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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위기: 누가 최후의 결정자일까? (홍미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7 14:59
조회
983

홍미정/ 단국대 중동학과 조교수


□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의 중심지로 부상한 시리아: 사우디 패권에 도전 



 21세기에 천연가스는 주요한 연료로써 등장했다. 시리아 인도주의 위기는 유럽시장을 겨냥한 천연가스의 생산-운송-소비 네트워크와 관련된다. 2011년 3월 이후 시리아에서 진행되고 있는 최악의 인도주의적인 위기의 중심에는 세계 최대의 가스 유전으로 알려진 이란의 남부 파르스 유전과 카타르 북부 돔 유전지대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 판매망 확보 경쟁이 있다. 유럽시장을 목표로 한 판매망의 중심지에 시리아가 위치한다.
 2010년 3월 당시 시리아에 최대 자본투자 국가는 사우디였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사우디의 압둘라 왕과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은 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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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7일 압둘라왕의 다마스쿠스 방문
방문하며 매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렇다면 2011년 중반에 시리아-사우디 관계가 갑자기 악화되고, 사우디가 시리아 반정부군을 지원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2011년 7월 25일 시리아, 이라크, 이란의 석유장관들이 이란에서 회의를 갖고, 100억 달러의 건설비용으로 [이란-이라크-시리아-레바논-지중해]를 통과하여 유럽으로 가는 자칭 ‘우정의 가스파이프라인 건설(서구에서는 ‘이슬람 가스파이프라인’이라 부름)’을 위한 기본협정을 체결하였다. 시리아 내전이 격화되지 않았다면, 2015년 현재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목표로 한 이 파이프라인 건설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리아 내전으로 이 사업은 무산되었다.
 계획된 ‘우정의 가스파이프라인’은 2008년부터 이미 가동 중인 아리시-아쉬켈론(이집트-이스라엘) 가스파이프라인, 2009년부터 가동 중인 ‘아랍가스 파이프라인(이집트-요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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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이란-시리아, 카타르-터키 파이프라인 계획
시리아-레바논)’ 과 연결되면서, 시리아에게  부를 약속하는 석유가스 파이프라인의 교차
로이자 중심지로 만들 것으로 예상되었다.


 드디어 시리아가 ‘우정의 가스파이프라인, 이집트-이스라엘, 아랍가스 파이프라인’을 통합한 가스 파이프라인 망에서 사우디, 카타르, 터키를 소외시키고, 사우디의 역내 패권을 위협하는 막강한 정치 경제 행위자로 등장할 것 같았다. 이것이 사우디, 카타르, 터키가 시리아 반정부군을 후원하는 중요한 이유다.

 사우디 압둘라왕은 아랍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2011년 8월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아사드 정부의 대응방법을 거세게 비난하였다. 결국 2012년 2월 사우디는 다마스쿠스 소재 사우디대사관을 폐쇄하고, 리야드주재 시리아대사를 추방함으로써 외교관계를 단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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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이집트-이스라엘--요르단-시리아 가스 파이프라인

□ 이스라엘/터키 경쟁: 키르쿠크-하이파/키르 쿠크-세이한 파이프라인

 2003년 미국의 제안으로 이라크 키르쿠크로부터 이스라엘 항구 하이파로 가는 석유 파이프라인(1934년 건설) 재건 계획이 나왔다. 2003년 8월 미 국방부의 요구로 이스라엘 국가 기반시설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키르쿠크와 하이파 사이의 직경 42인치 파이프라인 건설에 1㎞당 40만 달러의 비용이 든다. 2003년 8월 24일, 이스라엘 국가 기반시설부 장관은  하이파 항구가 이라크 석유의 매력적인 도착지라며,  이 문제를 9월 달에 미국과 의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계획은 요르단의 동의를 필요로 하고, 요르단은 파이프라인 통관세를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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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4 키르쿠크-하이파·트리폴리 파이프라인


 현재 이라크 키르쿠크의 석유는 터키의 작은 지중해 항구 세이한으로 이송되고 있다. 터키가 거두어들이는 키르쿠크-세이한 파이프라인(1975년 건설) 석유 통관세는 터키세입의 주요한 원천이다. 따라서 터키는 이스라엘의 키르쿠크-하이파 파이프라인 가능성에 대해, 새로운 파이프라인 건설 움직임은 터키-이스라엘 관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이스라엘에게 경고했다. 키르쿠크-하이파 파이프라인이 가동된다면, 그것은 터키 경제에 커다란 타격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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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쿠크-세이한 파이프라인
(https://en.wikipedia.org)


□ 누가 최후의 결정자일까?


 시리아 아사드 정부가 구상한 유럽시장을 겨냥한 가스 라이프라인 건설은 러시아 국영 가즈프롬의 지배적인 지위에 도전한다. 러시아의 석유와 가스 세입은 2012년 정부 예산의 52%를 차지했으며, 전체 수출의 70%이상을 차지했다. 게다가 러시아 총 가스 수출량 중 60%는 유럽 시장이 차지한다. 이것은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 초기에 적극 개입하지 않고, 반군 세력에게 아사드가 극적으로 밀리는 것을 방관한 이유다.


 그런데 2013년 8월 사우디정보장관 반다르 왕자는 러시아를 방문하여 푸틴 대통령에게 ‘시리아 아사드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중단하라’고 요청하면서, “시리아에서 아사드 이후 어떤 정권이 출현하든지 간에, 새로운 정권은 완전히 사우디의 수중에 있을 것이다. 그 정권은 어떤 걸프국가에게도 시리아를 통과해서 유럽으로 가스를 운반하는 협정을 체결하거나, 러시아가스 수출과 경쟁하도록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푸틴대통령은 ‘유럽가스 수출에 대한 러시아 독점권을 보장하겠다는 반다르 왕자의 제안을 거절하면서, 시리아 아사드 정부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표명하였다.


 2009년과 2010년 미국회사인 노블에너지가 이스라엘 하이파 항구 서쪽 50마일 해상에서 타마르와 레비아탄 가스유전을 발견했다고 공표하였다. 이 두 유전은 최근 10년간 발견된 유전들 중 가장 대규모 가스유전으로 평가된다. 현재 이스라엘, 레바논, 시리아, 터키유역에 대규모 가스 매장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가스탐사가 계속되고 있다.


 타마르와 레비아탄 유전개발은 이스라엘 역사상 최대의 기반시설 프로젝트로 알려졌다. 노블에너지는 이 두 유전의 최대 소유주로서 타마르 유전의 36%, 레비아탄 유전의 39.66%를 소유하고 있다. 2013년 6월 23일 이스라엘 정부는 이 유전들 보유량의 40% 이상을 액화천연가스(LNG) 형태로 수출하기로 결정하였다. 타마르 유전은 2013년에 이미 생산을 시작하였고, 레비아탄 유전은 2016-17년에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노블에너지 대표 찰스 데이비슨은 “현재 레반트유역 가스유전발견은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더 큰 유전발견으로 우리는 역내 게임 체인저가 아니라 세계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소리를 높였다.


 이제 이스라엘을 포함한 레반트 지역에서의 가스전 발견은 역내 에너지 확보와 판매망 구축에서 또 하나의 핵심 변수로 등장했다. 게다가 2014년 5월 이스라엘은 이집트를 통해서 가스를 수출하기로 이집트와 협정을 체결하였다. 현재 이스라엘 가스전 개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노블에너지 대표인 찰스 데이비슨의 주장대로, 노블에너지와 이스라엘이 가스 파이프라인 구축과 역내 에너지 패권경쟁에서 결정자로서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글은 2015년 12월 2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