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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종교에 대해 예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홍미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19 10:49
조회
239

홍미정/ 한국외대 연구교수



아프가니스탄 반군 세력인 탈레반이 7월 19일 경기도 분당 성남시 분당 샘물교회 선교단 23명을 납치하였다. 8월 26일 현재 샘물교회 선교단원 2명이 살해되고 2명이 석방되었다. 나머지 19명이 곧 석방될 것이라는 뉴스다. 아프가니스탄 주민의 99%는 무슬림이다. 그곳에서 한국 기독교인들이 목숨을 걸고 선교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필자는 서울 시내에서 전철을 자주 이용한다. 전철 안에서 종종 마주치는 짜증나는 광경이 있다. 조용한 전철 안에서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라고 크게 소리치면서 협박하는 예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마음속으로 필자는 “자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을 지옥으로 보내는 게 무슨 신이람 ... 차라리 그렇게 이기적인 신이 있는 곳보다는 그런 신 없는 지옥이 더 낫다.” 다른 신념을 가지고 있는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독선적인 한국 기독교의 선교 행태는 전철 안에 있는 대다수 시민들의 기분을 매우 불쾌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서서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

작년에는 한남동에 있는 이슬람 사원근처에 갈 일이 있었는데, 이슬람 사원으로 올라가는 도로변 모퉁이에서 찬송가를 크게 틀어 놓고 춤을 추는 10명도 넘는 기독교인 아주머니들과 마주쳤다. 필자는 모른 체하고 지나치다가 발걸음을 다시 돌렸다. 그 아주머니들에게 “아주머니들 ! 여기가 어딘지 알고 찬송가를 크게 틀고 춤을 추십니까? 바로 50여 미터 위에 이슬람 사원이 있고, 이 도로는 무슬림들이 예배드리러 올라가는 도로입니다. 선교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다른 종교에 대한 예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 아주머니들은 나에게 기독교인이냐고 묻고는, 나를 위해서 기도해주겠다고 이야기했다. 그 아주머니들은 나의 이야기와 상관없이 계속해서 하던 일을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필자는 대학 1학년 때까지 모 기독교 교회를 다녔다. “구원의 확신이 있느냐?”고 윽박지르는 듯한 목사의 요구에 기가 질려서 그 교회 다니는 것을 그만 두었다. 그 곳에서는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것 같지 않았고, 이미 만들진 패러다임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해야만 할 것만 같은 공포가 있었다. 이렇게 사람들 사이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일부 한국 기독교의 독선적인 행태는 기독교에 호의적이었던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게 하는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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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에 의해 납치되었던 샘물교회 선교단의 모습. 아프간 한국군의 연내 철군과
아프간 선교 중지를 조건으로 지난 28일 피랍자 19명 전원을 석방하기로 합의했다.
사진 출처 - 경향신문



그런데, 기독교 창시자인 예수가 태어난 팔레스타인 기독교인들의 태도는 한국 기독교인들의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필자는 현지 조사를 위해서 매년 겨울 동예루살렘에 위치한 팔레스타인 국제문제 연구소에 체류한다. 이 연구소에서는 팔레스타인 기독교인들과 무슬림들이 함께 근무한다. 이 기독교인들과 무슬림들은 예배드리는 양식에 차이가 있을 뿐 같은 신을 믿는다는 점에는 서로 동의한다. 이들은 서로에게 자신의 종교를 강요하지 않고, 서로의 차이를 상호 인정한다. 팔레스타인 무슬림들은 기독교 창시자인 예수가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와 마찬가지로 신의 사도이며, 하나를 더 추가해서 예수는 로마의 지배에 대항해서 팔레스타인 독립운동을 한 투사라고 강조한다. 지난겨울 라말라 거리에서 만난 팔레스타인 무슬림 파티 히드미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우리가 테러리스트냐? 그렇다면, 최초의 테러리스트는 예수 그리스도다.” 이렇듯 오늘날 이스라엘의 야만적인 군사 점령 아래서 고통 받는 팔레스타인 무슬림들은 예수를 본받아야할 행위의 본보기로 생각하고 있다.

20세기 이후 팔레스타인, 요르단, 레바논 등 레반트 지역에 거주하는 기독교인들은 일반적으로 무슬림들보다 생활수준 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레반트 지역의 기독교인들이 서구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한 네트워크 탓이기도 하고, 일부는 무슬림들에 비해서 교육 수준이 높은 탓이기도 하다. 2006년 1월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지역구 의원 66석 중 소수 종교인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기독교인들에게 6석을 할당하였고, 기독교인들과 이슬람주의자 정당인 하마스는 가자 지역에서 당선을 위해 연합 전선을 형성하였다. 이 선거 결과 비기독교인 후보들은 1만 5천-2만 표를 획득해야 당선권에 들었으나, 기독교인 후보들은 2천-3천표로 당선되었다. 1989년 이후 2003년까지 4차례에 걸쳐 실시된 요르단 의회 선거에서도 기독교인들은 총 의석 중 10% 이상에 해당하는 소수 할당의석 특혜를 받았다. 레바논 대통령은 기독교인들 중에서 선출된다.

이렇듯 기독교가 발흥한 본거지인 레반트 지역에서 무슬림들과 기독교인들은 상호 존재를 인정하고, 선거 등의 정치 영역에서는 소수 기독교인들에게 특혜를 베풀면서 공존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무슬림들과 기독교인들 사이에 분쟁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종교적인 문제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로 인해서 발생하는 것이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공세적인 선교 행태를 지향하는 일부 한국 기독교인들은 타 종교를 배려하고 인정하는 레반트 지역 무슬림들과 기독교인들의 태도를 배워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