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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하는 터키-카타르 동맹과 역내 불안정성 심화 (홍미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7 15:34
조회
328

미국/터키-카타르 동맹, 어디로 가나?


홍미정/ 단국대 중동학과 조교수


■ 터키 군사쿠데타 시도를 강력 비난하는 카타르


카타르 전임 국왕 하마드 빈 칼리파 알 싸니(재위: 1995년 6월 27일–2013년 6월 25일)는 2016년 7월 15일 터키에서 발발한 군사쿠데타 시도를 강력하게 비난하였다. 그는 “카타르는 합법적인 터키정부와 연대한다. 미국과 서방국가가 이 쿠데타의 배후다. 이 국가들과 사우디 외무장관 아델 알 주바이르가 공모하고 협력했다.”고 강조하였다.


이 때 하마드는 3년 전 2013년 7월 3일 사우디가 후원한 이집트 군부쿠데타를 상기한 듯이 보였다. 이 쿠데타는 카타르 국왕 하마드가 후원했던 무슬림형제단 출신의 이집트 대통령 무함마드 무르시(재임: 2012년 6월 30일-2013년 7월 3일)를 축출시켰다.


한걸음 더 나아가 2013년 12월 이집트는 무슬림형제단을 테러리스트 단체로 규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2015년 5월 이집트 법원은 무함마드 무르시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


이렇게 곧 닥쳐올 불운을 내다보듯, 하마드 국왕은 이집트 쿠데타 발발 일주일 전 2013년 6월 25일 돌연히 아들 타밈에게 양위하였다. 이때 하마드 국왕이 아들에게 양위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이집트 쿠데타의 여파로 아마도 심각한 정치적인 위기에 직면했을 것 같다.


■ 터키-카타르의 국제적인 네트워크: 무슬림 형제단 후원


2011년 이후 아랍의 봄 동안 카타르와 터키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에 맞서 이집트, 시리아, 리비아, 튀니지 등에서 강력한 반정부 세력이었던 무슬림형제단 연계 세력들을 후원하면서 정치변동을 이끌었다. 무슬림형제단 연계 세력들은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 내에서도 강력한 정치개혁을 요구했다.


카타르는 사우디와 동맹이었던 이집트 대통령 호스니 무바라크를 대체한 무슬림형제단 출신 무함마드 무르시를 지원하였으며, 사우디는 무함마드 무르시를 축출시킨 압델 파타 알 시시가 이끄는 군부쿠데타를 후원했다. 사우디가 후원한 이집트 군부쿠데타 성공은 카타르와 무슬림형제단의 역내 영향력을 급격하게 약화시켰다. 2013년 12월 이집트, 2014년 3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도 각각 무슬림형제단을 테러리스트 단체로 규정하고, 자국 내 무슬림형제단 연계 세력들을 탄압하였다.


이에 터키와 카타르는 자신들이 역내에서 소외되었다는 것을 발견하였고, 강력한 정치·경제·군사적인 협력관계를 발전시켰다. 부유하지만, 인구나 영토적인 측면에서 초미니 국가인 카타르와 인구나 영토적인 면에서 대국인 터키 동맹은 무슬림형제단의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함으로써 역내에서 사우디를 능가하는 강력한 영향력을 확보할 수도 있다.


사우디(알 사흐와), 아랍에미리트(알 이슬라흐), 쿠웨이트(이슬람 입헌운동), 바레인(알 이슬라흐), 요르단(이슬람 행동전선), 리비아(리비아 돈), 팔레스타인(하마스) 등 아랍 각국에서 무슬림형제단 연계 세력은 각각 강력한 정부 반대파를 구성하고 있다. 더욱이 현재 무슬림형제단 연계 세력은 미국에서도 가장 잘 조직된 이슬람 공동체이며, 수 백 개의 모스크와 벤처기업 등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터키-카타르 경제 협력 강화


