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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주권을 박탈하는 트럼프의 기획: 미국-이스라엘-사우디 동맹(홍미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9-05-08 14:37
조회
1044

홍미정/ 단국대 중동학과 조교수


 2019년 5월 3일, 수 천 명의 가자 주민들이 이스라엘과 가자 경계를 따라서 57번째 ‘위대한 귀환 행진’을 하였다.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과 12년 동안 계속된 가자봉쇄 종식을 요구하는 이 행진은 2018년 3월 30일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진행된다. 1~57번째 행진까지,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행진 시위대 285명이 사망하고, 32,000명이 부상당했다.


 같은 날, 이스라엘 외무부는 “2020년 1월,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 무슬림연맹의 초청을 받은 유대-이스라엘 대표단이 사우디를 공식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사우디는 이스라엘의 공세적인 정책으로 곤경에 처한 팔레스타인인들을 외면한 채, 트럼프의 기획, 소위 ‘세기의 협상’을 지지하는 등 역사상 어느 때보다도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2019년 4월 21일, 카이로에서 개최된 아랍연맹 회의에서 사우디, UAE와 이집트는 팔레스타인 수반 마흐무드 압바스에게 트럼프의 협상안을 수용하라고 압박하였다. 대신 아랍연맹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압박으로 재정위기에 처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게 매달 1억 달러를 제공하기로 약속하였다. 앞서 2017년 12월 6일, 트럼프가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수도’라고 선언한 2주 후에 압바스 수반이 사우디를 방문하였다. 이 때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은 압바스 수반에게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수도라는 트럼프 선언 및 세기의 협상’을 수용하라고 압박하면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운영 자금이 얼마인지 물었고, 압바스 수반은 매년 10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대답하였다. 이에 빈 살만은 압바스 수반에게 ‘세기의 협상을 수용할 경우, 그 대가로 10년에 걸쳐 100억 달러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하였다.



지난해 11월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요르단강 서안 지구 헤브론에 이스라엘 정착촌이 밀고들어 오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떠난 거리 곳곳에 이스라엘 국기가 걸려있다.

사진 출처 - 서울신문


 이렇게 사우디 및 아랍연맹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운영 자금을 지원하도록 유도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속내는 무엇일까? 만약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해체된다면, 동예루살렘과 서안, 가자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들 약 500만 명 대한 관리 부담이 온전히 이스라엘 정부의 몫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스라엘은 불가피하게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유대인들과 동등한 이스라엘 시민권을 부여하거나 강제로 축출시켜야하는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따라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국가 지위를 완전히 거부하면서, 유약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활용함으로써 인구적인 부담을 덜고, 인종차별적인 정책을 유지하기를 원한다. 이를 위해서 이스라엘과 미국이 압바스 수반에게 부여한 역할은 ‘팔레스타인 국가 지위를 완전히 포기하고, 동예루살렘 주권을 이스라엘에게 공식적으로 넘겨주면서, 서안에서 점령촌 건설 사업을 강화하도록 이스라엘과 협력할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점령촌과 검문소 등으로 고립된 지역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을 관리하는 것’이다.


 그런데 유엔의 장에서 팔레스타인은 이미 국가로서의 지위를 얻었다. 팔레스타인은 2011년 10월 31일 유네스코 회원국이 되었다. 이로써 유네스코는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 최초의 유엔 기구가 되었다. 게다가 2016년, 2017년, 2018년 계속해서 유네스코는 이스라엘이 유대교 성지라고 주장하는 예루살렘과 헤브론의 성지들에 대한 무슬림들과 팔레스타인 국가의 주권을 인정하였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이스라엘과 미국은 2011년부터 8년간 연회비(각각 850만 달러, 6억 1천 700만 달러)를 납부하지 않은 채로, 2018년 12월 31일 유네스코를 탈퇴하였다. 또 2012년 11월 29일, 유엔에서 팔레스타인의 지위는 비회원 옵서버 단체에서 비회원국 옵서버 국가로 승격되었다. 게다가 2015년 4월 팔레스타인은 공식적으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회원이 되었다. 2017년 9월 20일 4개의 팔레스타인 인권단체는 ICC에게 계획적 살인, 주민 추방, 점령촌 건설, 가자에 연안 천연가스 자원 채굴과 파괴 등 광범위한 재산 파괴와 전유 등 광범위한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행위들에 대한 전면 조사를 요구하였다. 이로써 팔레스타인은 국제사회에서 무엇인가 주권국가로서 의미 있는 행보를 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트럼프가 내놓은 기획, ‘세기의 협상’은 주권국가로 발돋움하려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노력을 완전히 좌절시키는 행위다. 2019년 4월 23일,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며, 수석보좌관인 재러드 쿠쉬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트럼프의 세기의 협상이 라마단이 끝나는 6월 초에 그 전모를 드러낼 것이며, 이 협상에서 ‘두 국가 해법’이라는 어구는 없다”라고 밝혔다. 다시 말하면, 이 협상안에 ‘팔레스타인 국가는 없다’는 것이다.


