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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러 삼각협력 시대가 여성들에게 재앙이 되지 않으려면 (정재원)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8-06-27 14:18
조회
933


정재원/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사회주의 체제의 종언과 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은 필연적으로 생산력의 급격한 하락 등으로 인한 구조적 실업, 이에 따른 전반적인 빈곤화, 대규모 해외 이주 등의 사회 현상, 그리고 사망률이나 평균 수명 등 거의 모든 사회 지표의 악화, 사회양극화와 지역 간 발전의 불균형 등의 문제들을 야기하였다. 특히 체제전환으로 인한 다양한 사적 행위자들의 등장은 매우 흥미로운 주제였다. 그런데 심각한 혼란기에 사적 행위자들의 압도적 다수는 비공식적이고 반범죄적인 영역에서 이윤을 창출했고, 그러한 왜곡된 공간의 형성을 구조화했다. 아직 시장경제체제의 규칙이 제대로 만들어지지도 않았고, 작동하지도 않는 상황 속에서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거나 미미했던 인간을 대상으로 한 끔찍한 이윤 창출 구조도 만들어졌다. 


 그러한 구조의 가장 심각한 착취 구조는 바로 러시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매매 산업이었다. 사회주의 시절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성산업은 불안정한 시기에 최고의 이윤을 남기는 산업으로 여겨졌고, 사회주의 시절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자본에 기반한 조직화된 폭력 집단들이 우후죽순 대규모로 만들어지면서, 지배 엘리트의 비호 하에 러시아 내에서는 물론 외국 조직폭력집단과 연계하여 해외 성매매 산업 시장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법적으로는 불법인 데다가 여타의 자본주의 국가들에서와는 달리, 소위 집결지 형태의 성매매 지역이 만들어지지는 않았지만, 독립한 공화국들이나 러시아 지방으로부터 여성들이 공급되는 등 성산업은 확대일로에 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엄청난 수의 러시아 여성들이 러시아 내에서는 물론 외국에서도 심각한 인권 유린을 당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그런데 너무나 창피하게도 한국인들은 그 어떤 국가 국민들보다 추악한 방법을 통해 아픈 러시아 사회를 파고들었다. 이미 동남아 제국가들에서와 중국 각 지역에서 악명을 떨쳐 온 한국인들은 특히 가난하고 불안정한 국가들에서는 예외 없이 막대한 뇌물을 들여가며 현지 범죄 조직들과 부패 관료, 부패 경찰들의 비호 하에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의 주요 수입원은 놀랍게도 섹스 관광객보다는 이들 국가에 진출한 한국 기업 지상사들이다. 한국 기업이 있는 곳에 한국 룸살롱이 있다는 말은 위험천만한 국가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의 성접대 문화는 빈곤한 국가들에서는 성매매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한층 더 노골적으로 그리고 공공연하게 이루어진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가난한 국가 내에서도 가장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는 가난한 여성들의 처지를 극단적으로 악용하여 성적으로 착취하는 작태는, 먼저 고려인으로 인해 한국과 한국인이라는 것에 호감을 갖고 있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등으로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따라 한국식 성매매 업소들이 등장하였는데, 이러한 형태는 이들 지역에서는 매우 낯선 것이었다. 상대적으로 더 위험했던 러시아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다소 늦게 만들어졌는데, 처음에는 러시아 여성들을 주로 데려 왔으나, 이들이 남성의 총체적인 성적 노리개로 만들어지는 동양식 기생의 역할을 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며 모집이 잘 되지 않았다. 그러자 한국 성산업가들은 중앙아시아의 한인 성매매 업소로부터 여성들을 불법적으로 송출 받아 영업을 하는 등, 말 그대로 국제적인 범죄 집단화되었다.


 이러한 성매매 업소들은 기본적인 간판도 달지 못 한 채 지하 창고 등을 개조하여 영업을 했지만, 교민 숫자에 비해 과도할 정도로 여성들이 많이 공급되어 있었다. 이는 어마어마한 한국인 남성들이 성매매를 하는 공간이 되었음을 의미했다. 기업인이나 교민 사업가, 출장객이나 관광객들은 물론 공관 및 공관으로 찾아오는 관료들 역시도 이들 불법 성매매 업소의 주요 고객이었다. 특히 성매매는 한인 여행사-한인 호텔-한인 가라오케가 하나의 카르텔로 조직화 되어왔다는 특징이 있다. 현재 김영란법 등으로 인해 일부는 출입에 제한이 생기는 등 변화의 조짐도 있지만, 특히 한인 가라오케에서의 1차와 한인 호텔에서의 2차와 같은 구조는 여전히 작동 중이다. 


  그런데 너무나 창피하게도 이러한 추악한 여성 착취와 부패 고리를 폭로하고 시정해 나가야 할 언론인들은 말 할 것도 없지만, 러시아를 사랑하고 러시아와의 관계를 소중히 여긴다는 지식인들과 전문가들이 오히려 그러한 구조에 대해 방조를 넘어 적극적으로 향유하고 있음은 심히 유감이다. 특히 교수 등 교육자와 연구자라는 집단 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심지어 숭고한 주제를 다루는 학술회의 및 국가 간 친선 교류 목적의 방문 시에도 아무런 양심의 거리낌 없이 불법 업소에서 서로의 인맥 만들기와 출세를 위한 수단, 성적 쾌락의 수단으로 여성을 대상화한 역사는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다. 


 남북과 북미 간 관계 개선으로 인한 한반도 평화와 공영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동북아 평화협력 공동체의 중요한 축인 남북러 삼각 협력의 구상들이 점점 더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한국 기업-한인 성매매 산업 카르텔이라는 오래된 적폐가 청산이 되지 않는다면, 한국 기업들의 시장 진출은 곧 재앙이 될 것이다. 이제 정부는 적극적으로 해외에서의 한인 성매매 카르텔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역사적 노력을 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 그러한 길에 지역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먼저 과거를 반성하고 전면으로 나서야 할 시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