제단과 우호적인 관계를 수립하고, 유지해왔다. 게다가 자국민 30만 명이 채 안 되는 카타르가 자국민이 2천 만 명에 이르는 사우디의 경쟁상대로 보이는 이유는 카타르가 보유한 풍부한 천연가스 자원뿐만 아니라, 국제 무슬림형제단 네트워크와 1만 명에 이르는 미군주둔 때문이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결국 카타르와 무슬림형제단의 역내 영향력을 강화시키는 데 미국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중동국가들의 역내 경쟁구도는 무엇보다도 이스라엘이 주변 중동국가들을 무시하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점령정책을 강화시킬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 경쟁 구도가 중동국가들의 정부 반대파들을 활성화시킴으로써 정권의 불안정 상태를 심화시킨다. 각국 정부는 정부 반대파에 맞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의존을 심화시킨다. 이로써 이스라엘은 중동 역내 패권을 손쉽게 확보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은 외부 후원자를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