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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주의자-요르단 천연가스 거래 협정 체결 (홍미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7 15:38
조회
421

에너지 강국으로 부상하는 이스라엘


홍미정/ 단국대 중동학과 조교수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이 가자를 포위하고, 공격하는 진정한 이유를 가자 연안에 매장된 석유와 천연가스를 장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2019년부터 요르단으로 수출하게 될 천연가스는 팔레스타인 가자 연안을 포함하는 지중해안의 레비아탄 유전에서 생산되는 것이다.


요르단에서 가장 강력한 야당으로, 무슬림형제단 분파인 이슬람 행동전선(IAF)은 이스라엘이 통제하는 지중해 수역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 수입협정을 거부하면서 “이 천연가스는 팔레스타인 해역에서 훔친 것이고, 이 협정은 시온주의자 적들에게 의존하는 것이며, 시온주의자들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지지하는 것이다.”라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1-image.jpg레비아탄 유전지대
사진 출처 - offshore-technology.com


2016년 9월 30일 이스라엘 천연가스 수입협정체결을 반대하는 요르단인 시위대 약 2천 5백 명 정도가 암만 중심가에서 행진하였다. 이것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조직된 시위들 중에서는 가장 규모가 컸다. 시위대는 “요르단 국민들은 가스협정 파기를 원한다. 요르단 시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자금을 시온주의자들에게 제공하지 말 것, 시온주의자 적들로부터 가스를 수입하지 말 것”이라고 쓴 깃발을 들었다. 10월 3일 이슬람행동전선과 노동조합 등 시위조직자들은 요르단 시민들에게 천연가스 수입 협정체결에 맞서 저녁 9시와 10시 사이에 각 가정의 소등을 요청하였다. 이번 대중시위는 암만 도심지뿐만 아니라, 북부의 이르비드와 남부의 케락 등 주요 도시들에서 조직되었다. 요르단 시민들 중 50% 이상이 팔레스타인 출신이며, 이들은 주로 대도시 지역에 거주한다.


이번 요르단 대중시위는 2016년 9월 26일 요르단 국영전기회사와(NEPCO)와 미국회사 노블에너지(Noble Energy)가 체결한 천연가스 거래 협정을 반대하기 위한 것이다. NEPCO는 요르단 전체 수요 전력의 85%를 생산하며, 노블에너지는 지중해안 최대유전 지대인 레비아탄 유전 지분 39.66%를 소유한, 이 유전개발과 운영을 책임진 회사다.


노블에너지는 “NEPCO와의 계약은 15년 동안 매일 3억 입방 피트(850만㎥)를 제공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 양은 NEPCO가 필요로 하는 액화 천연가스의 40%를 충족시킬 것이다. 이 협정은 2019년부터 발효될 것이고, 100억 달러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10월 3일 대규모 시위의 대응으로, 요르단 정보장관 무함마드 모나미는 요르단 TV에서 “이 협정으로 요르단은 에너지 예산을 매년 6억 달러 정도 절약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스라엘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다. 요르단의 이스라엘 천연가스 구입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영토점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규정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다.”라고 항변하였다.


그러나 요르단 작가 히삼 부스타니는 “적의 가스는 점령을 의미하며, 이스라엘로부터 오는 ‘도둑질한’ 천연가스는 국제가격보다 더 비싸다”고 주장하였다. 이슬람행동전선, 세속주의자와 노동조합 등이 주도하는 이 협정거부 움직임이 쉽게 잦아지지는 않을 것 같다.


2010년 발견된 레비아탄 유전은 최근 10년 동안 발견된 세계 최대의 연안 가스전으로 알려졌다. 미국회사 노블에너지가 레비아탄 유전 지분 39.66%, 3개의 이스라엘 에너지 회사들, 델렉 시추가 22.67%, 아브네르 오일 탐사가 22.67%, 레티오 오일 탐사가 15%를 각각 소유하고 있으며, 이들이 노블에너지가 주도하는 레비아탄 컨소시엄을 구성한다.


올해 가스 협정 체결에 앞서, 2014년 9월 3일 NEPCO는 레비아탄 유전에서 천연가스를 매일 3억 입방 피트씩 15년간 수입하기로 노블에너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였다. 이 MOU에서 NEPCO는 15년 동안 총 150억 달러를 레비아탄 컨소시엄에게 지불하기로 되어있다. 총액 중 56%인 84억 달러는 로열티와 법인세 등의 명목으로 이스라엘 정부에게, 49억 달러는 미국회사 노블에너지와 델렉 시추 등 3개의 이스라엘 에너지 회사들에게, 17억 달러는 채굴과 운영비용 등으로 할당 되었다. 그러나 2014년 12월 요르단 하원은 이 MOU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2016년 11월 7일 새로 출범하는 요르단 의회에서도 지난 9월 체결된 가스협정에 대한 상당한 논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2016년 9월 26일, 이스라엘 에너지장관 유발 스테이니츠는 “이 가스협정은 극히 중요한 국가의 업적이며, 이스라엘과 요르단 사이의 유대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는 중요한 초석”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이스라엘 회사 델렉 시추의 최고 경영자 요시 아부는 “이 협정 체결은 역사적인 사건이며, 레비아탄 유전을 에너지 지도에서 중요한 행위자로 세운다. 레비아탄 컨소시엄은 이집트, 터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포함하는 추가적인 거래를 추진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와 같이 이스라엘은 미국회사 노블에너지가 주도한 컨소시엄을 통하여 역내에서 처음으로 요르단과 천연가스 거래 협정을 체결하였고, 현재 터키, 이집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EU 등과 가스 수출 협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이스라엘은 에너지 자급자족을 넘어선 수출국으로 탈바꿈하게 됨으로써 역내 에너지 강국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이스라엘은 천연가스와 석유가 매장된 점령지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배권을 더욱 확장하고, 팔레스타인인 출입금지정책과 이스라엘 정착촌건설 등을 통해서 영해와 영토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주권을 박탈하는 정책을 한층 강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글은 2016년 10월 12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