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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산책’에는 박록삼(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박상경(인권연대 회원), 서보학(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윤(경찰관), 이재환(시흥시청 소상공인과 지역화폐팀 책임관), 조광제(철학아카데미 대표), 황문규(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활짝 피는 꽃과 함께 장애인의 삶도 활짝 필 날 있겠죠? (정지영)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7 15:14
조회
275

정지영/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사무국장


4월이 되면 장애인은 조금 심란해집니다.


이제는 모두가 잘 아시는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이 있기 때문이죠.


장애인을 위한 날, 그래서 장애인 주간행사도 많고, 기념식도 있는 그 날이 되면 우리는 왜 헛헛해질까요. 아마도 수십 년간 반복되는 ‘장애인의 날’에만 집중되는 관심 때문 아닐까요. 364일 차별 속에 살아가는 장애인, 그 날 하루만 바쁩니다. 정부 주도의 기념식도 있고요, 각 지역에서 열리는 기념행사도 있고요, 장애를 잘 극복했다며 상도 주기도 하고, 영화를 공짜로 보여주기도 하고, 장애인 콜택시도 무료로 이용할 수 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분이 썩 좋지 않습니다. 모두 이해해 주시겠지요? 장애인들도 365일 1년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래서 장애인들은 4월에 투쟁을 합니다. 이미 지역별로 순회투쟁에 들어간 곳도 있고 4월 20일이 되면 길거리에서 권리를 외치는 장애인들을 보시게 될 거에요. 혼란스러울 수도 있어요. TV에는 장애인들을 위해서 정부, 지자체, 민간에서 잔치를 열어주고 있는 데 한편에선 목청 높여 거리로 나선 장애인들이 있을 테니까요.


l_2015042001002271400252891.jpg2015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 휠체어를 탄 한 장애인이 장애인 차별 철폐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출처- 경향신문


길을 막는다고 시끄럽다고 눈살을 찌푸리시기 전에 장애인들이 여러분들과 어떻게 살고 있는지 한 번 되돌아봐 주시기 바라는 마음에 최근 소식 몇 가지 전해드려요.


먼저 잊을 만하면 기사로 나오는 장애아동을 살해하고 자살한 부모의 이야기 입니다.
경찰관이라고 합니다. 다운증후군 아들을 목 졸라 숨지게 하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아들은 20살이지만 고등학교 1학년입니다. 장애인을 키우는 가족이 죄인도 아닌데 늘 미안하다고 합니다.


자식이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가족에 의해 살해당하는 사건들이 이어집니다. 사람들은 안타까워하면서도 오죽하면 그랬을까, 그 가족들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합니다. 저는 거꾸로 묻고 싶습니다. 우리가 안타까워하는 것은 장애인으로 태어난 그 사람과, 그 가족의 비극적 운명일까요 아니면 장애인으로 태어나 살아가는, 장애인 가족과 함께 살아가기가 힘겨운 사회일까요?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최근 장애인시설에 대한 폐쇄권고를 내렸습니다. 장애인시설 거주인들 간의 성추행·성폭행이 끊이지 않는 모 시설이 더 이상의 자정능력이 없다며 시설 폐쇄를 권고했습니다. 또 다른 장애인거주시설에는 24시간 돌봄 없이 장애인들이 방치되지 않도록 개선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많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분리된 채, 지역사회에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다르게 살아가고 있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활짝 핀 벚꽃을 마냥 좋게 바라볼 수 없는 4월, 언제쯤이면 장애인도 함께 마음껏 웃을 수 있을까요. 4월, 장애인들은 거리로 나옵니다. 지나가다 마주치게 되면 봄꽃 구경 함께할 수 있는 날을 앞당기기 위함임을 공감해주시고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잔치가 아니라 권리입니다.


이 글은 2016년 4월 6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