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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민주주의가 성숙해지려면... (유정배)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2 16:48
조회
231

유정배/ 춘천시민연대 상임집행위원장



전국이 지방의원 의정비 인상 문제로 시끄럽다.
강원도에서도 과도한 의정비 인상에 대해 시민들의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고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강원도 지방의원의 의정비는 40% ~ 90% 인상되었고, 재정자립도가 20% 안팎을 왔다 갔다 하는 인제군의원 의정비가 무려 90% 인상되어 인제군의원들은 한해 4380만원을 받으며 의정활동을 하게 되었다. 지방재정 상태가 열악한 강원도 지방의회의 인상률이 전국 최고라는 지적도 있다. 지방의원들의 의정비 인상에 대해서는 이른바 보수단체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적어도 이 문제만큼은 ‘좌우합작’이 형성되어 있는 듯하다.

의정비 인상을 요구하는 의원들의 주장을 보면 주민을 설득하기에는 명분이 없고 무엇보다 의정활동 성적이 변변치 않은데 ‘생존권’주장만 하는 듯해 보기에 민망 할 정도다. 지방의원들은 대부분 생업을 가지고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어 의정활동 과정에서 이해가 상충될 수 있고 그래서 겸직금지제도가 없는 상황에서는 유급제가 표류할 수 있다. 또한 지방의원들이 선량이 아니라 토호라는 비아냥거림이 근거가 없지 만은 않기 때문에 의정비 인상 주장이 반대여론에 부딪히는 것은 자업자득인 면이 있다.

이렇게 의정비 인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대되면서 지방의회와 주민간의 갈등으로 발전하고 있고 마침내 중앙정부인 행정자치부가 개입을 선언하고 나섰다. 지방자치제도의 발전을 위해 도입한 유급제가 지방자치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지방자치의 역사가 짧고 시민들이 지방자치에 대해 크게 애착을 가지고 있지 못한 우리의 현실을 보면 의정비 인상으로 지방자치에 대한 회의가 확산되는 것은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다. 지방의회는 집행부를 견제하고 입법권, 감사권, 예산심의권을 가지고 있는 주민의 대표 기관이기 때문에 지방자치가 자리 잡고 단체장의 전횡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있어야 할 단체다. 또한 지방의회가 제대로 기능을 하면 풀뿌리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훌륭히 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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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회 본회의 모습
사진 출처 - 강원도의회 홈페이지


 

따라서 이 문제를 의정비 인상 여부에만 국한해서 다룰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를 성숙시키기 위해 각 주체들은 무엇을 해야 하고 제도정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함께 논의해서 민주주의 꽃인 지방자치가 자라는데 긍정적으로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현재처럼 정당공천제와 유급제를 지속시키려면 의원정수를 더 줄이고 비례를 최대 50%까지 늘려 책임정치가 구현 될 수 있는 여건을 확산,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게 제도를 고치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본다. 아니면 의원들이 주민들의 생활에 더욱 다가갈 수 있도록 의원들의 숫자를 대폭 늘리고 정당 공천제를 폐지하며 무보수 명예직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의회의 권한을 늘려 정책생산 능력을 높이고 집행부에 대한 독립성도 키워 의회의 견제기능을 강화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의정직에 대한 인사권을 의회에 주어 집행부에서 조직을 분리하고 전문위원을 늘려 의원들에 대한 정책 지원기능을 강화 시키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지금 현실은 의원들에게 정책생산능력은 요구하면서 의원 개인에게만 모든 책임을 부여하는 경향이 있고, 예산 편성권과 집행권을 가지고 있는 집행부가 의정직 공무원에 대한 인사권도 가지고 있어 의회가 단체장의 눈치를 살피지 않으면 안 되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법률의 범위 내에서” 조례를 제정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지방자치법도 빨리 개정해서 지방의원의 입법권한을 넓혀주고 지방의회가 주민에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의정비 인상을 둘러싸고 해마다 벌어지는 논란을 막기 위해 시행령에 자치단체의 재정형편이나 규모에 따른 차별화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의정비 심의위원회는 그 범위 안에서 심의 하도록 하는 방법도 검토 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방자치를 도입 한 역사가 짧다. 그래서 지방자치에 익숙하지 않고 지방자치의 중요성에 대해 사회적 공감이 충분 하지 못한 면이 있다. 어찌 보면 의정비 인상을 둘러싼 사회적 공론도 성숙한 지방자치를 위한 성장통일 수 있다. 의정비 인상을 둘러싼 갈등이 지방자치를 성숙시키는 방향으로 발전 할 수 있도록 사회 구성원들의 긍정적인 시선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