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산책

home > 인권연대세상읽기 > 수요산책

‘수요산책’은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수요산책’에는 김재완(방송대 법학과 교수), 신하영옥(여성활동가), 윤영전(평통서문예원장), 이광조(CBS PD), 이문영(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정보배(출판 기획편집자), 정재원(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조광제(철학 아카데미 상임위원), 최정학(방송대 법학과 교수), 홍미정(단국대 중동학과 교수)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2018 러시아 대선과 푸틴의 장기집권 20년 플랜 (이문영)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8-03-06 18:11
조회
358

이문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다가올 3월 18일 러시아 대선이 열린다. 2월 8일 확정된 대선후보 명단에는 최종적으로 8명이 이름을 올렸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현 대통령 푸틴을 비롯, 러시아 공산당과 좌파전선이 지지하는 후보 파벨 그루디닌, 대표 야당 중 하나인 통합민주당 <야블로코>의 그리고리 야블린스키, 돌발 발언으로 유명한 우파 자유민주당 당수 블라디미르 지리놉스키, 러시아의 ‘패리스 힐튼’이라 불리는 방송인 크세니야 소브착 등이 그 중 주목받는 후보다.


 하지만 현재 러시아 대선의 관전 포인트는 ‘과연 누가 러시아의 새로운 리더가 될 것인가’가 아니다. 푸틴의 대선 승리는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이라는 단서가 달릴 만큼 이미 현지에선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러시아 3대 여론조사기관인 폼, 브치옴, 레바다센터의 최근 지지율 조사가 이를 잘 보여준다. 현재 탑 3에 해당하는 후보는 푸틴, 그루디닌, 지리놉스키. 폼의 조사에 따르면 3인의 지지율은 각각 66.5%-6.3%-6%, 브치옴에 따르면 69.5%-7.5%-5.3%다. 비판적 성향이 강한 레바다센터는 최근 대선후보 지지율 발표가 아예 금지됐는데(!), 그럼에도 이런 레바다센터가 조사한 푸틴 지지율조차 64%에 달한다. 나머지 후보들은 다 지지율 1% 미만이니, 사실상 모든 후보가 요즘 유행하는 말로, ‘잔잔바리’인 셈이다. 푸틴에 대적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러시아판 <짝>이랄까, 아무튼 커플매칭 오락프로 <돔-2>를 진행한 소브착의 대권 도전은 안 그래도 선거에 흥미를 잃은 이들에게 대선을 더욱 희화화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선거 흥행을 노린 푸틴의 권유로 대선에 나왔다는 루머와 달리, 생각보다 그녀가 매우 진지하긴 하지만 말이다.)


 그나마 푸틴의 가장 강력한 적수로 꼽혔던 반정부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는 작년 12월 25일 러시아 선관위로부터 ‘대선후보 등록거부’라는 엄청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 횡령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그에게 대통령 피선거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다. 횡령이 사실이었는지, 정치적 보복은 아니었는지, 사실이었다 해도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에도 이 규정이 적용되는지, 등등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후 그는 전국의 지지자들과 함께 대대적인 대선 보이콧 운동을 선포하고, 현재 격렬한 거리시위로 체포와 석방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이런 나발니조차 전국적인 지지율 면에서 전혀 푸틴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나발니도 탐탁지 않지만, 푸틴이 더 싫어서, 또 별다른 대안도 없어서 그를 지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따라서 3월 18일이 지나면,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아마 우리는 ‘러시아 대선, 푸틴 승리’라는 외신을 접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푸틴은 2012년부터 6년 중임제로 바뀐 대통령제에 따라 2024년까지 집권이 가능해진다. 2000년 러시아 3대 대통령으로 정치적 커리어를 시작해 이후 8년 통치(4년 연임), 2012년부터 2024년까지 12년 집권(6년 연임)하면, 그는 총 20년간 러시아를 다스린 셈이 된다. 사실 2008년부터 2012년에도 아바타 대통령 메드베데프를 내세워 실세 총리를 지냈으니, 이번 대선에서 이길 경우 사실상 그의 집권기간은 총 24년이 되는 셈이다. 스탈린이 1922-1953년까지 31년, 브레즈네프가 1964-1982년까지 18년 장기 집권했다(둘 다 죽을 때까지 했다). 푸틴이 스탈린에 이어 역대 2위 최장기 국가원수가 되는 셈이다(그도 죽을 때까지 하지 말란 보장도 없다).



사진 출처 - http://rusnsn.info


 2017년 레바다센터는 ‘러시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러시아 시민들에 던졌다. 전국단위의 이 설문조사에서 스탈린과 푸틴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현재 러시아에는 ‘스탈린 신화’와 ‘푸틴 현상’이라는 이름 아래, 스탈린과 푸틴이 서로가 서로를 대신하며, 서로가 서로를 더해가며, 어떤 미디어스타보다 더 큰 인기를 누리는 진기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푸틴 통치가 해를 더할수록, 예전 스탈린의 정치적 악행에 대한 강력한 터부가 살금살금 무너지고, 급기야는 스탈린에 대한 호감이 소련 붕괴 후 정점을 찍었다. 스탈린의 귀환과 푸틴의 재선... 2018년, 러시아는 정말 어디로 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