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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해결사인가? (홍미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09 15:29
조회
1539

홍미정/ 한국외대 연구교수



요즈음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전해오는 유혈사태는 근래 거의 일상적인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이로 인해서 그 곳에 거주하는 인간의 고통이 엄청나게 쌓여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고통에 대한 감각이 무디어지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인간의 고통은 언제 어디서든지 방치되거나 외면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우리는 고통 받는 지역의 주민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국제 사회의 역할은 특히 중요하다.

지난 2006년 11월 29일은 팔레스타인 지역분쟁을 국제화 장기화시킨 유엔 총회 결의안이 통과된 지 6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유엔 총회는 1947년 11월 29일 팔레스타인 땅을 두 국가, 즉 유대 국가 영역과 아랍 국가 영역으로 분할하는 총회 결의 181호를 통과시켰다. 미국과 소련을 비롯한 32개 국가는 이 결의안을 찬성하였고, 아랍권과 이슬람권 국가 등 13개국이 반대하였으며, 중국을 비롯한 10개국은 기권하였다.

이 결의안은 팔레스타인 전 지역(26,323㎢)의 56.47%를 유대 국가, 42.88%를 아랍 국가, 예루살렘 국제 지구로 0.65%를 할당하였다. 그러나 당시에 아랍인들은 팔레스타인 전 지역의 87.5%를 소유하였던 반면 유대인들은 6.6%만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나머지 5.9%는 영국 위임 통치청 소유였다. 따라서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은 자신들에게 절대적으로 불공정한 이 결의안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 결의안을 토대로 이주자들인 시오니스트들은 1948년 이스라엘 국가를 창설하였고, 토착의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은 당연히 이 결의안을 거부하였다. 따라서 당시 유엔은 이 지역 분쟁의 공정한 해결사라기보다는 시오니스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분쟁을 격화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47년 분할 결의안이 통과 된지 60년이 지난 2006년 현재 팔레스타인 전역은 불법적이고 가공할만한 이스라엘의 군사통치하에 신음하고 있다. 이 분할 결의안이 아랍 국가 영역으로 할당했던 서안 전역에는 이스라엘 군인들이 지키는 620여개의 검문소, 8미터 높이의 콘크리트 분리 장벽, 관통도로, 수백 개의 이스라엘 점령촌들이 건설되었다. 이런 환경에서 토착의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은 마을과 도시단위로 갇힌 채 수십만 명의 이스라엘 점령민들에 둘러싸여 생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브라힘 아부 자비르 교수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나는 1947년 유엔 분할안을 거부했다. 그러나 이 분할안은 오늘날 전개되고 있는 상황보다는 훨씬 낫다. 나는 네게브에서 추방당한 베두인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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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대한 조사 기구인 '이라크 연구그룹'(제임스 베이커 전 미 국무장관과 해밀튼 전의원)이 12월 6일 아침(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부시 대통령을 만나 이라크 주둔 미군의 전투병을 오는 2008년초까지 철수하고 이라크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도록하는 방안을 부시 대통령에게 권고했다.
그리고 이라크 전쟁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에 적극 개입해 중동분쟁 해결에 나서도록 요구하였다.
사진 출처 - 한겨레


 

2006년 12월 7일 이스라엘은 네게브에 위치한 17채의 아랍인 주택을 파괴했다. 이날 이스라엘 내무 장관은 앞으로 불법적인 4만 2천 채의 주택을 더 파괴시킬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 주택들이 불법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마을 지역 위원회 회장 파이잘 사왈라는 이 마을 주택들의 대부분은 1948년 이스라엘 국가 창설 이전에 건축된 것이며, 모든 주택들은 정부가 주택 파괴의 근거로 삼는 1965년 건축법에 앞서 건축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마을 전체를 파괴시키려는 이스라엘의 조치는 심각한 인권 위반이다. 더구나 이 토지는 국유지가 아니라 사유지이며, 이들 아랍 주민들은 이스라엘 시민권을 소유한 사람들로 이스라엘 정부에 세금을 납부해 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 이스라엘은 점령지 전역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면서 수 백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체포하여 수감하였다. 2006년 12월 6일 이스라엘 군인들은 가자 지역 팔레스타인인들을 공격하여 2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부상당했다. 또 같은 날 서안 지역 북부 도시 제닌 근처의 카프르 단 마을에 30대 이상의 장갑차를 앞세운 수 백 명의 이스라엘 군인들이 침입을 해서 일곱 가족을 포함하여 45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체포해서 수감했다. 체포된 주민들의 대부분은 무장단체인 알아크사 여단, 알 쿠드 여단, 하마스 활동가들의 친척들이었다. 이스라엘은 이스라엘에 대항하여 군사 공격을 수행하는 팔레스타인 세포조직의 거점이 카프르 단에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이 지역 주민들은 노인들과 학생들을 포함하는 체포된 주민들의 석방을 위해서 인권단체들과 국제기구들이 개입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1월 팔레스타인인들이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서 하마스 정부를 구성한 이후, 국제사회는 하마스 정부를 인정하지 않고 모든 원조를 중단하고 있다. 현재 원조 중단으로 위기에 직면한 하마스 정부는 국제 사회의 요구 사항들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다수의 정당들이 참가하는 팔레스타인 민족 통합 정부 구성을 위한 막바지 협상 중에 있다.

12월 5일 이스마일 하니야 총리는 팔레스타인인들의 권리와 원칙들을 보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면서 민족 통합 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500만 명에 이르는 난민 귀환권, 이스라엘의 군사 점령에 저항할 권리, 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완전한 주권을 가진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의 권리 등을 보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그러나 국제 사회는 이러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요구사항에는 전혀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군사 점령지에서의 야만적인 이스라엘의 불법행위들을 묵인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군사 점령에 저항하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을 해체되어야할 테러리스트 단체라고 명명함으로써,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독립국가 건설을 위한 투쟁을 결국은 포기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요구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이스라엘의 인종 차별적이고 야만적인 군사 통치를 수용하도록 강요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국제 사회가 진정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해결하기를 원한다면, 독립투쟁을 하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해체 요구에 앞서, 불법적인 이스라엘 군사 점령지 전역(팔레스타인 땅의 22%, 즉 동 예루살렘, 서안, 가자)으로부터 이스라엘군의 완전한 철군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의 확실한 국경을 갖는 독립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 등을 요구하여야한다.