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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행복 (최응렬)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09 15:31
조회
305

최응렬/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개 팔자처럼 편안하게 살자며 출발했던 병술년 한 해도 파릇파릇 새싹이 돋더니 폭염의 여름이 닥치고, 단풍이 드는가 했는데 낙엽이 지더니 벌써 추운 겨울이 되어 저물어 가고 있다. 이맘때가 되면 사람들은 한 해를 돌아보고, 새 해의 꿈과 희망을 설계한다. 그러면서 흔히들 다사다난한 한 해였느니 정신없이 보낸 한 해였느니 한다.

2006년을 돌아보면, 올 해는 부동산 문제, 한·미 FTA 협상, 미군기지 이전을 둘러싼 집회·시위로 몸살을 앓았던 해였던 것 같다. 작년 8·31대책, 올해 3·31 대책, 11·3대책, 11·15대책 등 정부에서 부동산 대책을 연이어 내놓았으나 약효가 제대로 들지 않고 있으며, 최근에는 ‘종합부동산세’ 납부와 관련한 반발이 일고 있다. 작년 시위 현장에서 농민 2명이 사망하여 이에 따른 책임을 지고 경찰청장이 사퇴하는 일로 올해는 폭력 시위가 더 이상 없으리라고 생각했으나 아직까지도 폭력 시위는 해결되지 않은 채 해를 넘기고 있다. 게다가 조류독감의 확산은 농민들의 마음을 애태우고 우리들의 식생활마저 불안하게 하고 있다.

학교에서 근무하는 필자는 학기 단위로 생활을 하게 된다. 돌아보니 강의 시작을 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번 학기를 종료하게 되었다. 이렇게 정신없이 지내다 불현듯 ‘삶이란 무엇이며 행복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볼 때가 있다. ‘행복’이란 즐거움, 기쁨, 쾌감, 마음의 평화 등 긍정적인 모든 감정 상태를 특징짓는 감정의 상태를 일컫는다.

2006년 7월 영국 신경제재단(NEF)이 발표한 행복지수(HPI)에서 178개국 중 1위를 차지한 국가는 국내총생산(GDP)이 2,900달러에 불과한 남태평양의 섬나라 바누아투였다. GDP로만 따지면 233개국에서 207위로 거의 꼴찌에 가까운 가난한 나라다. 반면에 세계경제포럼(WEF)이 매긴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24위를 차지한 대한민국의 행복지수는 102위에 그쳤다고 한다. 왜 이러한 결과가 나왔을까 의아했는데, 그 비결이 무욕(無慾)에 있다고 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행복과 물질적 조건이 큰 상관관계가 없다고 한다. 소득은 행복감을 갖는 데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실제로 부자 나라 국민이 끼니를 거를 만큼 매우 가난한 후진국 국민에 비해 더 행복하기는 하다. 그렇지만 일정 수준의 생계 수준을 넘어서면 소득이 주는 행복 수준은 비슷해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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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누아투의 원주민 대다수는 뚜렷한 직업이 없고, 사시사철 따뜻한 날씨(평균 23도) 덕에 비를 피할 움막이면 만족해한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행복한 나라에 살고 있는 태권도사범 윤○○ 씨는 지금껏 “부자가 되겠다”거나 “남보다 잘 살아야겠다”라는 말을 이들로부터 들어보지 못했다고 한다. 전체 인구 20만 8,800명(2006년 7월 기준) 중 일자리를 가진 사람은 7%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실업’이라는 개념도 없고, 모두가 이웃처럼 잘 아는 까닭에 범죄도 거의 없다고 한다. 반면에 우리나라 국민들 대다수는 비를 피할 집이 있어도 더 크고 좋은 집을 사려고 욕심을 부리고, 평생 살아가는 데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부유해도 더 많은 부의 축적을 위해 지나친 욕심을 부리고 있다.

최근 사회문제가 되었던 ‘바다이야기’와 같은 불법 사행산업의 성행, 당첨금이 줄긴 하였으나 아직 식지 않은 ‘로또’ 열풍, 고액 체납자의 증가와 부동산 투기 문제 등을 보면 우리 사회가 마치 돈을 행복의 척도로 삼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그러나 도박으로 일확천금을 얻는다 하여도 더 큰 욕심으로 인해 또 다시 도박을 하여 가사를 탕진하거나 거액의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 중 상당수가 이혼이나 분쟁, 인간관계의 파괴 등의 불행을 겪고 있는 사례는 돈이 결코 행복의 우선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신념을 갖게 한다. 실례로 지난 2월 27일 USA투데이의 보도에 따르면 1985년과 1986년에 두 번이나 거액의 복권에 당첨된 이블린 애덤스는 540만 달러(한화 약 52억원)의 당첨금을 도박으로 탕진하여 빈털터리가 되었고, 1997년 텍사스에서 3,100만 달러(한화 약 298억원)의 복권 당첨금을 받은 빌리 밥 하렐은 사치와 낭비를 일삼다가 결국 자살하고 말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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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국민일보


 

다가오는 새해에는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우리 모두 희망을 기약하며 긍정적인 삶을 살아가자. 행복은 물질보다 긍정적인 마음에서 우러나온다고 한다. 긍정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의 대가이며 「완전한 행복」의 저자이자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심리학 교수인 마틴 셀리그먼(Martin Seligman)은 “웃으십시오, 좋은 일에 빠져드십시오. 의미 있는 삶을 사십시오. 그렇게 긍정적인 마음을 먹기 시작하면 행복의 길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고 한다. 그리고 바누아투 국민들처럼 느리게 살고 단순한 삶에도 만족할 때 행복이 찾아온다고 한다. 그러니 새해에는 우리 모두 긍정적인 생각으로 살아가고, 느리게 사는 법을 배우고, 단순하고 평범한 삶에도 만족하는 법을 배워 나가자. 올 한 해 업무로 가족에게 소홀하였다면 가족들에게 좀더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변치 않는 것은 가족이다. 가족과 함께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우리 모두에게 황금 돼지가 품안으로 굴러 와 희망의 새싹이 트기를 바란다. 또한 정부가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어 국민들이 정부를 믿고 편안하게 살 수 있게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