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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이스라엘-압바스 공조 체제 구축 (홍미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19 10:15
조회
226

홍미정/ 한국외대 연구교수



이스라엘의 계속되는 공격과 국제사회의 침묵

6월 25일 이집트 대통령 호스니 무바라크, 요르단 국왕 입둘라 2세, 이스라엘 총리 올메르트, 팔레스타인 수반 압바스가 참가한 4자 수뇌 회담이 샤름 알 셰이크에서 개최되었다. 이 회담은 하마스에 대항하여 압바스와 연대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살해, 체포, 구금 행위를 동반한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공격을 중지시키는 것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

수뇌 회담 당일인 25일과 그 다음날인 26일에도 이스라엘 군대는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라말라, 나블루스, 헤브론, 베들레헴, 제닌 등을 공격하여 팔레스타인인들을 살해하고 체포하였다. 27일에는 이스라엘 군대가 가자 지구를 집중 공격하였다. 이 공격으로 가자 지구에서만 두 명의 어린이와 두 명의 형제를 포함하는 14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살해되었다. 30일에도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를 공습하여 7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살해하였다. 예루살렘 미디어와 통신 센터(JMCC)와 팔레스타인 인권 센터(PCHR)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 동안 이스라엘 군대는 단 하루도 빠짐없이 전투기, 탱크 등을 동원해서 팔레스타인 지구인 서안과 가자를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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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자 수뇌 회담에 참석한 요르단 국왕 입둘라 2세, 이집트 대통령 호스니 무바라크, 팔레스타인 수반 압바스
사진 출처 - 뉴시스


 

27일 팔레스타인 해방 기구(PLO)의 운영 위원이며, 좌파인 팔레스타인 민주 해방 전선(DFLP)정치국원인 타이시르 칼리드는 가자 지구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공격을 국제사회가 나서서 막아줄 것을 호소하였다. 이스라엘의 압도적인 화력에 직면한 팔레스타인인들은 국제 사회의 도움을 계속 요청해왔다. 그러나 미국, 유럽 연합, 러시아, 유엔, 팔레스타인 주변 아랍 정부들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에는 침묵으로 일관하며, 시종 일관 이스라엘의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종교 최고 지도자 수감

팔레스타인 무프티(종교 최고 지도자)인 타이시르 타미미는 6월 8일 금요일 저녁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체포된 이후 7월 1일 현재까지 이스라엘 감옥에 3주일 이상 수감되어 있다. 이스라엘 법정이 그에게 붙인 죄명은 ‘금요 예배의 설교를 통해서 이스라엘 당국에 대항하도록 팔레스타인인들을 선동하고, 이스라엘의 허가 없이 알 아크사 모스크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타미미는 “이스라엘의 허락을 받고 알 아크사 모스크를 출입해야한다는 요구를 수용할 수는 없다. 이스라엘 법정은 나를 기소할 권리가 없고, 나를 기소한 것은 불법이다.”고 주장하였다. 타미미는 팔레스타인 이슬람 법정 최고 판사이며, 예루살렘 소재 알 아크사 모스크에서 예배를 인도하는 이맘이기도하다. 그런데 이 사건은 4자 수뇌 회담에서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세계 주류 미디어뿐만 아니라 아랍 미디어들조차도 이 사건을 다루지 않았다. 팔레스타인인 무함마드는 “이 사건을 알 자지라가 한 번 다루었을 뿐이다.”고 한숨지었다.

또 이스라엘 군사 법정은 구속 수감 중인 수 십 명의 팔레스타인 의회 의원들에게 의원직을 사임하면 석방시켜주겠다고 제안하였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행위는 팔레스타인의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이스라엘의 지배 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납치된 이들 의원들 대부분은 하마스다. 당연하게도 수감된 의원들은 이스라엘의 제안을 거부하면서 압바스 수반과 체포되지 않은 의원들에게 이러한 이스라엘의 불법적인 조처에 대해서 명백한 입장을 취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스라엘의 정책에 답하기라도 하듯, 압바스가 발족시킨 팔레스타인 비상내각 총리 살람 파야드는 6월 28일 라말라에서 800여명의 이슬람 성직자를 모아놓고 “모스크 내에서 정치적인 메시지나 선동을 금지한다. 이러한 행위는 결코 묵인되지 않을 것이다.”고 경고하였다. 이것은 서안에서 하마스의 영향력을 근절시키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하마스는 서안과 가자 소재 많은 모스크에서 영향력이 있다. 현재 서안에서 하마스 지지 설교자들은 파야드 정부를 지지하는 성직자들로 대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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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장갑차들이 20일 새벽 나할 오즈 키부츠 부근에서 가자지구쪽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출처 - 뉴시스



팔레스타인 수반, 압바스 국제군 파견 요청

이런 상황에서 6월 29일 프랑스 방문 중인 팔레스타인 수반 마흐무드 압바스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에 대해서는 언급 없이, 하마스가 장악하고 있는 가자 지구에 국제군을 배치하도록 프랑스가 나서줄 것을 호소하였다. 압바스는 하마스와는 어떤 대화도 하지 않겠다고 반복해서 강조하면서, 자유롭고, 평화로운 수반 선거와 의회 선거를 위해서 가자 지역에 국제군이 파견되어야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스라엘, 유엔, 유럽 연합은 이미 가자 지구에 대한 국제 평화 유지군 파견에 동의하였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여론을 결집할 능력이 없는 압바스는 이스라엘과 외국군의 힘을 빌려 하마스를 제압하고 정권을 연장해 보겠다는 속셈이다.

그러나 하마스는 압바스의 국제군 파견 제안을 반대하면서, “우리는 어떤 외국 군대도 가자 지역에 발을 들여 놓지 못하게 할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점령 세력으로 간주할 것이다.”라고 선언하였다. 전임 하마스 정부 대변인 가지 하마드는 “가자에 외국 군대가 개입할 필요는 없다. 강요된 선거는 해결책이 아니다. 만약 모든 파벌이 선거에 동의한다면, 그 때 선거는 전혀 문제없이 치루어질 것이다.”라고 주장하였다. 하마스는 파타와 대화 재개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팔레스타인인 대부분은 대화를 통한 하마스-압바스 간의 분쟁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압바스는 하마스뿐만 아니라 파타 산하의 무장 단체 알 아크사 순교자 여단을 포함하는 모든 무장단체들의 무기 소지를 금지하면서, 자치 정부 보안대가 이 무기들을 압수하도록 명령해 놓은 상태다. 이스라엘의 정책은 하마스와 압바스 사이의 분쟁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의 내분은 군사 점령을 강화시키고 지속시키려는 이스라엘의 점령지 분할 지배 계획에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이스라엘의 야만적인 군사 점령이 종식되지 않고서는 팔레스타인의 내부 통합과 민주주의는 거의 실현 불가능하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