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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에 대한 단상 (최응렬)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19 10:03
조회
260

최응렬/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어린이날(5월 5일), 어버이날(5월 8일), 스승의 날(5월 15일), 성년의 날(5월 21일)과 둘이 하나가 된다는 부부의 날(5월 21일) 등이 5월에 몰려 있어서 나온 말인 듯 싶다.

이상의 여러 가지 기념일 중에서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일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해 마다 달라지는 ‘스승의 날’에 대한 기억들이 “아이 둘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자식들의 스승을 어떻게 모셔야 하는가 하는 생각”, “나를 가르치고 지도해 주신 스승들을 어떻게 모셔야 하는가 하는 생각”, 그리고 “내가 가르치는 제자들로부터 받게 되는 스승의 날에 대한 생각” 등이 서로 교차되어 떠오른다.

우선 아이들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선생님들을 어떻게 모셔야 하는가와 관련해서는 특별하게 얘기할 만한 내용이 없다. 왜냐하면 언제부터인가 아이들의 교육은 거의 전적으로 어머니의 몫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다만, 조그마한 선물이라도 드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선생님께 감사의 뜻을 표하려는 것이 혹시라도 내 아이만 잘 봐달라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앞서서 주저하게 만들곤 하였다. 그러나 조그마한 기쁨으로 간직하고 싶은 것은 1992년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시간강사 생활을 하던 나로서는 물질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아내의 주선으로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스승의 날을 전후해서 5년 가까이 스승의 날 일일교사를 했던 적이 있다. 초등학생들을 1시간 정도 가르치면서 5분도 집중하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사회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배움을 주시는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노고가 이런 것이구나 하며, 선생님들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점이다.

나를 가르치고 지도해 주신 선생님들을 모시는 제자로서의 도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 등에서 나를 가르치시고 지도해 주셨던 선생님들 증에서 기억에 떠오르는 선생님들이 여러분 계시다. 그렇지만, 그 중에서 중학교 때 수학을 가르쳐 주시던 교장 선생님이 가장 기억에 남고 작고하실 때까지 늘 연락을 드렸던 기억이 아련하다. 교장 생님과 대학교의 은사 선생님들께만 연락을 드리는 반푼이의 생활을 하고 있으니 제자로서의 도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끝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해 온 스승의 입장에서 제자들이 나에게 베풀어 주는 기쁨은 부끄럽게도 말로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감사할 따름이다. 특히, 계명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여러 가지 이벤트를 마련하여 스승들에게 기쁨을 선사해 주었던 기억이 자주 떠오르곤 한다. 그러면서 내가 내 스승들도 제대로 모시지 못하면서 제자들로부터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으며 몸둘 바를 모를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또한 제자들이 카네이션을 달아주며 불러주는 “스승의 은혜”란 노래를 듣노라면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시선을 둘 곳을 찾지 못하고 빨리 행사가 끝났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서 내 스승들을 잘 모시고, 제자들을 잘 가르쳐야 되겠구나 다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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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학부모회는 지난 2005년부터 '스승의 날'을 5월 15일이 아닌 2월말로 옮기자는 운동을 벌였다.
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가끔 언론보도를 통해 학생 또는 학부모에 의한 교사 폭행이라든가 입시위주의 교육정책으로 사제지간(師弟之間)이 각박해지는 현실을 접할 수 있다. 또한 스승의 날이 되면 학생과 학부모는 촌지 또는 선물에 대한 부담감이 밀려오고, 묵묵히 사랑으로 교단을 지켜온 대다수의 선생님들도 학생들을 가르친 ‘대가(代價)를 바란다’는 오해를 받는 날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스승의 날이 갈수록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려는 날에서 촌지를 주고받는 날로 변질되거나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행사를 위한 날로 변화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다. 심지어는 촌지 수수가 두려워 휴교까지 감행하는 학교가 생길 정도니 더 말할 나위 없다.

1964년 5월 16일 청소년적십자중앙학생협의회가 스승의 날 제정 취지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스승의 높고 거룩한 은혜에 감사하며, 애정과 깊은 신뢰로 선생님과 학생 사이에 올바른 인간관계가 하루 빨리 회복되기를 기원하며, 스승의 날이 길이길이 계승발전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다시 한번 교직을 천직으로 여기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해 주시는 선생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앞으로 제자로서 스승님을 잘 모실 것을 다짐해 본다. 아울러 학생들이 가진 특성을 적극 계발할 수 있도록 지도하여 그들 모두가 개성 있는 인격체로서 살아 갈 수 있도록 조그마한 밀알이 되기를 약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