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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늑대의 시간 그리고 우리의 시간 (김재완)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11-01 13:25
조회
225

김재완/ 방송대 법학과 교수


 

  촛불이 광장을 밝힌 지 1년이 되었다. 그 빛의 열망들로 우리는 새로운 정치질서를 경험했다. 무수히 많은 남녀노소의 평범한 시민들이 스스로 그 주체가 되어, 부패와 무능으로 점철된 타락한 사적권력에 맞서 자연스럽게 헌정질서를 복구해 낸 것이다. 힘없는 자들의 힘(power of the powerless)이 광장과 일상을 관통해 이루어낸 역사의 한 페이지였다. 그러나 광장이 이루어낸 민주주의의 성과는 아직 우리의 일상으로 옮겨오지 않았다. 물론 현실 정치의 세계는 하루아침에 그 공간을 허용하지는 않는다. 다시 그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는 지난한 투쟁의 시간이 있어야만 한다.


  그동안 비민주적인 정치세력이 만들어 온 반인권적인 법과 제도들의 그물망은 여전히 촘촘하고, 그 일상에서 우리는 정치, 경제, 교육, 노동, 인권 여러 분야에서 극심한 불평등과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노동문제는 적폐청산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가정과 사회의 생산경제 주체로서 노동자의 불안정에 대한 문제는 국가 전체의 문제이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두부를 자르듯 한 칼에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옛날 군주처럼 한 마디 명에 의해 일사분란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촛불시민이 만들어 냈던 광장의 이상향과 일상의 모순, 혼동은 당연한 것이다. 이에 노동자의 목소리는 여전히 광장을 향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어떤 정권에서든지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치권력들을 향한 끊임없는 개혁의 목소리만이 평범한 시민들이 가진 무기이고 권리이다. 때문에 광장은 시민들의 일상의 의회가 될 수밖에 없다. 광장에서 우리들은 유대감을 공유하고 같이 부르짖는다. 그 울부짖음에 답하여 의회권력과 행정 권력은 민주적이고 인권적인 법과 제도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책무를 다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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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 JTBC


 

  우리의 광장과 일상에는 새벽과 해가 지는 어스름한 하루 두 번의 시간이 존재한다. 그 순간은 태양의 붉은 빛과 아직 남아 있는 어둠이 서로 교차한다. 저 언덕 너머에서 다가오는 그림자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아니면 내가 믿고 의지하는 개인지를 분별하기가 쉽지 않은 때, 바로 ‘개와 늑대의 시간(heure entre chien et loup)’이다. 개가 늑대가 될지, 늑대가 개가 될 지는 광장과 일상에 있는 우리들의 몫이다. 늑대들을 물리치는 무기는 힘없는 자들의 힘, 민주시민의 회초리이다.


  탄핵촛불 1년이 지난 지금, 광장과 일상의 모순과 혼동 그 모호한 경계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과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여전히 우리의 시간과 요구는 타는 목마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