 사실, 이미 실행되고 있는 트럼프의 기획, ‘세기의 협상’은 1967년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점령한 지역들에서 팔레스타인의 주권을 박탈하는 반면, 이스라엘 주권을 부여하고,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다음과 같이 실행되고 있다.



트럼프의 기획, 세기의 협상


▶ 2017.12.06. 트럼프의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수도’ 선언. 2018.05.14. 미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

▶ 2018.08.31. UNRWA(UN 팔레스타인 난민 기구) 분담금 지급중단 선언
: 미국은 UNRWA의 연간 예산 12억 달러 중 1/4이 넘는 $3억 5천만 달러를 분담해왔음.

▶ 2018.09.10. 미국무부의 PLO 워싱턴 사무소 폐쇄 선언
: PLO가 이스라엘과 직접적이고 의미 있는 협상을 추진하지 못한 책임을 물은 것임. 이와 관련하여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팔레스타인인들이 ICC에 이스라엘을 제소했다고 비난하고, 미국은 ICC를 포함한 어떤 조직에게도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제한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힘.

▶ 2018.12.31. 미국과 이스라엘 동시에 유네스코 탈퇴.

▶ 2019.02.01. 미국은 서안과 가자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모든 원조 중단선언
: 팔레스타인 보안대에 연간 6천만 달러가 넘는 지원금 중단. 이 자금을 받은 팔레스타인 보안대는 서안에서 이스라엘 군대와 협력. 팔레스타인 학생들에게 주는 정부장학금 및 원조 프로그램 지원중단.

▶ 2019.03.25. 트럼프의 ‘골란고원은 이스라엘 주권’ 선언.

▶ 2019.04.05. 주변 아랍 국가들에 대한 트럼프 계획 폭로
: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권 원천 봉쇄 및 이스라엘 영토 확장
- 요르단은 팔레스타인 난민 100만 명에게 시민권 부여하고, 요르단 영토(Al-Baqoura, Al-Ghamr)를 이스라엘에게 양도할 것. 이에 대한 보상으로 요르단은 450억 달러 외국 원조와 프로젝트 자금을 지원 받음.
- 사우디는 요르단이 이스라엘에게 양도한 위 영토와 비슷한 크기의 사우디-요르단 국경지역 영토를 요르단에게 양도할 것.
- 3자 연방구성: 요르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서안), 이스라엘 서안 점령촌 행정부
- 레바논은 45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시민권 부여할 것.
- 이집트는 가자지역 근처 시나이반도에 가자 주민들을 위한 공업지대 건설하고, 650억 달러 상당의 외국원조와 공업지대 프로젝트 자금을 지원 받음.

 2019년 4월 29일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유엔 주재 팔레스타인 대사 리야드 만수르는 “우리는 트럼프의 평화계획, ‘세기의 협상’을 거부한다. 국제법, 유엔결의에 기초하지 않고,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행위들은 모두 불공정하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이스라엘의 점령촌 건설 활동, 팔레스타인 주택 파괴, 팔레스타인 주민들 체포와 살해 등으로 팔레스타인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만수르 대사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을 위한 협상이 국제법, 유엔결의 및 인권 존중에 토대를 두어야한다는 것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에게 국제법과 유엔결의 등을 지키라고 주장한다.

 반면, 같은 회의에서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 대니 대논은 성서를 들어 올리면서 “구약 성서에서 신이 팔레스타인 땅 전부를 이스라엘인들에게 주었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서안을 포함하는 팔레스타인 전 영토를 점령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대사의 주장이 보여주는 것처럼, 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배권 주장은 성서 이외에는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 그러나 현재 이스라엘 유대인 및 세계 유대인들 조상은 대체로 8세기 중반에 유대인으로 개종한 사람들이며, 구약 속 인물들과는 혈통적으로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우디 및 주요 아랍 국가들은 1967년 이스라엘 점령지에 이스라엘 주권을 부여하는 트럼프의 세기의 협상을 지지하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주권을 박탈하는데 협력함으로써, 팔레스타인인들의 운명은 풍전등화의 위기 속으로 더욱 깊이 빠져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