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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특조위의 조사활동 보장과 시민의 생명안전 구축 (김재완)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7 15:33
조회
308

김재완/ 방송대 법학과 교수


정부는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활동을 2016년 6월 30일자로 사실상 종료시켰다. 세월호진상규명법 제7조 제1항은 “위원회는 그 구성을 마친 날부터 1년 이내에 활동을 완료하여야 한다. 다만, 이 기간 이내에 활동을 완료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위원회의 의결로 한 차례만 활동기간을 6개월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대해, 정부는 세월호진상규명법이 2015년 1월 1일에 시행되었으므로 그 기간의 연장이 가능한 시한이 6월 30일까지이고, 따라서 특조위의 조사활동 기간은 끝났다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부의 해석은 지나치게 형식적이고 자의적이다. 실제 특조위의 상임위원 임명은 2015년 3월 5일이었고, 국무회의에서 특조위의 예산이 통과된 것은 같은 해 8월 4일이었다. 이때 어느 시점에서 “위원회는 그 구성을 마친 날부터”에 해당된다고 보아야 할까? 우선 특조위의 조사활동 등이 실제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예산 지원이 있어야만 한다. 그렇다면 위원회의 구성을 마친 시점은 활동을 개시할 수 있는 준비를 완료한 날로 해석해야 한다. 이렇게 해석할 때, 특조위의 구성 완료 시점은 2015년 8월 5일이 된다. 따라서 정부의 주장처럼 특조위의 조사활동시한이 이미 끝난 것이 아니라, 현재 아직 1년도 되지 않은 것이다.


2016071911215636835_1.jpg사진 출처 - 뉴스1


그러나 근본적으로 세월호진상규명법상의 특조위 조사활동 및 백서 발간 기간의 활동시한 1년 9개월은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너무나 짧은 것이다. 세월호참사에서 정부는 생명안전에 대한 감독책임을 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행태가 기업과의 먹이사슬로 연결되어 있는 등 총체적이고 구조적으로 뿌리박혀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또한 참사 이후 국가는 국민의 시선을 탈출한 선장, 청해진 유씨 일가와 구원파에게 향하도록 조장함으로써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연출을 시작했다. 유족에 대한 금전배상 프레임과 진상규명 활동에 적극적인 유족들을 폭도나 종북세력으로 몰아가기, 특조위를 예산을 낭비하는 세금도둑으로 매도하기, 정부의 특조위 구성과 업무 방해하기 등으로 책임회피와 은폐를 위한 연출은 정점을 찍었다. 이재승 건국대 법전원 교수는 세월호참사를 세 단계에 걸친 국가범죄로 규정한다. 첫째는 구조적 원인의 측면에서 생명안전에 대한 국가감독책임의 총체적 방기와 기업의 부패가 결합한 국가․기업범죄라는 것, 둘째는 참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해경 및 구조본부의 조직적 부작위와 무책임은 전형적인 국가범죄라는 것, 셋째는 참사 이후의 상황에서 정부, 호위세력, 그 매체들의 ‘희생자 다시 때리기’와 책임 부인은 국가․사회범죄라는 것이다. 사안의 심각성과 중대성에 비추어 볼 때, 실제적으로 특조위에게 주어진 물리적인 시간은 매우 짧은 것일 수밖에 없다.


한편 특조위 및 소위원회의 업무는 참사의 원인 규명, 참사의 원인을 제공한 법령, 제도, 정책, 관행 등에 대한 개혁 및 대책 수립, 재해·재난의 예방과 대응방안 마련 등 안전한 사회 건설을 위한 종합대책 수립, 피해자 지원대책의 점검 등이다. 세월호진상규명법의 궁극적인 목적은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여 안전사회를 구축함으로써 재발을 방지하자는 것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예산 지원 삭감 및 인력 감축, 업무방해 행위 등의 기만적․폭력적 행태로 인해 특별법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는 결과를 도출하지도 못한 채 특조위의 활동은 사실상 그 생명을 다하게 되고 말았다.


세월호참사를 하나의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거대한 국가․기업․사회범죄로 만든 것은 바로 국가 자신이다. 그리고 지난 총선에서 시민은 의회가 국가의 잘못을 바로 잡아 주도록 야권에 힘을 실어 줌으로써 희생자를 애도하는 정치의 모습도 보여 주었다. 의회는 충분하고 실질적 조사가 가능하도록 기간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여야의 정치적 합의에 의한 수개월의 연명에 그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진실규명과 재발방지를 통해 피해자의 인권을 충족하고, 시민의 생명안전이 온전해 질 수 있는 정치적․제도적․문화적 구축을 위해서 그에 걸맞은 활동조건과 시간이 충분히 보장되는 근본적인 개정이 필요하다.


다시 한 번 또 다른 세월호참사가 일어난다면, 그 안에 당신 또는 당신의 가족이 있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이 글은 2016년 7월 20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