인구 7천 5백만 명의 지역 강국 터키는 자국민 30만 명이 채 안 되는 초미니 걸프 부국 카타르와 경제협력을 비롯한 전방위적인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카타르와 터키 사이의 무역 규모는 2000년 3천8백만 달러, 2014년에 8억 달러, 2015년에는 15억 달러로 급증했다. 2015년 8월 현재 터키에서 카타르 투자는 2백억 달러를 넘어섰고, 터키에 투자한 국가들 중 2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추세가 유지된다면, 몇 년 내에 터키에서 카타르 투자가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200여 개의 크고 작은 터키 회사들이 카타르에서 주로 건설, 전자, 무역업 분야에서 활약하면서, 약 140억 달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이러한 터키-카타르 협력관계는 2009년 카타르가 제안했으나 시리아 대통령 바샤르 아사드가 거부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즉 카타르에서 출발하여 시리아와 터키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파이프라인 건설로 발전할 수도 있다. 이것은 유럽시장을 겨냥한 이란과 러시아 천연가스 수출 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다.


PYH2016081008490034000_P2.jpg러시아를 방문한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오른쪽)이 9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 콘스탄틴 궁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군부의 쿠데타 시도 이후 첫 외국 방문지로 러시아를 선택한 에르도안은 이날 푸틴과 정상회담을 하고 지난해 터키 전투기의 러시아 전폭기 격추 사건으로
훼손됐던 양국 관계를 전면 복원하기로 합의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터키-카타르 합동군사기지 창설과 미국


2016년 4월 28일, 터키는 카타르에 합동군사기지를 창설하기로 카타르와 공식 협정을 체결하였다. 터키 국방장관 이스멧 일마즈와 카타르 국방장관 칼리드 알 아티야가 이 협정에 서명하였다. 이 합동군사기지는 터키가 최초로 설립하는 해외군사기지다.


터키 총리 아흐메트 다부토글루(재임:2014년 8월 28일–2016년 5월 24일)는 이 협정 체결에 대하여 “카타르 안보와 안정은 터키의 안보, 안정과 같다. 우리는 안정되고 안전한 걸프를 원한다. 터키와 카타르는 하나의 운명체다.”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이 협정이 양국 사이에 대규모 방위산업 협력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합동군사기지는 여단 규모가 될 것이고, 3천 명 정도의 지상군을 터키여단장이 지휘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카타르 알 우데이드 공군기지에는 미중부군(US Central Command, CENTCOM) 전방사령부가 있으며, 1만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미중부군 전방사령부 옆에 터키군 기지 설립 계획은 미국의 사전 동의 없이 이루어졌을 것 같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월 29일 터키 대통령 에르도안은 “미중부군 사령관이 쿠데타 음모자들을 편들고 있다.”고 비난하였다. 게다가 카타르의 전임 국왕 하마드는 미국을 터키 군부쿠데타의 배후라고 비난하였다. 이것은 터키-카타르의 역내 정책과 미국의 역내 정책이 마찰을 빚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친미국가 카타르 정치에서 미국 영향력의 깊이를 의심하게 만든다.


이를 뒷받침하듯 터키 대통령 에르도안은 2016년 8월 9일 러시아를 방문하여 푸틴 대통령을 만난다. 이번 에르도안의 러시아 방문은 7월 15일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하는 외국 여행이다. 터키 관리들과 미디어들은 미국이 터키쿠데타의 배후라고 강력히 주장하였으며, 실제로 미국은 이 쿠데타 발발 초기에 매우 모호한 태도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러시아는 이 쿠데타 발발 초기부터 쿠데타 시도를 강력하게 비난함으로써 에르도안의 좋은 친구임을 보여 주었고, CIA가 이 쿠데타 시도의 배후라고 주장하였다.


이제 터키-카타르 군사동맹은 미국과는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지만, 러시아와 강력한 협력관계를 구축한다면, 이란,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등 역내 강국들에 맞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로 인해서 역내 불안정성은 더욱 심화·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 하늘이여 불쌍한 중생들을 도우소서! -


이 글은 2016년 8월 10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